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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 깍는 노인[bgm]
게시물ID : humordata_1004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ckPiece
추천 : 7
조회수 : 26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2/16 06:19:54
 

 벌써 40년 전이다.
갓 내전 난지 얼마 안되어서 전쟁터에 내려가 용병짓을 할때다.
맞은 편 길가에 앉아서 AK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AK를 한정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는냐고 했더니,

'총자루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날이 저무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총알이 날라오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알라의 요술봉 연기에 갑갑하고 지루하고 이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그만 달라'고 했더니 ,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생쌀이 채족한다고 밥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요,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이러다 총 맞겠다니까"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하고 내 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승전은 어차피 틀린것
같고 해서,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릅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종이에 대마를 말아 피우고 있지 않는가,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깎기 시작한다.

저라다가는 AK가 다 깎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AK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총이였다.

다음 전쟁에 다시와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굽히고 태양을 향해 기도 하고 있었다.

그때,그 뒷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와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막사에 와서 AK를 내려놨더니 전우가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전우의 설명을 들어 보면 개머리판이 너무 부르면
힘들어 견착시 어깨가 빠지길 잘하고,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견착이 되지 않고 눈에 멍들기가 쉽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서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오늘 전쟁기념관에 나왔더니 밀덕이 AK를 들고 코스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AK로 적들을 쏘던 생각이 난다. 피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총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그 옛날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전 AK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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