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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을 하지 못한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나의 이야기 - 1부
게시물ID : humorstory_1002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짧게한마디
추천 : 2
조회수 : 58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07/08 17:29:42
우선 유머글이 아님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글을 올립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첫사랑이며 어쩌면 가장 슬픈 사랑이었는지도 모를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을 기억속의 그녀를 잊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사랑으로 내가 느낀 여자라는 존재로 이글을 읽는분들께
남자는 어떠한가 여자는 어떠한가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이 글을 읽는 솔로분들은 많은 도움이 되어 사랑을 이루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분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길어질지도 모를 이야기를 시작하는데는 큰 용기가 필요 했습니다. 
다시 살아나는 기억의 노예가 되어 버릴런지도 모를 사랑의 마력때문에..
악플은 삼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악플로 더럽혀 지지 않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

고등학교 1학년때이다. 

그녀의 이름은 J 나보다 한 학년이 아래인 그 아이를 만난 것은 
내가 중3 마지막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때였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나는 순간 나는 내 앞에 촛불하나를 들고 있었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촛불시위를 하러 갔다가 만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교회 크리스마스이브 행사 때였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난 세상에서 이런 순간이 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다.
평생을 살아도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순간...

모든 순간이 멈춘듯했다. 내 몸도 굳어 있었다.

두개의 큰 원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며 인사를 나누고 기도를 해주는 시간이었던 그때
그 순간에 주어진 의무(?)를 잊은 채 그 아이의 얼굴만을 주시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자기만을 주시하고 있는 나에게 발그레한 얼굴의 이쁜 큰 눈을 
깜빡이며,
 
"저 오빠 알아요...."


"이름이..몇 학년이야?"


"제이에요, 중2이구요 이제 3학년 올라가죠"


그랬다. 난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두 눈에 눈물이 서리면서...

지금 그때 나이의 두 배 이상을 더 먹은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할 만큼...

그 이후 교회라는 성스런 곳은 그이외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의 생활도 제이를 중심으로 난 움직이고 있었다. 
열심히 했다. 그 아이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
열정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에게 기인한 불꽃같은 사랑에 의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고1 여름 어느 날 나는 그 아이와 만나고 싶었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제이에게 내 친구중 하나를 소개 시켜 준다고 했고
내 친구 녀석에게는 이쁜애  하나 소개 시켜준다는 명목이었다.

단지 보고 싶어서 난 그런 방법을 택했다. 단지 그런 이유였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우선 제이를 먼저 만났다. 


"소개시켜 준다는 사람은???"


"아 좀 늦는다고 했어..."


환하게 웃는 제이는 너무 이쁜 옷을 입고 나왔었다.
무심코 얼굴에 인상을 쓰고 말았다

'남자 소개시켜준다니까 무척 챙겨 입고 나왔네..'

그런데 무심코 던지는 제이의 말이 내게는 너무도 뜻밖이었다.


"다 알고 있었어 오빠~ ^^ 소개시켜준다는 사람이 오빠지??"

참 맑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자고 한거야 오빠??"

"응 니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시민회관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내 가슴은 이미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쿵쾅대고 있었다. 
머리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느낌은 그런 것일 것이다.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내게 제이는 선뜻 전시장을 둘러보자고 했다.

난 그림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데생을 해서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본 것 이외엔 
그림을 볼 줄도 평할 줄도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아는 척을 하고 말았다.

"이 그림은 반 고흐의 작품에서 풍기는 기법을 쓴 것 같은데??"


"에이~ 아니지 오빠 고흐는 덧칠을 많이 하는 기법을 쓰는데 이건 그냥 수채화잖아.ㅋㅋㅋ"

민망했다. 하지만 그저 좋기만 했다.
내가 실수 한 것에 대한 것에는 그리 큰 비중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그림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제이에게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녀석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 녀석은 무척이나 용의주도했다. 만약에 내가 소개시켜준 제이가 못생겼음 그냥 돌아갈
생각으로 조금 늦게 나오는 척 하며 얼굴을 보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곤 내 주위를 돌다가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자고 그 녀석은 내게 말했었다.

그런 그녀석의 추태가 난 상관이 없었다.
이미 난 제이와 잠시나마 영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석이 나타났고 난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행동 한 후 그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내 발길에 묻어나는 것은 그 녀석에 대한 질투심이 아니라 제이의 첫마디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물론 그 녀석을 본 후 이내 실망하는 제이의 얼굴을 보았기에 
더더욱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내일이면 제이를 교회에서 볼 수 있으니까...

어린나이여서 그랬을까 그런 상황은 금새 잊혀지고 또 다른 상황과 앞의 일을 생각하기만 한다.
어떻게 고백할까, 어떻게 내 맘을 정할까..어떻게 잘 보이고 멋있어 보이게 할까..
내가 한 행동은 전혀 생각지 않고 말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녀석에게 소개시켜주는 바보짓을 한 나 자신은 생각지 않고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흔히 어른들이 말했던 '용기 있는 자만이 여자를 얻을 수 있다.' 라는 말이
그때의 상황을 비추어 말한 것 같은 느낌이다. 여자는 용기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가끔 그런 상황이 있다. 저렇게 착한애가 저런 버릇없는 놈이랑 사귀네..참 어이없네.. 혹은 
잰 진짜 안 생겼는데 어떻게 저렇게 이쁜 여자랑 사귀냐...진짜 이해 안 간다.

그렇다. 

진심어린 말들과 행동 그리고 고백은 여자를 사랑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하는듯하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을 자격 또한 동시에 받는듯 하다.
우리가 늘 스쳐 지나간 듯 말하는 사랑 또한 나의 자격요건을 그때 채우지 못했기에
바람에 흘리듯 그저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게 되는 추억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난 제이를 마주 할 수 없었다. 잘 됐냐는 지나가는 듯한 물음도 던 질수 없었다.
제이는 더 이상 내 근처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 이후에도 자주 제이를 보았다. 그리고 울었다.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학교에 가서 잠을 청했다. 물론 선생님께 맞는 일은 허다했다.
성격도 조금씩 날카로워지기만 했다.

그렇게 서너 달을 보냈을까? 난 지쳐있었다. 그저 지켜보는 것에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사랑은 이런게 아닐 것이라는 어린지식으로 난 흐트러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제이의 주변을 돌며 제이를 괴롭혔다. 물론 직접적으로 괴롭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신경이 쓰이는 것만으로도 내가 좋아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말하지 않고 빙빙 돌기만하는 그 사람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난 그렇게 제이를 괴롭혔는지도 모르겠다.

그해 여름비가 아주 많이 오던 93년 8월 15일 일요일 오후에
난 가슴이 터질 듯한 타오르는 불꽃을 느꼈다. 제이만을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밤새나와 함께 울어주며 같이 있어준 비와 함께 이미 절정에 오른 상태였다. 

'고백해야지 바보같이 혼자 이러지 말고 고백하자'

무척이나 많은 비가 내리던 그날 8월 15일 광복절이자 일요일 이었던 그날, 난 늘 몰래 가서 보던 제이의 집을 향해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내달렸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비를 맞으며 집에 가던 제이를 위해 난 지름길을 택해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 제이에게 향했다. 

터질듯하다. 눈물이 흐른다. 왜일까 두근거림과 내 용기에 대한 찬사일까? 두려워서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뭐가 두려운 걸까? 운전대를 잡은 내손은 이미 감각을 잃고 자꾸만 흐려지는 안경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그저 페달을 밟아 내달렸다.

정류장에서 걸어오는 제이가 보인다.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이내 또 숨고 말았다. 
비를 무척이나 맞으며 걸어가는 제이가 너무도 내겐 아픔이었다. 거의 집에 다달았을때

난 용기를 냈다.

"제이야"

듣지 못했나보다

"제이야!!"

돌아본다. 
장대비사이로 얼굴을 들어 올리며 한손에 우산을 들고 비를 맞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고백한다는 건 참으로 안 좋은 거라는 걸 나중에 아주 나이가 많이 먹은 후에 알게 됐지만 그때는 그 상황이 참으로 최적의 조건 인 듯 했다. 
나를 위해 울고 있는 하늘도 그리고 내 슬픔을 알고 있는 듯 비를 맞으며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제이의 눈빛도..

"오빠 여긴 왠일이야? 왜 그렇게 비 맞고 있어??"


“제이야 나 할말있어 ...” 


“...”



“나 너 좋아해"


"...."


"무슨말이라도 해줘"



"그냥 돌아가 오빠 나 지금 들어가봐야해"


"제이야 무슨 말 이라도 해줘 응??"


"오빠 난 오빠를 오빠로서 좋아해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뒤돌아 가는 제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는 장대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나이가 어렸을 때라는 생각은 버리자. 사랑은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만 사랑이지 제이를 위해 해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 슬픔을 뒤로 한 채 전쟁 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고통을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그녀를 볼 수 있다는 행복함에 일요일 아침을 설렌 마음으로 
힘차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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