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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엔 보수도 진보도 없다.
게시물ID : sisa_591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neralist
추천 : 1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7 20:54:59
 흔히 사람들은 내가 진보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고 보편적 급식(무상급식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어떻게 그게 무상급식인가, 세금으로 운용되는 것이지)을 찬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나는 보수든, 진보든, 이런 식으로 이념적으로 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단어의 내용이나 유래, 속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저 건너들은 것으로 사람들을 보수와 진보로 이분하는 형국이 참 이상하다(이는 언론에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예를 들자면, 북한에 우호적이고 보편적 복지에 찬성하면 진보고, 북한에 강경하고 선별적 복지를 추구한다면 보수로 치부된다.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에는 찬성하는데 북한에는 강경하다면 혹은 선별적 복지를 추구하는데 북한에는 우호적이라면 이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무책임하게 사람을 이념적으로 이분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하는 자들이 이를테면 보수주의에는 순수한 보수주의가 있고, 보수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는 주의주의로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가 있고, 자유주의 사이에는 진화론적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적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있고..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한 것이라면 난 그 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그 뜻도 모르고 정책 한 두 개에 대한 찬반을 바탕으로 그 자의 이념을 판단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정책에 대한 사람의 의견은 이념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흔히 새누리당을 보수주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주의 혹은 중도 진보라고 말한다. 근데 참 웃긴게,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으로 노인기초연금과 고교무상교육 등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다. 일차적으로 보수정당이 이를 주장했다는 것에 웃었고(당시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좌경화된 정책이었으니), 그 다음엔 대통령으로 당선 된 후 노인기초연금을 선별적 복지로 축소시키고, 고교무상교육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결국 선거 전에는 표를 얻기 위해 모두에게 달콤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뒤 당선되니까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위 몇 프로에게 얼마, 몇 프로 이상은 더 적게, 이런 식으로 축소했다. 이게 뭐하는 행태인가. 정당의 이념과 정체성을 버리고 단지 표를 위해 움직인 저열한 선거 전략이다.
 

민주당도 할 말이 없다. 그들은 진보라는 가치를 선택 했다는 것보단 선택당한 것 같다. 박정희 정부 이후로 민정당과 민중당, 진보당이 이념과 가치 없이 독재 타도를 위해 뭉쳐져 내려온 게 오늘날의 민주당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이다. 그래서 그들은 김대중과 노무현 이후, 걸출한 리더가 사라진 지금 진보라기보단 반 새누리를 외쳐대는, 표를 받기위한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나마 2012년 총선에 보편적 급식이라는 아젠다를 띄우며 진보정당의 면모를 세우긴 했으나, 그 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에게 복지 등 진보적 아젠다를 완전히 빼앗기며 그 이후로는 진보적인 정당이라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당의 강령에서 진보적인 단어와 문구를 삭제하고, 다소 우경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이념적 아노미에 빠진 것 같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그들은 이념을 바탕으로 뭉친 게 아니라, 친소관계를 기반으로 모인 뒤 표를 받기 위해 선거에 이념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작 정치권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는 와중에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보수와 진보보단, 그냥 여당과 야당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친여, 친야.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두 거대정당 이름 앞에는 라는 말이 들어간다. 둘 다 선거에서 쓴 맛을 보거나,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혁신하겠다는 다짐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나 개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새의 뜻이 NEW가 아니라 BIRD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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