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면서 정치적인 갈등을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고, 메르스 문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경기 양평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통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어 "정부와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처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면서 "(당에) 긴급 대책반을 꾸려 메르스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협력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메르스 문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메르스 관련 상황실도 꾸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하는 등 공포가 현실이 됐지만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에 더 골몰하는 분위기다.
박 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입법이 완료될 경우를 상정,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할 것"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권을 시사한 셈이다.
이 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과 관련, "이 문제는 당내 갈등이나 당청간 갈등으로 가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원내대책회의장을 찾아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현안을 논의한 뒤 취재진과 만나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이 문제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내용을 갖고 다 상의한 결과"라면서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 이후 청와대측과 연락을 취했느냐는 질문엔 "저는 취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친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으로 청와대와 충돌 양상을 보이는 당 원내지도부를 겨냥해 "순진한 협상을 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시행령 (수정을) 안 해주면 (야당이) 또 다른 의사일정과 연계하고, 앞으로 어마어마한 국회의 마비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것을 감안해 당에서 순진한 협상을 했다"며 "그걸 끝까지 막지 못한 사람으로서 안타깝지만, 앞으로 국회 운영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협상이 밀려도 너무 밀렸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확산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양상이 바뀌는 당내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 권은 국회법 개정안 수용을 압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정말 국민이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끼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걱정과 대책에 올인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 "대통령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강 기정 정책위의장도 "정말 거부권을 행사해서 6월 국회가 파행하면 이것은 온전히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같은 사람을 지명할 게 아니라 적합한 인사가 검증받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거부권 행사가 어떤 때 쓰이는지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