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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경 PGR 장문 복사글.txt (엄청길어요)
게시물ID : starcraft_26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꽃
추천 : 28
조회수 : 14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5/24 22:07:48
, 엄재경입니다.        
 
        
 
  쉬고 일어나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짧게나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을... '죄송합니다'라고 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일단 감정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으신 성토의 글을 보았고, 송구스런 마음이 많이 생기지만 솔직히        
 
그보다는 '고맙다'라는 기분이 개인적으로 더 커서입니다.        
 
        
 
  어제 스타리그가 끝나고, 뒷담화가 있었습니다. 그 뒷담화에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 관해 사과말씀 비슷한 것을 출연자들이 각각 했습니다만, 경기지연 등에 관한 이야        
 
기들이었지 귀가시의 혼잡과 불편에 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점에        
 
관해서도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요. 당시엔, 며칠간의 암울했던        
 
기간, 그리고 당일 천국과 지옥을 수차례 오가면서 최종적으로 감동적인 결말에 모두들 살짝        
 
흥분해 있었기에 그 느낌이 충만했었고, 귀가시의 불편에 관해선 크게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저희는... 일단 경기장(격납고)에서 팬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현장에 있었고,        
 
팬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승합차를 타고 뒷담화팀이 제일 먼저 출발했습니다. 김포공항의        
 
입구를 빠져나오기까지 수십분이 걸렸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인파 때문에 차량은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에 굉장한 병목현상이었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아무튼 편하게 차량 안에서 기다릴 수 있었던 저희로서는 엄청난 불편을 몸으로 체감한        
 
것은 아니라 팬들의 불편에 관해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글들을 읽어보면서        
 
아차 싶네요. 미리 느꼈더라면 뒷담화 때 이야기를 하는 거였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를 빌어, 큰 불편을 느끼신 팬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는 풀고 싶네요. 아래 어떤 글을 보니, 저희들은 진작에 빠져나갔다고        
 
알고 계시던데... 대한항공 관계자라들지 VIP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온게임넷 관계자들은        
 
국장, GM급까지 모두 최후까지 현장에 있었습니다. 보통은 결승이 끝나면 현장 철수(철거?)와        
 
직접적인 관계가 적은 순으로 뒤풀이 장소로 가 있는 편이지만, 당시엔 뒤풀이 장소를 섭외하러        
 
사업팀 인원이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모든 온겜 인력이 철수작업 내지는 관객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 상황정리에 동원됐습니다), 추가 방송이 남아있어 가장 먼저 뒤풀이 장소로 이동        
 
해야하는 뒷담화팀이 뒤풀이 장소(보통 결승 끝나고 나면 뒤풀이 장소에서 뒷담화도 함께        
 
찍거든요)에 도착한 것만 자정이 훌쩍 넘어서였습니다. 그 오해는 풀어 주시길.        
 
        
 
  저도 겉으로는 마초인 척하지만 속은 다소 말랑말랑한 편이고 나름 한 감성 하는 쪽인지라        
 
예상외의 많은 관중분들에 감동을 상당히 받았고 특히 직접 용비어천가 일부를 복사해가지고        
 
와서 '뿌리가 돼드리겠습니다!'라고 외치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남자가 돼가지고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든지, 제 경우는 하다못해 그런 기색을 보이는 정도조차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라        
 
오히려 천막에 숨어있고 그러기까지 했지만 솔직히 굉장히 놀랐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다 위피디, 원피디의 연출이 굉장했기에 특히 현장에서 본 분들은 최소 그 부분만큼은        
 
만족스러우셨을 겁니다. 저는 제 뒤쪽의 무대가 열리면서 비행기가 나타날 때 장난 아닌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디들이 나름 필살 연출이라 그랬는지, 출연자들에게도 말을 안 해주고 있었답니다.        
 
        
 
  아무튼, 그 이후 진행된 불미스런 사고에 관해선 사과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글을        
 
보니 광고화면 중간에 화면이 다시 들어왔다 바로 다시 광고로 전환된 적이 있다고 하던데,        
 
저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현장 경력이 굉장히 많으신 현장 총감독을 맡으셨던 TD(테크니컬        
 
디렉터) 형님도 나중에 물어보니 정말 이런 적 처음이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시말서 써야한다라는        
 
말만 하시더군요. 같은 재난(?)이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온게임넷 기술팀에서 원인과 모든        
 
과정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점에 관해선 첫 격납고 결승이었다, 격납고가        
 
원래 이런 행사를 위한 공간이 아니었기에 기술적으로 어쩌구저쩌구 이런 변명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번 일이 성장을 위한 시행착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귀가시의 혼란에 관해선... 어찌 되었건 일차적으로는 저희의 준비부족으로부터        
 
기인한 바, 반복하는 것조차 송구스럽습니다만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면에 대해선... 구차하지만 변명 한 가지만은 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지난 뒷담화 프로그램에서 다소 구차한 모습까지 보이고 그랬습니다만, 그 때의 출연        
 
진의 모습이 과장된, 혹은 연출된 것이었던 것이 아닙니다. 사실, 출연진 말고 대부분의 온게임        
 
넷 관계자들은 그 방송 때 표출됐던 것 이상으로 상황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깔아놓은 의자의 갯수만 봐도 온게임넷이 관중동원에 관해 얼마나        
 
자신이 없었던 상태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가 있죠. 사실 리그 중간에 터진 불미스런 승부조작        
 
파문이 가장 컸겠지만, 멋진 연출과 상징적인 면을 생각하며 밀어붙였던 엄청난 크기의 격납고...        
 
스타리그에서 결승 장소로 격납고가 결정되었음을 알리면서 사실, 출연진들도 상징적인 의미와        
 
기념적인 의미 쪽을 애써 강조하면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건 원래 방송 생리상 살짝 묻으면서 장점만을 부각하곤 하는데, 오는 데, 또 현장에서        
 
불편을 느낄 관중들을 생각해 미리 말씀드려야 한다는 결론에서 말씀드렸던 겁니다.        
 
        
 
  그래서 사실, 승부조작 터지기 전에도 저희는 김포공항까지, 그 이후에도 격납고까지 제법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현장에 매점 같은 시설도 불편할 게 뻔한 곳이라 많은 팬들이 오기를 꺼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꽤 하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크기라면 별반 걱정 안했겠으나,        
 
현장이 너무 커서... 사람이 제법 와도 휑하니 비어보일 수가 있으니, 걱정이 컸죠.        
 
그런데 승부조작 파문이 터졌고, 저희는 굉장히 상황을 암울하게 보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못 보고 돌아가신 분들까지는 헤아릴 수조차 없기 때문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최소 3배에서 4~5배 가량의 팬들이 오신 거였습니다.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그 정도의 인원은        
 
꿈도 못 꾸고 있었고, 대회가 진행되는 시간동안 사업팀에선 최초 준비됐던 것보다 부랴부랴        
 
차량도 더 준비해본다고 했던 모양인데, 좀 어려움이 있었나 보네요.        
 
        
 
  변명은 한다고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해할 수,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생각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많이 와달라고        
 
호소를 했으면서도 정작 팬들이 열정과 관심, 사랑을 보여주자 책임을 지지 못한 건 일종의        
 
해프닝이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일이죠. 온게임넷에서도 내부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을테고, 어떤 형태로든 사과말씀이나 유감의 뜻을 전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전례없이(사실 중계권 파동때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이스포츠 관계자들 역시 저와 비슷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 보여주신 열정에 대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선뜻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선수들이 팬들의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멋진 드라마를 보여주어서 저희가        
 
조금이라도 면피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김정우 선수, 이영호 선수, 그리고 CJ와 KT에게        
 
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고요.        
 
        
 
  미진한 점이 많았고, 열 번 백 번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제 입장에선 온게임넷의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드리는 것 이상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거듭 거듭, 몸으로 마음으로 불편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송구스런 감정이 이 감정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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