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에서 오기는 했지만 그곳에서도 글 올린 횟수가
손에 꼽는지라 이민이나 입국심사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신입이구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곳에 핸드폰 사진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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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초 동해안 쪽은 하루에 100cm가 넘는,
기상관측 이래 기록적인 적절량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그쪽으로 갔습니다.
태백, 잠시 눈이 멎은 틈을 타 그곳을 오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눈을 온몸으로 지고 방문자를 맞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금방이라도 다시 눈이 쏟아질 듯 하늘이 뿌옇고 어둡게 내려앉습니다.
산 정상에서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아래 풍경을 보는 일이 나름 좋은데,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날도 괜찮습니다.
풍경이라는 댓가가 없어도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으로 그저 위안삼으면 됩니다.
태백에서 내려와 다음 기착지인 강릉으로 향합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눈이 내립니다.
잠깐 어어~ 하며 풍경에 눈을 파는 사이 길은 순식간에 눈에 덮입니다.
동행한 일행들과 차에서 내려 얼른 스노우 체인을 채웁니다.
강릉을 지나 그보다 조금 위쪽에 잡아둔 숙소인 순긋해변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합니다.
눈은 쉴 틈 없이 빽빽하게 내리고, 거리의 입간판들은 점점 그 안에 제 몸을 맡깁니다.
허리춤까지, 혹은 그보다 높게 눈이 쌓인 집들과 눈에 뒤덮혀 옴짝달싹 못하는 자동차들이
그렇게 늦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가운데 해수욕장 방면을 알리는 간판은 거의 지워졌고,
오른쪽 '...개파는 집" 간판은 오늘 저녁이 잠시 억울할 만도 합니다.^^
화목난로를 피워놓은 게스트 하우스의 실내는 바깥 풍경 덕분에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그 집 고양이는 폭설 속에 찾아온 손님을 보고 신이 났습니다.
같이 간 일행들과 또 그 집 고양이와 이런 저런 얘기와 음식도 나누면서
(혹시나 해서 ; 일행중에 평상 시 집사가 있어서 고양이에게 무리한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긴 밤을 폭설 속에서 지냈었지요.
오늘 오유로 오기 전 SLR의 제 정보를 보니 가입한 지 8년차가 되어 있더군요.
돌이켜 보면 SLR에도 몇 차례 대설주의보가 있었습니다.
그저 무언가가 안타까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