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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의지
게시물ID : readers_19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널소유하겠어
추천 : 0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7 17:03:46

고요한 수풀 위에 천천히 달려가는 바람들은 말한다.

"내가 너희를 밟고 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넓은 호숫가를 밝게 비추는 저 달빛도 야속하기만 하다.

"내가 너희를 잠 못이루게 하는 것도 원망하지 말라고."

지저귀는 부엉이의 시끄러운 소리도 참아내야만 한다.

고작 고철로 만들어낸 피조물들이 내뿜는 시끄러운 소음도 이겨내야만 한다.

그것이 무엇이던 모두 이겨내야만 한다고 배웠다.

날이 밝고 한숨 잠도 못이룬 갈대밭에 수풀들은 여기저기 피곤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본다.

굳센 의지로 잠을 이겨내고, 여기저기 삶의 리듬을 깨뜨리는 절망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 그들에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 의지가 진실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은 모른다. 

한낱 태양이 뿜어내는 따사로운 빛과 구름들이 쏟아내는 빗줄기를 양분삼아 살아가는 그들은,

결국 그들이 사라지면 본인들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그들의 삶은 우리들의 삶과 같다.

과연 내가 지금껏 해왔던 행동들이 순전한 내 의지대로 움직인 적이 있었는가?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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