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대한민국의 대형 커뮤니티들을 흔들고 있는 일명 여시사태에 대한 지나가던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의 중간 감상입니다.
중간 감상이라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고 결론이 난 후에 또 감상이 나온다는 건 아니고
뭔가 분명히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는 것도 아닌 그냥 심심풀이로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커뮤니티라는 것에 그다지 애착을 느끼지도 않고
커뮤니티별로 ~인이라는 표현으로 단순 이용자라는 의미를 넘어서 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일베니 오유니 웃대니 디씨니 여시니 여긴 이래서 좋고 저긴 이래서 나쁘고 이런거 보면서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정치성향을 배제해도 뭐 일베는 가서 봐도 그다지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내세울 점이 그다지 보이지는 않지만 어찌됬든
가능한 많은 커뮤니티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나름 판단하고자 노력하지만 아쉽게도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터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해당 카페는 외부인에게 공개해놓은 게시판 하나 이외에는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여 아쉽긴 합니다.
사건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은 오늘의 유머, 여성시대, 일간 베스트와 관련한 고의적 이간질, 선동 조작 의혹의 진위 여부에서
시작했지만 배경에는 그 동안 쌓여온 것들,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혐오 조장 분위기, 특정 성향 게시글들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추천과 반대 경향, 나름대로 우호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관계에 대한 배신감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더군요.
제가 본 사건의 흐름은
1. 일베에 의한 이간질 의혹 제기
2. 이간질 의혹의 조작 여부 논란
3. 조작된 내용을 공지로 사용하여 자신들을 변호했던 여시와 대상이 된 오유의 반발, 이에 대한 사과 요구
4. 여시 운영진의 반박, 해명
5. 4에대한 재반박, 갈등 심화
6. 이 와중에 여시의 TF팀 관련된 듯한 제보에 의한 SLRCLUB 내의 여시 소모임 발견
7. 소모임내의 개인 정보, 음란물 공유, 기존 SLR유저들과의 차별적 특혜 논란
8. SLR유저들의 SLR 대거 이탈
9. 소모임에 대한 여시 및 SLR운영진의 사과
현재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네요.
제 능력으로는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어느 쪽이 진짜 피해자인지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 판단하는건 아직 무리라고 보입니다.
굳이 잘잘못을 떠나 양비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지금은 서로의 감정이 깊어져 서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상황이니까요.
어느 곳에서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허공에 대고 목소리만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여시측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건 분명하고
양쪽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자신들의 주장이 합당하며 상대측이 잘못한 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여시측의 사과문이 자신들이 과거 올렸던 공지에 의해 반박당하는 상황이 나오는걸 보니
점점 여시측 사과와 해명의 신뢰도가 떨어져 가는건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오유에서 말하는 여시가 주체가 된 의도적 여론조작과 선동이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사실로 밝혀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들의 실제 행위가 이루어졌는가 여부를 떠나서 그것의 직접적 증거를 밝히는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뜻입니다.
오유 운영자의 데이터 분석 시도는 만에 하나 확실한 증거가 나오게 되는 경우
점점 결론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매듭지을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 볼 가치가 있긴 합니다만
글쎄요 몇몇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 처럼 자신들의 의견을 확실하게 지탱해 줄 만한 구체적 물증은 나오기 어려워 보이네요.
설령 몇몇 특정 아이피에 의한 조작 시도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여시와 엮을 근거도 수단도 없을 것 같네요.
지난 대선 국정원의 여론 조작 시도와는 달리 몇몇 개인 또는 집단의 집중적 추천, 비공감 행사로 인한 여론 조작이 포착되더라도
그것이 분명한 불법행위를 나타내는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와 직접적 피해가 나온 SLR에 대해서는 미흡하고 엉터리일지언정 즉각적인 사과가 이루어졌지만
오유에서 벌어진 조작과 선동 정황에 대한 것은 그들 나름의 근거 떄문에, 또한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만약 실제 그러한 일이 있었다면 조작을 주도한 주체의 자백 또는 양심선언이라도 있지 않은 한
오유내 일부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사과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매한 회색분자같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았지만 드러난 것 중에서 제 눈에도 확실해 보이는 걸 포함하여 결론 짓자면
1. 여시는 폐쇄적이고 독단적 운영으로 유지되어 왔고 소통을 위해 외부에 공게한 게시판마저 글, 댓글 작성은 자신들만 가능하며
해명에 대한 즉각적인 반박과 반론을 허용치 않고 있음(실시간 대화는 거부하고 강제로 턴제 게임을 하게 만드는 느낌)
2. 분명한 불법적 행위가 자신들의 사이트를 넘어 다른 사이트에서 이루어졌고 그것을 운영진이 주도했다는 점이 분명한 만큼
아직 결론나지 않은 일에 대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앞서 분명히 드러난 실책에 대한 실질적 책임자들과 관련 사용자들에
대한 처분과 재발방지대책 제시가 우선이 되어야 함
3. 오유내의 일부 이용자들의 주장처럼 실제 여시에서 여론조작을 주도하고 실행하여 피해를 입었으므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어려우므로 힘들어 보임. 따라서 사과요구보다는 운영자의 언급처럼 비공감 또는 삭제 요구시 반드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의도적 여론조작 및 무차별적 비공감의사표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
이도저도 아닌 물타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기타 아직 분명하게 결론나지 않은 의혹들은 계속되는 해명과 반박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그때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고칠 점은 고치고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격해지고 있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 되는 만큼 무언가의 계기로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는 것이 모두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되는 길일 것입니다.
서로가 사과를 요구한다는 건 시비를 가려 자신들이 우위에 서고 상대를 추락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화해하여
더 나은 길로 나가기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직 비는 내리고 있지만 그만큼 더 단단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