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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다
게시물ID : gomin_1427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머유의늘오
추천 : 1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11 03:35:31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다.

그 고민을 적어보자 한다.


1. 잘하는 것

나는 뭘 배워도 빨리 배우는 재주가 있다. 공부든 기술이든 뭔가 배우면 좀 빠른 편이다.

이 재주를 바탕삼아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 분야 저 분야 기웃거리다보니 지금껏 남들이 하지 못했던 경험을 몇 가지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쟁이들에게 한 가지 치명적 약점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또한 직업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덕후들은 그 특화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은 정반대다. 다양한 분야를 알고 싶다보니 전문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호기심은 그냥 말그대로 호기심일 뿐. 내가 이 분야의 탑이 되겠어!라고 달려들지 않았기에 누가 나보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문제는 내 전문분야에서 만큼은 그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이쯤되면 세 가지의 충고가 나올 수 있다.


1. 네가 진짜로 잘하는게 아니니까. 네 적성이 어디에 있나 다시 찾아봐

2.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면 그런 생각 안들걸? 지금 하는 일이 진짜로 좋아하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3. 노력이 부족하네. 미친듯이 노력하고 다시 고민해봐.


먼저 1번과 2번 질문을 아울러 자문자답 하자면, 우선 두렵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적성을 찾기에는 두렵고 막막하다.

이 두려움을 깨보고 싶지만, 내가 지금 참가하고 있는 경주에서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내가 나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다면 무언가 희생이 따르더라도 감내해야겠지만... 나서기가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확실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3번의 질문은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나는 게으르다.

내 동기 가운데 너무나도 똑똑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친구보다 나는 게으르다. 덜 똑똑한데 더 게으르다.

그 친구는 잘 놀고 공부도 잘한다. 하지만 나는 매일 책상앞에 앉아 머리만 쥐어 뜯고 멍만 때린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무엇을 하더라도 집중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기는 편이라 이래저래 버티면서 살아왔다.

남들 2시간에 끝내는거 나는 5시간에 끝내면서 발맞춰 왔다.

그래도 분명 문제는 있는거다. 인정한다. 잘하고 싶으면 잘하게끔 노력해야 하는데 나는 절실함이 없다.

오늘도 나는 교수님들과 뛰어난 동기, 선후배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저 감탄만 하고 있다.

나는 따라갈 수 없다는 자조스런 되뇌임만 지닌채... 공부는 저런 사람들이 하는거지라고 생각하며...


2. 즐기는 것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음악이었다. 시간이 날때마다 음악을 들었고, 어떤 날은 6시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음악 듣는 시간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악을 듣다가 바로 잠에 드는 것이 해소법이었는데,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해버리면 너무나 큰 시간적 데미지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술도 잘 못하고 담배도 피지 않아 이런 것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다.

가끔 주말에는 동네나 번화가에 마실을 나가기는 하지만, 성격 자체가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오유나 예능을 보면서 깔깔 웃곤 하지만, 아주 잠시 뿐이다.

친구들은 모두 직장인이고 나만 학생이어서 사실 만나도 그렇게 썩 대화가 통하지는 않는다.

대학원 친구들은 다들 공부하기 바쁘다. 괜히 불러내면 미안하기만 할 뿐. 아 그리고 여초학과라서 남자도 별로 없다.

모르겠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다.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없다.

하다 못해 내가 하고 있는 공부라도 즐기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내가 밉다.



ㅜㅜ

그냥 투정좀 부려봤어요.

저보다 더 고민 많은 분들도 계실텐데. 열심히 할게요.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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