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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오늘이 대선일이었다면
게시물ID : sisa_10048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8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20 11:09:01
아침에 그렇게 비가 퍼붓듯 내렸고, 우체부는 그 비를 우비 위로 맞았지만 비가 워낙 거세 상체가 흠뻑 젖어드는 기분 때문에 카페에 들어온 지금도 조금 오슬오슬거리는 듯 합니다. 우비를 아예 벗어 버리고  가디건으로 갈아 입었는데, 비는 그치는가 싶더니 차가운 공기가 갑자기 엄습합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내 옆에 와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래도 한국처럼 빙점 아래로 훅 떨어지는 날씨는 아니지만. 

날짜를 보니 12월 19일. 이명박과 박근혜도 모두 이 날 선거를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이 됐지요. 물론 지금 박근혜의 선거 자체는 부정선거로서 그녀가 대통령이었다는 것조차도 정통성의 시비가 당연히 불거진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날짜는 제겐 그래서 참 안 좋게 박혀 있습니다. 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기도 하지요. 축하드립니다. 올해 참 기분 묘하시겠어요? 근데 다스는 누구 겁니까? 

한국은 오늘이 12월 20일,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이 대선일이었겠군요. 만일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과 이에 밀려 정치권이 박근혜의 탄핵을 이뤄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대선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었을까요? 국정원은 하던 대로 수구 세력의 후보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었을 것이고, 언론은 지금보다도 훨씬 편파적이었을 것이며, 국민들은 그나마 절망감 속에서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투표가 어떻게 되든 개표는 저들이 하는 것이었을테고... 끔찍합니다. 

지난번 한국에 밝은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것도 정권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의 명단은 다 밝혀진 게 아닙니다. 이미 저들이 황급히 폐기처분 시켰을 그 명단에 저는 없었을까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되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 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도 이 혁명을 부정하고 특히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보듯 그 성과를 왜곡하고 사소한 것을 침소봉대해서 대통령이 이뤄낸 성과를 부정하는 언론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더 괘씸한 것은, 한국의 언론이 '대체로 이런 식으로 대통령을 폄훼하고 있다'는 인식을 중국까지 확산해 중국 정부로 하여금 한국 정부에 대해 불신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단지 국내의 반혁명 세력들을 향한 스피커가 아니라 우리 외교의 상대인 중국에까지 이런 인식을 심어주려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부정하는 것이 저들의 스탠스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해 혁명을 이뤄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절망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성공한 혁명의 성과들도 이를 지속 발전시키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우리가 다짐해야 할 것은 끊임없이 반혁명의 움직임을 보이는 저들을 솎아 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늘 강조하지만, 기억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6월 지방선거, 생각보다 금방입니다. 또한 엄청나게 긴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늘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래도 대선이 오늘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감사하게 됩니다. 모두 촛불 시민들의 덕입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저같은 이에게도 희망을 한껏 불어넣어 주었던 여러분들 모두에게 감사하게 되는 날입니다. 

아, 물론 오늘이 대선인 줄 알고 뛰고 있는 분도 계셨군요. ^^;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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