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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8: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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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의 세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세 사람은 원래 각각 알거지, 중산층, 만수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외계인이 이 셋을 납치해서는 기억도 지우고 모습도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고 해봅시다.
이들은 추후 DNA 판정을 받으면 각자 원래 누구였는지도 알 수 있고, 자신의 원래 재산과 지위를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 총선거일이며, DNA 검사에는 적어도 1주일이 걸리므로, 이 세 사람은 자신의 정체를 알기 전에 투표에 먼저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세 사람은 어느 법안을 지지하는 것이 옳을까요?
원래 만수르였던 사람은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고 빈곤층을 핍박하는 정책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반대로 원래 거지였던 사람은 부유세를 통해 복지를 늘리는 정책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그런데 세 사람은 원래 자신이 누구였는지 모르므로, 어느 한 쪽을 택했다가 자칫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서 본문에 나오는 법칙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 사람 모두 복지를 늘리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물론 복지 정책을 택했는데 설령 자신이 만수르여서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피해는 미비합니다. 액수는 크겠지만,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겠죠.
그러나 혹시라도 부유층을 지지했다가 자신이 거지였다면? 가뜩이나 가진 것도 없는데 그마저 빼앗기면 그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밥도, 집도, 옷도 제대로 못 챙겨입고 길거리에 나앉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세 명을 살펴보아도 거지를 지지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실제로는 부자는 몇몇 소수에 불과한 반면 거지는 수 만, 수백 만, 수 억 명에 달합니다. 그러니 공리주의적으로 보았을 때, 몇몇 부자가 부를 더욱 갖는 것보다는 수많은 빈곤층이 약간이라도 도움을 받는 것이 옳다는 소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