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동네 호프집
좀 더 담백하게 말하면 귀가길 한잔집 정도?
손님은 꼴통시니어가 70%,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30% 정도
난 그 경계선쯤에 있는 단골이다.
나를 포함해 혼술맨이 꽤 있다.
서로 안면은 있지만 애써 말을 나누지는 않는..
그렇게 적당히 서먹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불문률이 있는 곳.
오늘도 찬바람을 피해
어묵 한냄비와 소주잔을 조용히 기울이고 있는데
자주 보던 할배 한분이 들어오더니
갑자기 광분하며 쩌렁쩌렁 샤우팅을 한다.
"아니 밥도 못 얻어먹고 그것도 모자라 줘터지고 오는 국빈이 어딨어?"
"정말 나라꼴이 *ㅉ(#&)#*ㅆ^_#(^+_$#&^(_"
설득 불필요한 사람들과의 술자리 대화를 극도로 싫어한다.
근데 주변에 사람들도 좀 있고 이 점입가경을 방치하면 안될것 같다.
언제부터인가..난 생각다른 사람들 설득하기를 포기한 뒤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면박주고 비웃고..맘대로 떠들지 못하게 하는걸로 바꾼지 오래다.
그분의 어록을 들었던 그때부터 그렇게 됐다.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나 : 누가 국빈인데요?
할배 : 우리 기자들을 중국놈들이 팼다잖아
나 : 잘못을 했다던데?
할배 : 국빈이 무슨 잘못을 해?
세게 나가야 한다. 대충 말도 까자.
나 : 기자새끼들이 왜 국빈야? 그놈들은 민간인야
넘지말라는 경호라인 넘어서서
먼저 경호원 멱살잡은게 기자새끼들이라는데 그럼 패야지, 그냥 냅둬?
그 새끼들 나라망신은 물론이고 정상외교 말아먹으려 작정한 놈들 아냐?
할배 : 문재인만 국빈야? 그럼 김정숙도 패도 돼?
나 : 대통령, 영부인, 정부요인, 경제사절단 다 국빈인데
기자새끼들은 아냐
할배 : 밥도 안줘서 혼자 시장가서 먹었다잖아. 나라꼴이 이게 뭐야?
나 : 오바마가 베트남 재래시장에서 쌀국수 먹고
시진핑이 중국 재래시장에서 만두 사먹을 때 미국, 베트남, 중국 기자는 물론이고
한국기자들도 얼마나 입이 닳도록 찬양했는지 모르지?
근데 왜 우리나라 대통령이 중국 재래시장에서 만두 먹으니까
중국에서는 인기폭발에 좋아죽는데 한국 기자새끼들은 푸대접이라고 지랄하는데?
할배 : 뭔 소리야? 지금 사람들 다 욕하고 있는데..
나 : 지금 제대로 된 사람들은 한국방송, 신문 안봐
다들 인터넷으로 중국언론 찾아보고 있어. 이거 볼래?
그리고 이걸 보여줬다.
나 : 아저씨, 불도장 먹어봤어요?
할배 : ...
의외로 승부는 일찍 갈렸고
그리고..일순 긴장감이 흘렀던 그 동네호프집은
이내 다시 시끌벅쩍해졌다는 오늘의 에피소드는 여기까지.
다행스러운건 거의 20년 위의 할배에게 막말 퍼부은 나에게
아무도 타박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에 솔직히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