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결국 승리하니까요”

라는 말을 보았는데,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정의와 승리에 대해 먼저 정의해야 하더군요. 물론 종교적인 것은 배제하고 봅시다.

정의란? 인간의 가치 기준(윤리)에 맞는 것을 말하죠. 인간이 만든 규칙입니다. 

승리란? 어떤 규칙에 따라 결정되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연 법칙에는 승리·패배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이 규칙 또한 인간이 만든 규칙이 될 것입니다. 

규칙을 마음대로 정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승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노신의 아큐정전에서 나오는 “정신승리”가 이것이죠. 내가 원하는 규칙을 만들어 그 규칙 안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의 승리는 그 승리가 아닙니다. 이 문장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의”를 정의하는 가치체계 내에서 “승리”도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법 체계에 내에서 “정의=판사가 합법이라고 인정하는 행위”, “승리=형사소송에서의 승소”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법 체계 내에서 정의는 항상 승리합니다. 하지만, “정의=정의로운 행동”, “승리=형사소송에서의 승소”라고 한다면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규칙 체계도, “승리=정의”라는 규칙을 두지 않는 한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은, 당위 명제가 아닌, “꼭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자”라는 가치 명제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 하자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