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에서 노트북을 켠 채 책도 보고 웹서핑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커플이 앉았다.
남자는 주문하러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여자가 남자 자리에 예쁜 쇼핑백 하나를 올려 놓는다.
꽃무늬도 아니고 하트 모양도 아닌 것이 묘하게 이쁜 무늬가 들어가 있는 쇼핑백이다.
"분명 저것은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일 것이여." 라고 나는 생각했다.
여자가 시크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다.
"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앉아 있을 것이고 남자는 쇼핑백을 발견하자마자 "어? 이게 뭐야?" 라고 할 것이여.
초콜릿인거 뻔히 알면서 "어? 이게 뭐야?" 할 것이여." 라고 난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러면서 "이런거 준비 안해도 되는데~ 고마워 ^^." 라고 하겠지.
잠시 후, 남자가 커피를 가지고 올라왔다.
"어? 이게 뭐야? (주섬주섬) 우와! 초콜릿이네! 이런거 준비 안해도 되는데~ 고마워 자기야 ^0^."
여자는 그냥 씩 웃는다.
남자가 지긋이 여자를 바라보며 여자의 손을 잡는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냥 가만히 있는다.
난 아직 다음 스케줄까지 2시간정도 시간이 있다.
그런데 왠일인지 나도 모르게 짐을 챙기고 있다.
커피숍 밖으로 나왔다.
춥다.
거센 바람이 눈에 들어갔는지 갑자기 눈물이 난다.
이상하다. 안경이 바람을 막아줄텐데도 눈물이 흐른다.
주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