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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새벽 2시 10분
게시물ID : animal_100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셔니언
추천 : 5
조회수 : 3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23 02:32:37
'아가'가 갔어요.
언젠가는 가야할 곳이라지만 너무 빨리 가버렸어요.
엊그제 집 앞 오르막 길에서 걱정스런 눈을 한 두 아이가 지켜보고 있던 그때, 저도 어쩔줄 몰라하며 없는 돈에 동물병원으로 안고 갔어요.
뒷다리 상태가 이상하길래 엑스레이 찍어봤더니 골반뼈가 부러져있던 아가....
하지만 수술을 하기엔 영양상태가 너무 안좋아 영양보충 하고서 수술을 해야하는데 그즈음이면 수술 할 시기를 놓칠거라며,
살아도 평생 다리 저는 아이로 남을거라고 하셨었어요.
 
절름발이가 된다한들, 저 멀리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 애정어린 마음으로 보살펴준다면 이 아이도 나름 괜찮은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졌어요.
 
하지만....
 
차라리 그때 자존심 버리고 친구에게 돈을 꿔서라도 병원에서 치료받게 할걸....
아니면 어제 낮에 전화드렸던 동물보호단체에 직장에서 거짓말로 조퇴라도 받고 가서 맡길걸....
 
아가를 처음 구조하고나서 집에 데려왔을때, 배변유도 해서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걸 세개를 받아내고서 따뜻한 물에 불린 사료를 먹였었어요.
걸신들린 듯이 먹더라구요. 하지만 많이 안줬어요.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공지로 올라온것과 여기저기서 며칠 굶은 아이에게
절대 사료를 많이 주지 말라고 누차 강조한 것을 수차례 보았거든요....
 
물도 많이 먹이고, 춥지 말라고 뜨거운 물통에 수건감아 넣어주고....
길에서 고생 많이 했으니까 맛난 캔도 주려고 세개나 샀는데....
 
이렇게 갈거면 캔이라도 다 먹구 가지....
서로 다른 종류로 없는 돈 털어가며 사다놓았는데....
이거라도 다 먹구가지....
 
다 먹구 갔으면 언덕 너머에서 반질반질한 삼색 털 자랑하고도 남았을 어여쁜 아이였는데....
 
아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부족해서....내가 너무 부족해서....맛난것도 많이 못주고, 다리 아픈거 생각해준답시고 많이 못안아주고....
아니, 안아주기도 전에 내가 들여다보기만 해도 기분좋다고 골골거리던 어여쁜 아가....
 
그냥 빨리 보호센터로 보낼걸.... 빚을 져서라도 병원에 입원시킬걸....
 
아니, 그날.....널 못보게 주차장으로 들어갈걸....
 
어떤 미사여구를 덧붙여도 이 말밖에는 못하겠구나.....
 
아가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젠...... 거기서는 다시는 아프지마요...... 다시는..... 좋은 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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