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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벨리알의 장난감
게시물ID : panic_100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이박사
추천 : 13
조회수 : 152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7/06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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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내와 이혼했다. 우리에겐 10살 된 아들이 있었는데 양육권은 내가 갖게 됐다. 난 아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살피려 애썼다. 그렇지만 아들은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매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곤 했으니까.
 

   난 아들과 공감대를 찾으려 애쓰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장난감으로 조금씩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달 장난감을 사서 선물을 했었는데 어느새 3년이 지났다. 아들의 방엔 가족사진 주변으로 장난감이 가득 들어찼다.
   난 다음에 사다줄 장난감에 부담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한 장난감은 모두 사다줬으니까. 얼마 전에 사다준 피규어에 고마워요, 아빠.” 라는 아들의 무미건조한 말이 신경 쓰였다.
 

   퇴근길이었다. 난 대로가 막히자 하는 수없이 우회대로로 빠져나갔다. 그러다 또다시 길이 막히자 골목길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몇 안 되는 행인들을 피하며 서행하던 중 내 눈에 어떤 간판이 들어왔다.
   ‘벨리알의 장난감
   허름한 간판에 이름도 괴상했다. 하지만 난 이상하게 그 가게가 끌렸다. 차에서 내린 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어두웠다. 조명도 새파랗고 벽마다 동물의 머리가 전시 돼 있었다. 카운터에서 빤히 날 쳐다보는 가게 주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난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주인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주인은 뚱뚱한 체형에 입이 조금 튀어나와있었다. 흔한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차가웠다.
 

   “... 혹시 독특한 장난감을 하나 살 수 있을까 해서요.”
 

   난 용건을 말했다. 더 끌어서 좋을 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그는 그제서야 씩- 웃으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주인은 카운터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약 5분이 지났을까? 주인은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손에 장난감이 들려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죽은 고양이의 시체 같았다. 아니 고양이라 하기에는 좀 더 컸고, 머리엔 뿔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실감나는 까만 털과 발톱, 그리고 동공은 신비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신선했다. 난 곧장 금액을 지불한 뒤 그것을 사버렸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장난감을 내밀었다. 아들은 별반응이 없었다가 장난감을 품에 안자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느낀 신선함을 아들도 느꼈으리라.
   난 아들의 표정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할 때쯤 난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됐다. 난 한밤중에 반쯤 열린 아들의 문을 들여다봤다. 그때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아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와?”
   “...그게 뭔데? 많이 아픈 거야?”
 

   난 혼잣말을 하는 아들의 말을 엿듣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곧장 불을 켜보니 아들이 장난감을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애써 잘 자라는 말을 건네고 방을 나왔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들은 한 번도 장난감과 대화를 하며 논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미심장한 혼잣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며칠이 지났다. 아들과 함께 아침을 먹다 아들이 했던 혼잣말이 떠올랐다. 난 넌지시 장난감과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별말 아니라며 무언가 감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난 아들을 학교에 보낸 뒤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그날 밤.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난 경악하고 말았다. 아들이 엎드려 있었다. 상식적으론 바닥에 있어야 하는 몸이 천장에 붙어있었다. 아들은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봤다.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아들은 헤죽헤죽-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들의 방문이 쾅- 하고 닫혔다. 난 닫히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천장을 바라봤는데 아들이 없었다.
   인기척이 뒤에서 났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아들이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들의 표정이 섬뜩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였다. 아들 입에서 죽어.” 라고 짐승 소리와 아들 목소리가 뒤섞인 음성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들은 내게 달려들었다.
   난 놀란 나머지 현관으로 나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손을 벌벌 떨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2
 

   몇 시간이 지났다. 난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들이 바닥에 누워 잠들어있었다. 난 조심스레 아들을 안고 침대에 눕혔다. 평온하게 자는 모습이 아까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띵동- 소리가 났다. 난 현관문을 열었는데 두 남녀가 서있었다. 여자는 이혼한 아내였고 남자는 신부였다.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신기가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을 보았고 그것에 시달렸다. 이런 특별한 능력을 억제해준 것이 지금 함께 동행한 김 신부였다.
   난 아내의 능력을 아들이 이어받은 것 같아 불안했다.
 

   “... 꽤 잠식당했군요.”
 

   신부가 아들을 보더니 탄식을 내뱉었다. 나와 아내는 신부에게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부는 곧장 구마 의식을 거행해야겠다고 말했다. 난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신부의 답은 명쾌했다.
   “어차피 세상에는... 불법이 많잖아요?”
 

   신부는 잠든 아들을 그대로 침대에 눕혀둔 채 바닥에다 하얀 가루를 뿌렸다. 방안 가득 향도 피우고 벽에다 십자가 모형도 걸었다. 신부가 의식을 준비하며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
   텅 빈 마음. 아들의 마음이 텅 비었기에 악마가 침투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다 아내가 영매였으니 아들 또한 그 기질을 이어받은 것 같다고 했다. 텅 빈 마음이라... 어린 아들의 마음이 텅 비었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힐끔 아내의 얼굴을 봤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여러 상념에 빠져있던 중에 의식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신부는 아들의 손과 발을 묶어뒀다. 만약을 위한 대비인 것 같았다. 그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같이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오늘만은 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신부가 종을 6번 울렸다. 그리고 한손 위에 성경책을 펼친 뒤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기도가 진행되자 아들의 감긴 눈이 떠졌다. 아까 전에 봤던 섬뜩한 눈빛으로 말이다. 아들은 기도문에 괴로워하는 듯 했지만 이내 실실 웃기 시작했다.
   신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성수를 뿌렸다. 아들은 잠시 괴로워했을 뿐 또다시 웃어댔다.
 

   “사탄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묻는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아들, 아니 또 다른 존재라고 해야 할까? 그것은 웃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부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기도를 이어가려하던 그때였다.
   벽에 걸린 십자가가 거꾸로 돌아가 불타기 시작했다. 바닥에 뿌려진 하얀 가루에도 불이 붙고, 방안에 놓인 거울이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장난감들이 하나같이 생명이 있는 듯,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끼끼끽끽... 끼끼끽끼...
 

   난 정신이 없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눈앞에, 그것도 내 아들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난 용기를 내서 아들에게 다가갔다. 신부가 날 막아서려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아들의 어깨를 붙잡자 신부가 든 성경책이 불타기 시작했다. 난 아들에게 정신차려라고 소리쳤다. 이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아들이 다시 잠들었다.
 

   우린 화재를 진압하고 잠시 숨을 골랐다. 조금 전에 발광하던 장난감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고 침묵을 지켰다. 우리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기력함...
   “...방법이 없을까요?”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러자 신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또다시 침묵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난 최근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얘기했다.
   소소하게 외식을 했다든지, 한 달에 한 번씩 장난감을 사다 줬다든지 말이다. 내 말을 유심히 듣던 신부가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아내도 신부가 바라보는 것을 응시했다.
   그것은 내가 한 달 전에 사다준 괴상한 장난감이었다.
 

   “혹시...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3
 

   난 아들을 아내에게 맡겨둔 채 신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신부는 기도문이 적힌 까만 휘장으로 장난감을 감쌌다. 난 내심 후회했다. 어쩌자고 저런 장난감을 사서 이런 일을 초래했단 말인가? 또 한편으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기적인 부모로 인해 어린 아이의 마음을 텅 비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일은 벌어졌고 수습을 해야 했다.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난 신부를 차에 태우고 도로로 나섰다. 한참을 헤매며 장난감 가게가 있던 골목길을 찾아 나섰다.
시간이 꽤 흐를 동안 우린 장시간 차안에 있었다. 출발 시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만 지금은 해가 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조금씩 지쳐갈 무렵 그것이 보였다.
   ‘벨리알의 장난감
 

   우린 차에서 내려 가게의 유리 벽면을 힐끔 들여다봤다.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난 조심스레 문을 밀었는데 저항의 느낌이 없이 그대로 열렸다. 난 신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내부로 진입했다.
   가게 안은 촛불 조명만이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새로 들어선 괴상한 장난감들이 많았다. 사람 얼굴에 동물의 몸을 했다던지, 바다 속의 고대 괴물 크라켄의 형상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신부는 이 장난감들은 그저 장난감일 뿐, 위험한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
   진짜는 저곳에 있다고 했다. 신부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봤다. 그곳은 카운터 뒤에 반쯤 열린 알 수 없는 문이었다.
 

   “저곳에 뭔가 방법이 있을 거란 말이죠?”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군데군데 난 조명이 있었지만 있으나 마나인 다 꺼져가는 조명이었다. 난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켠 채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은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었다. 공기 중에 시멘트 입자가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기로부터 불쾌한 기운이 스멀스멀 마음속으로 전해졌다.
   계단의 끝에 다다르니 또 다른 문이 나왔다. 살며시 문을 밀자 또다시 열렸다. 마치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 안으로 몸을 넣으려하자 신부가 가로막았다. 그는 잠시 나지막이 기도문을 읊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샀던 장난감이 이 안에서 나왔으니 이곳은 지옥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그렇게 우린 지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하실. 벽면에 난 틈새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왔다. 어렴풋이 내부가 보였다. 캐비닛이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 장난감들이 들어있었다. 하나같이 악마의 모형이었다. 책상 위엔 알 수 없는 책이 있었다. 난 그것을 펼치려 했지만 신부가 도로 덮어버렸다. 신부는 책에 표기된 문양을 가리켰다.
   그것은 역십자가였다.
 

   벽 모퉁이에 커다란 투명 케이스가 하나 놓여있었다. 내부는 텅 비어있었는데 우리가 들고 온 장난감이 있어야할 곳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 봉인을 할 수 있는 곳이란 말이다.
   신부는 케이스 앞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 기도문을 외우며 휘장을 벗겨냈다. 나와 신부는 흠칫하고 놀랬다. 장난감의 까만 털이 하얀 털로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신부가 장난감을 놓쳤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손을 부여잡았다. 난 신부를 부축하며 그의 손을 보았는데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탄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한다. 네가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가라.”
 

   신부는 다시 한 번 장난감을 손에 쥐었다.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케이스 안에 장난감을 넣으려했다. 이것을 봉인해야만 아들에게 깃든 악마를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신부의 몸이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난 신부의 손에 들린 장난감을 대신 받아들려고 했지만, 불같은 뜨거움을 느끼며 손을 뗐다.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누군가 지하실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얼핏 스쳐가는 무언가 있었는데, 뚱뚱한 체형의 장난감 가게 주인처럼 보였다. 내가 그를 의식하는 사이 신부의 몸이 이리저리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신부는 몸을 웅크린 채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 하는 소리와 함께 신부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난 신부를 깨우려 했지만 그는 충격이 심한 듯 기절했다.
 

   신부의 손에 장난감이 쥐어져있었는데 하얀 털이 곤두서있었다. 살며시 장난감에 손을 댔는데 이번엔 뜨겁지 않았다. 대신 칼과 같은 날카로움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질 때 쿵... ... 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벽. 내 시선은 벽으로 향했는데 그곳에 장난감 가게 주인이 서있었다. 그는 벽을 향해 돌아선 채 벽에다 머리를 박고 있었다. ... ... 그러다 휙- 하고 돌아서 날 쳐다봤다. - 하고 미소를 짓는 주인... 그의 눈이 뒤집혀있었다.
   그때 희미하게 들어온 빛이 차단됐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4
 

   난 이내 정신을 차리곤 핸드폰을 꺼냈다. 손전등을 다시 켜고 주위를 밝혀봤지만 보이는 것은 캐비넷에 보관된 장난감들뿐이었다. 조금 전 벽에 머리를 박던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난 지하로 내려왔던 문을 열려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갇혀버린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이 보였다. 결국 저것을 케이스 안에 넣어야만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난 주변을 경계하며 장난감을 향해 걸어갔다.
   스윽... 스윽... ...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을 질질 끄는 소리였는데 내 주위에서 들려왔다. 핸드폰 조명을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비추자 무언가 빠르게 도망쳤다.
 

   난 다시 장난감을 들기 위해 소매를 손까지 늘어뜨린 후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 장난감을 집어넣으려 했다.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장난감을 케이스 안으로 밀어 넣으려했다.
   그때였다. 바닥으로 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가게 주인이 공중에 떠있었다. 그는 칼을 든 채 자신의 반대 손을 찌르고 있었다.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주인이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왔다. 난 다시 장난감을 케이스에 넣으려했는데, 덜컹- 하고 케이스가 닫혀버렸다. 난 장난감을 손에 든 채 느린 속도로 추격해오는 주인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네 아들놈은 축복받은 거야. 그 텅 빈 마음 덕에 왕을 모실 수 있게 됐으니까.”
   “왕이라고요?”
   “그래... 지옥의 왕 중에 하나인... 벨리알 왕이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이자가 내게 장난감을 팔았는지. 내게 마음이 텅 빈 아들이 있다는 것을 꿰뚫어봤던 것이었다. 모든 것이 아들을 숙주로 삼아 인간 세상으로 나오려는 악마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악마라 할지라도 내 아들을 건드릴 순 없었다.
 

   난 내게 다가오는... 악마인지 악마의 하수인인지 모를 주인과 맞섰다. 그가 칼을 휘두를 때 난 그의 손목을 잡고 버텼다. 어떡해서든 제압을 해야 장난감을 케이스에 넣을 테니까.
   하지만 인간의 힘을 넘은 듯, 주인의 힘은 너무 강했다.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와 같았다. 난 그의 힘에 의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저항을 하고 싶어도 힘이 없었다.
   그때 바닥에 누워있는 신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누운 채 내게 무언가를 굴렸다. 그것은 성수 병이었다. 난 그것을 잽싸게 쥐고는 주인에게 뿌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그 틈을 노려 장난감을 다시 케이스에 넣으려했다.
 

   갑자기 내 몸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난 조금만 팔을 뻗으면 장난감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주인이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내 멱살을 쥐고 공중으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난 아들을 마음속으로 떠올렸지만 체념했다. 이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난 그동안 혼자서 아들의 마음을 채우려했던 것이 오만한 생각임을 깨달았다. 아들에겐 아빠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엄마도 필요했다. 그깟 장난감으로 아들의 마음을 채울 순 없었다.
 

   그때였다. 문 쪽에서 쾅- -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였다. 분명 아들과 함께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아내는 주인에게 달려들어 양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주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내는 내 마음속의 질문을 파악하곤 입을 열었다.
 

   “알잖아, 여보. 난 어릴 때 신기가 있었다고. 악마라면 몰라도 이런 하수인정돈 막을 수 있어.”
 

   난 아내가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서 장난감을 케이스 안에 넣었다. 그리고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그 순간 불 꺼진 지하에 조명이 들어오고, 가게 주인도 어딘가 홀렸다 깨어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린 쓰러진 신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봉인을 했지만... 언제가 됐든 벨리알은 텅 빈 아들의 마음에 들어갈 겁니다.”
 

   우리 부부는 말없이 지하문을 열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신부를 보낸 뒤 난 아내와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마치 전쟁 같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아들의 텅 빈 마음이었다.
   난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잠든 아들을 내려다봤다. 난 아들의 귓가에 엄마와 함께 살자는 말을 남겼다.
   새벽이 지났다. 아들이 눈을 떴다. 난 아들이 나와 아내가 같이 있는 모습에 환히 웃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어떤 장난감을 사줘도 저런 표정은 짓지 않았는데.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그 빛은 장난감을 지나치고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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