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변기는 아주 가끔 어쩌다 한번 막히는 정도였고 나는 변기뚫기 고수였다 어디로 이사를 가든 뚫어뻥을 꼭 소지하고 있었고 물이 차올라 찰랑거리는 변기도 순식간에 뚫을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사실 뭔가가 뻥 뚫리는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내 집의 것이 아닌 변기도 꽤 여러번 뚫었더랬다 어느날은 술집 화장실이 막혀있길래 뚫어뻥을 찾아다가 뚫어놨다 친구는 내가 똥이라도 싸는 줄 알았다지만 나는 오히려 똥으로 꽉 막힌 세계를 시원아게 풀고왔노라며 큰소리쳤다
이랬었는데...... 그 어쩌다 한번 막히는 우리집 애가 정말 어느날 갑자기 심술을 부린것이다
특별히 뭘 내려보낸 것도 없는데 막혀가지고 그 당시에 놀러와있던 친구가 자기가 휴지를 많이 내려 그런 것 같다며 몇번이고 안절부절해했다 (얘는 아직도 자기탓이라 생각하고 있음)
어차피 내가 금방 뚫어버릴테니 걱정하지말라며 친구를 돌려보내고 아무생각없이 푸슈푸슈 뚫어뻥질을 했는데 참 이상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 정도 하면 콰르르 쏟아내려가야하는데 변기 속에서 뚫어질듯 말듯한 소리만 들리고 그 외에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이 집에 나 혼자 살기 때문에 일단 손을 놓고 조금있다 다시 해보자........
...한 것이 2주나 지난 것이다
포기하고 있다가 다시 가보니 막힌 물이 사라져있길래 오오 나몰래 스스로 해결했네! 싶어 그 위에 볼일을 봤더니 조금 더 물이 차오르고, 뚫어보려다가 안되서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가보면 사라져있어서 다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조금 더 차오르고 이런 순서를 진행했더니 이젠 변기의 끝까지 찰랑거리는 정도가 된거다
소변이나 똥은 초반 뚫어뻥질에 아주 슬금슬금 내려가기 때문에 똥이 둥실둥실 떠다니거나 하진 않는데 물이 자꾸 차오른다 가끔 녹아서 형체가 흐려진 휴지와 함께 올라온다
내 삶에 처음으로 인터넷에 '변기뚫는법'을 검색해봤다 온갖 방법이 다 있었는데 당장 해볼 수 있는 건 세탁소 옷걸이를 펴서 변기를 쑤시는거였다 아무 반응도 없고 내 멘탈과 옷걸이만 망가졌다
혹시 변기의 수압이 약하가 싶어 인터넷에서 하란대로 해봤는데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뭔가 내려가긴 내려가는데 뀨우우우..거리면서 힘이 없고 그 다음에 물을 내리면 꼐에에에...! 거리며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