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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군대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02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개쿄
추천 : 57
조회수 : 3579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7/13 18:22:17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7/13 00:49:27

단지 무섭다기 보단 약간 끝이 슬픈감이 있네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직접 겪은일이라고 하네요.

시작합니다.


"김병장님 얘기 들으셨습니까? 다음주부터 우리 소대가 어디 간다던데 말입니다. 거.. 어디더라.. 뭐 발굴 하러 

간다던데 말입니다."

김상병이 행정반에서 뭔가 들은 모양이다. 

"뭐? 어딜간다는 거야? 씹새야"

당시 전역을 한달여 앞둔 나는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긴것 같아 심사가 뒤틀렸다.

"거 있잖습니까. 6.25때 죽은 유골 뭐 이런거 발굴하러 간다던데 말입니다. 한달정도 간답니다."


휴.. 난 진짜 군생활 제대로 꼬인놈이다. 4명이나 되던 한달고참 들 다 나가고 내무반 왕고생활좀 해보려 했더

니..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정기 휴가 쓰지말고 남겨둘걸.. 말년에 졸라 삽질하게 생겼다.



60트럭에 실려 울퉁불퉁한 산길을 한참이나 들어갔다.

더이상 차가 들어갈수 없는 좁고 험한길이 나와 우리는 얼마를 더 걸어야 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는 수풀이 무성한 폐가가 듬성듬성 자리 잡고있었고 작업장 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곳에

조그마한 폐교가 있었다. 


"자, 주목! 여기서 100 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작업장이 있고 오늘부터 숙식은 이 폐교에서 해결한다. 분대장들은

인원파악해서 보고해라."

갓 전입온 FM신임소대장은 의욕이 넘치는듯 지껄인다. 

마음은 이미 민간인인 나에게 소대장은 귀찮은 존재중 하나일뿐이다.


잡초를 뽑아내고 이끼며 곰팜이를 털어내니 그럭저럭 지낼만한 숙소가 되었다..

눅눅한 습기는 새벽녘 사정없이 공격해오는 모기에 비하면 참을만 하다. 



작업장은 강가의 바닥이었는데(호수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은 물이 말라 바닥을드러냈지만 넓은 폭 으로 보아

예전에는 꽤나 큰 강이었으리라... 약간 상류로 올라가면 물이 마르지 않은 계곡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 

계곡에서 식수를 얻기도 했고 작업후 땀을 씻어 내기도 했다.


그렇게 보름가량 폐교와 작업장을 오가며 발굴작업을 하였지만 나오는거라곤.. 녹슨 숟가락..깨진 밥그릇..

따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실속없는 반복적 작업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삽을 팽게 치고 (마음은 이미 민간인;;) 그 상류의

물가로 짱박혔다.

한여름이었지만 계곡의 물인지라 제법차가웠다. 물속에서 맘껏유영을 즐기던 나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을 느

꼈다. '이크.. 이쪽은 꽤나 깊은걸'

계곡의 중간 쯤이 장신의 어른키보다도 깊었다. 얕은곳에서 텀벙거리며 더위를 식힌나는 넓직한 바위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젖은 옷을 말릴 생각으로..




"오빠..오빠.. "

깜빡잠이 들어버렸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내 앞에 왠 어린 여자 아이가 헤맑게 웃고 있었다... 열두살이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시골에 사는 아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피부가 하얗고 창백했는데 자신이 열두살이며 서울서 살다가 이곳으

로 전학을 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폐가뿐인 오지에 사람이 더군다나 그런 어린아이가 산다는건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전학을 왔다니.. 그 폐교에? 아니면 근처에 다른 학교가 있나.. 이런 곳에 학교가 두개라면 그건 더 큰 모

순이 아닌가..

조금만 생각하면 이상할 만도 했지만 당시에 나는 그런것까지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가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그냥 이말 저말 주고받으면서 한참을 같이 놀아주었을 뿐이었다.


나는 바위위에 앉아 있었고 아이는 물속에 발을 담근채 나한테 물을 뿌리며 물장난을 쳤다.

"야, 하지마~ 하하"

나에게 한참을 물장난을 치던 아이가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계곡 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어..어.. 야! 그쪽은 위험해 어른 키보다 깊단말.........."

아이는 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더 깊은곳으로 들어갔고 물이 목 쯤 왔을때 나를 힐끔 돌아 보며 한 마디를 

하고는 물속으로 완전히 잠겨 버렸다.

"오빠.. 물놀이 하자..." 

희미한 미소.. 착각이었을까..

얼이 빠진것도 잠시 나는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뭐지.. 이느낌은.. 볼따구가 얼얼 해옴을 느끼며 나는 깨어났다.

소대장이 내 싸대기를 때리고 있었다.

"야임마 김병장! 정신차려 임마!"

"으..음.. 아.. 아이는!.. 아이는 구했습니까?!"

정신을 차린나는 퍼뜩 그아이 생각이 들었다.

"휴 이자식 정신 들었나 보네.. 근데 아이? 아이라니 무슨말이야?"



진작에 짱박힌건 알고 있었지만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년 이기에 모른척했었단다.

그런데 해가 저물도록 복귀 하지 않아서 찿아 나섰고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발견, 구했다는 것이다.

기가 찼다 대낮이었는데 이렇게 어두워졌다니.. 그렇다면 그 시간동안 난 물속에서 계속 텀벙질을 했다는 얘기

가 된다. 그리고 사라지 여자아이..

귀신은 물론 가위한번 눌려본적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그일로 대단히 큰 쇼크상태에 빠졌고 남은 기간

의 작업에서 모두 열외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날 의 발굴작업에서 첫 유골이 나왔다.

유골이 발견되자 대대가 총 동원 되어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하였고 총 10여구의 유골을 추가로 발굴하였다.


이후에 내가 주워 들은 바에 의하면..(이건 사실인지 확인할수는 없다)

전쟁당시 마을 주민 들은 북괴군 에게 고립된 상태였고 말그대로 마을은 살육의 현장이었다는 것이다.

북괴는 대단히 충격적인 형태로 살인을 하였는데 그중 한가지 방법이 바로 발목에 납을 채워 수장을 시키는

것이었다. 발견된 유골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북괴의 악행에 희생된 희생자들이었다.



그 한맺힌 영혼의 눈에 군복을 입은 내모습이 북괴군으로 보였던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지켜주지못했던 힘없는 우리국군 에 대한 원망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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