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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슬립, Kis Uykusu, Winter Sleep
게시물ID : movie_43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2
조회수 : 9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10 21:52:27
movie_imageNYEZGY6A.jpg
movie_imageNYEZGY6A.jpg
(스포성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6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할룩 빌기너, 멜리사 소젠, 드멧 앳벡이 출연하고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이 연출한 '윈터 슬립'을 보고 왔습니다.

한 남자의 줌 인으로 시작하는 윈터 슬립은
인간을 탐구하는 아주 집요하고 끈질긴 사색일 것입니다.

아이의 돌로 유리창에 금이간 사건을 시작해
'아이딘'의 삶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는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사건 사고들은
시간을 거슬러서 그전부터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딘' 혼자 몰랐을 가능성이 다분히 큽니다.)


'아이딘'이라는 남자는 신념과 주관이 강하고
이성적이며 냉소적입니다.
이 남자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고
추상적으로 휘둘리는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교양있고 신념있는 사람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인간에게는 일정부분 있어 양가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사랑'과 '증오' 혹은 '연민'과 '미움' 등 극단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정신학적으로는 '양가감정'이라 말하는데
이러한 '양가감정'처럼 인간은 말과 행동을
모순적으로 서로 다르게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을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실제로는 하지않았다 든지의 모순들이
'아이딘'에게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내가 하는 자선모임을
겉으로는 응원하지만 속으로는 못내 탐탁치 않게 생각하여
기부를 위해서 모은 돈 영수증과 회원명단들을
자신이 정리하겠다고 하지만 액션으로는 옮기지 않는다던지

이스탄불을 간다고 했지만 변심을 하여 가지 않았다던지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 혹은 모순적인 행동들을 일컫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설정인데
'아이딘'은 호텔까지 운영할 정도로 부가 있고,
거기다 교양과 자신만의 신념까지 있는 소위 지식인 입니다.

지식인이라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런 캐릭터의 설정이
인간의 기만과 양면성을 더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들도 분명히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걸 듣고 있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가치관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일전에 '아이딘'이 하는 말들을 들어 보면
밉살스러울 정도로 사람 속을 긁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전부 틀린말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그것이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 부분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아이딘'은 품위있는 말과 신념을 통해
자신에게는 합리화를 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즉, 본인 스스로 한테는 거짓을 일삼고 있습니다.

왜 그게 합리화가 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남자는 남부러울 것 없이 부자인데다
젊은 아내가 있고 다른이에게 해되는 일을 하지 않은
아주 올바른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이 남자에게 본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해되는 말이나 행동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는
이유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
(아래는 스포 글입니다.)

'아이딘'의 이중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이스탄불 가겠다고 하는 당일 눈이 많이오고
추위가 엄청난데, 이 남자는 호텔로 돌아가려는
자기부하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지 말라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차를 타지않고 친구집으로
향하는데 같이 온 부하에게 이스탄불에 가지 않은것을
절대 이야기 하지말라고 신신당부 합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발에 쥐까지 났던 남자는
저녁이 되자 몸이 따뜻하고 술까지 들어가
덥다고 창문을 열던 남자 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아이린의 겉과 속이 다른
면모를 두드러지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미암에 '니할'이 '이스마일'의 집에 찾아가
돈을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돈은 추측컨데,
남편이 자선사업에 돕겠다며 줬던 기부금으로 유추됩니다.

(교차되며 그전에 나왔던 장면은 남편이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시며 몸을 녹이고 아내의 기부사업에 도움을 준
남자와 같이 이야기를 하는 씬이죠.)

니할은 남편에게 받은 기부금을
고스란히 그 집 식구에게 주게 되죠
그렇지만 이 돈을 받은 '이스마일'이
불 피우는 난로에 그대로 태워버립니다.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집 한채 살 돈이라고 하는군요.)

그 씬 바로후에 나오는 것이
기부사업에 주축이 되는 남자와 '아이딘'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인데
대화도중 남자는 '아이딘'처럼 부자인 사람이
비난 받을 수 있다는 예를 들어 표현을 하지만
'아이딘'은 표현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껴 그 남자를 맹렬히 비판합니다.

화가난 남자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해
'양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가려는 찰나
뒤질세라 바로 맞수를 하지만
남자가 나가고 바로 다음 토(오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돈이 불타는 것과 오바이트를 교차시키며 보여지는 것은
기부금을 '니할'이 가져다 주긴 했지만
'니할'이 가져다 준 것은
일종의 '양심'적인 사과와 미안함의 표현이나
'이스라일' 입장에서는 그 식구(정확하게는 '아이딘'이겠죠.)가
준 것으로 위선과 기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겠죠.

이어서 나오는 '아이딘'의 토하는 장면은
쏟아낸 오바이트가 '양심'이냐 '기만'이냐에 따라
이 영화를 다르게 보는 시선일 것입니다.

종반부에 아내에게 '독백'으로 하는 말은
그것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니할'의 표정과 함께 기이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 말에서 진심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아내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속으로 얘기하는 '독백' 형식에다
이스탄불에 갔다가 온다고 한 상황에서
(거기다 겨울이 다 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독백으로 굳이 거짓말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설령 그 말이 진심일 지언정
시간이 다시 지나면 전 처럼 똑같아 질지
본인의 말 처럼 다른 사람이나와 변화가 생길지는
인간 본인도 알 수가 없는 것이겠죠.
-------------------------





인간을 이렇게까지 길게 늘여놓은 영화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무척이나 긴데다 자칫 대화가 많기 때문에 지루할 수 도 있습니다.
(저 또한 당연히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거기다 주인공이 과거 연극배우를 했다는 것에서 보이듯
이 작품또한 연극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입니다.

문학으로는 안톤 체호프와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영화로는 타르코프스키나 베리만을 연상케 합니다.
(종교적으로도 이 영화는 유신론적 입장을 취하지만
'아이딘'의 칼럼에서처럼 보이듯 표면적으로
주장만하고 깊게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러닝타임도 굳이 3시간 20분씩이나
해야할까라는 의문도 들게하나
결국에는 다 보고 나면 깊게 사유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눈들로 덮인 지역의 날씨와 풍광에서 느끼듯
차갑고 뼛 속 까지 시리게 하는 부분도 있고

롱 숏으로 잡은 마지막 인서트는
그 자체로 자연처럼 건설된 건물에 위치한
인간은 더없이 작은 존재로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그 작은 인간은 알수록 어렵습니다.
(영화가 어렵다고 보기 전 먼저 느끼는 분들도 많겠지만
되려 그렇게까지 심오하거나 어렵진 않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느낄수 있는
유일한? 백미는 대화 씬일 것입니다.

대화가 길어 자칫 롱테이크처럼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컷이 많습니다.
이것은 시퀀스가 길어서 그렇게 느끼는건데
엄청나게 긴 것은 대화시퀀스가 30분하는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재보진 않아 정확하지 않습니다. ^^)

그럼에도 대화를 더욱 깊게 몰입하게 하는 이유는
대사가 좋은것도 있지만 영화자체에 풍기는 화법과
캐릭터의 화법이 무척이나 강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집요하지만 물끄러미 계속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의 러닝타임이 무척이나 길어
인내심을 갖고 볼 관객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사랑(블루)과 성찰(윈터 슬립)을 향한
보편적이면서 인간을 경유하게 하는
영화는 계속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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