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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신성 여고에, 어서 오세요.
게시물ID : readers_10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선비o
추천 : 0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19 21:10:15


신ㅋ.jpg








 












"당신......."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그가 걸어간다.
검은 재킷을 걸친 쓸쓸한 뒷모습이 아득하게 서려온다.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 
은은히 비춰오는 달빛 조각에 그의 마지막 그림자가 잠든다.



"가지…….마세……."
"쯧."



그가 돌아본다. 선글라스를 손등으로 한 번 친다. 한숨을 내쉰다.


"김지우……."


짙은 고동의 메아리가 마음 한편에서 춤춘다.
찢겨오는 어느 아이들의 목소리. 눈물이 흐르는 참혹한 폐허.
순간 왼쪽 뺨에서 눈물 한 줄기가 주룩 쏟아졌다.
매만지니 촉촉하다. '그들'에게서 느껴졌던 것처럼.



"차가운…….아니, 차갑기만 하던 너는."


그가 조용히 속삭인다.
귓가에 대고 읊조리는 듯 한없이 따뜻하고 달콤한 그의 음성.


"마지막 기회마저도 놓치고 말았어……."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니 바닥에 온통 물이 차 있다.
손길이 닿지 않는 먼 바다에서 흘러온 듯 짠 내가 코를 찌른다.
한 움큼 물을 쥐었다. 역시 바닷물이었다. 비린내가 역하게 스며온다.
보름달이 떴다. 물이 차오른다. 모래가 짙게 깔린 저 너머의 마른 땅.
만조의 시간이 다가온 것일까. 달이 밝다.




"하지만 뭐…….괜찮아. 어차피 너는."



일그러진 공간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목소리, 남자의 목소리, 늙은 여인의 죽어가는 단말마.
그런 기괴한 공간을 향해 그는 발을 내딛고 있다.
이윽고, 그의 몸 반절이 공간 속에 빨려 들어갔다.
그의 얼굴이 점점 빠져든다. 끈적끈적한 어둠의 점액이 그의 몸을 감싼다.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나의 몸.



"나를 다시 찾게 될 거니까……."



마침내 그가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나의 의식도 스러졌다.















…….



"오전 7시, 일어나세요. 일어나세...."
딸칵-. 알람시계의 머리를 치니 벌써 아침이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멋대로 흩어져 베개를 뒤감쌌다. 아직은 졸린 기분이다. 희미한 시선에 침대 끝에 널브러진 이불이 보인다. 밤새 몸을 뒤적대느라 발에 채여 버려진 모양이다. 프릴 달린 분홍빛 이불을 슬슬 끄잡아내어 몸을 폭삭 덮었다.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한줌 햇살이 오른쪽 볼에 조용히 앉았다. 이대로 다시 꿈-.



꿈?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났다.
꿈……. 분명 지금도 희미한 그 기억이 머리 어딘가에서 맴돌고 있는데…….
그러나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마치 제멋대로 뒤섞은 물감을 팔레트에 짜내어 그걸로 기억이라는 도화지를 마구 범벅을 한 느낌이었다. 또 억지로 찢어 조각낸 퍼즐들이 스멀스멀 퍼즐 판으로 기어오는 감각이었다.
정말, 나는 머리가 아팠다.



눈매가 촉촉하다.
새벽이슬을 맞은 풀잎의 감촉이다.
바짝 마른 뺨 사이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있다.
눈물? 밤사이 꾼 꿈에서 내가 흘린…….
하지만 꿈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것은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이나 겪는 일이다.
나는 전혀-.



"어서 일어나. 김지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목소리의 근원은 엄마였다.
부엌에서 된장국을 끓이면서도 그녀는 나의 기상을 알아차렸나보다.
이불을 다시 걷어내니 알싸한 아침의 추위가 몸을 강타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돼. 그러면서 몸을 움직였다.
혼잣말은 굳어버린 내 습관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서 나오니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긴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7. 그리고 작은 바늘 2.
오전 7:10분. 살짝 늦게 일어난 편이다.
유리창엔 거대한 빛의 하모니가 여리게 번지고 있었다.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흐느적거리는 아침의 몸은 정말 피곤하다. 
이 시간에 몸을 움직이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매일의 일상인데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겠지-.
분홍색 잠옷 바지가 자꾸만 발에 끌렸다. 바지 옷단을 올리니 발목이 드러났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여린 발목이다. 



분홍빛으로 칠해진 화장실 안에서 나는 이빨을 닦았다.
옷을 벗어 개수대에 대충 던져놓고 샤워기를 들고 수도꼭지를 돌렸다.
시원한 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며 눈물처럼 떨어졌다. 
물줄기가 졸린 내 몸을 쓸어가며 깊은 구멍으로 사라졌다.
샤워를 하며 나는 벽에 붙여진 종이를 바라봤다. 검정색 마크로 크게 써놓은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죽어가는 이유』



예전에 아빠가 직접 쓴 글이었다.
그는 그것을 내게 보여주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항상 이 글을 봐. 그리고 생각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제까지 수백 번은 본 글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은 하염없이 아래로 흘렀고 차가운 감촉이 피부에 맞닿고 있었다.
추워진 나는 수도꼭지를 다시 비틀었고, 곧 샤워기의 빗물은 사그라졌다.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
옷을 입고 화장실을 나오니 배가 고파졌다.
아침밥을 먹으려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거실로 나와 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된장국 냄새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엌을 향해 걸었다. 역시 아무도 없다. 싱크대만 물빛에 반짝인다.
엄마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 그렇지. 엄마는.예전에…….
 나는 금세 울적한 기분이 되어 손등을 쓸었다.
 이제…….다시는…….


…….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아침 운동을 나가신 것에 불과했다.
그 증거로 식탁에 먹기 좋게 차려 놓은 샌드위치가 보였다.
그 옆에는 작은 쪽지와 함께 가득 찬 오렌지주스 컵이 놓여 있었다.
식탁으로 가 쪽지를 펼쳐 보았다. 깨알같이 적힌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딸. 다 먹고 싱크대에 그릇 올려놔. 사랑한다.』


그녀의 아침은 항상 이렇다.
남편이 자주 외근을 나가는 터라 아침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었던 그녀는
이렇게 딸을 위한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자신은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추리닝 바지를 입고 마을 주위를 몇 번 도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새벽 공기를 온 몸으로 느끼는 그 즐거움에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없었다.
그러면 내가 아까 느꼈던 감각은 뭘까.
된장국 냄새, 엄마의 목소리, 환한 아침의 풍경들.
나는 다시 머리가 아팠다.



아빠는? 오늘도 그냥 나가셨나. 아니면 또 오지 않으셨나.



외근을 자주 나가시는 아빠는 지금은 얼굴도 가물거릴 지경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집을 나섰거나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어쩌다 가끔 집에 들어오는 때도 새벽이여서 우리가 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무엇을 하느라 가족들 얼굴도 모르게 뛰어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그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워커-홀락.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 단어는 아빠의 뒤꽁무니에 언제나 붙어 다닌다.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남자다. 그리고 분명, 엄마에게도.
그래도 가끔은, 항상 곁에 없는 그가 미워지기도 한다.



샌드위치는 맛이 없었다. 혼자 먹는 밥은 원래 맛이 없다.
대충 입에 넣어 으적거리고 주스를 쭉 들이켜니 배가 그런대로 채워졌다.
엄마의 당부대로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은 뒤 내 방으로 향했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양말을 신고 교복을 입으니 대충 준비가 끝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다시 보았다. 작은 바늘이 6을 가리켰다.
[오전 7:30분. 등교 시간은 7:50분까지.]
확실한 숫자로 생각하니 상황이 명확해졌다
그대로라면 영락없는 지각이었다. 몸놀림이 바쁘게 돌아갔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주위에 있던 책들을 가방에 닥치는 대로 쑤셔 넣었다.
서둘러 거실을 가로질렀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몸이 부셔질 것 같았다.
"평소에 운동을 안하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그렇지."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또 다시 환청일까.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문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친구가 보였다.
지혜와 J다.
새침한 얼굴로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는 건 지혜.
그 옆에서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건 J의 익숙한 얼굴이었다.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어?"
지혜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우리 그냥 갈라고 했어. 지각이니까."
"미…….미안."
나는 그저 그녀를 향해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J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그럴 수도 있지. 지우도 사정이 있었을 거야."
"사정은 무슨……."
그녀는 여전히 고드름마냥 차갑다.
"일단 빨리 가자. 정말 지각하겠어."
J의 다부진 말이었다.
























...
안녕하세요.
웃긴 대학에서 활동하던 o문학소년o이라고 합니다.
지금 웃긴 대학에서 정학을 먹어서....
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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