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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길고양이와 어느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1005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물의피똥
추천 : 21
조회수 : 907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4/08/25 21:38:53
 
 
 
 “마할…, 마할끼다…. 별내”
어느 낯선 외국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여보쎄요…. 도와주세요…. 별내 아파…. 별내 와 여기 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가 싶었다. 초등학생의 장난 전화인 줄 알고 몇 번을 끊었지만 
순간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보자에게 천천히 말해주길 요청했고 혹시 주변에 통화 가능한 한국인이 있다면 연결해 달라고 했다. 
몇 시간 뒤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고 
우리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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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는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 어느 공장에 버려진 고양이였다. 
낯선 곳에 버려진 별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경계하며 숨어 살았다. 
고향에서 돌보던 길고양이들이 생각난 에릭이라는 필리핀 노동자가 
그런 별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경계가 심했던 별내는 자기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에릭 씨를 따랐다. 
 
어느덧 일터로 향할 때나 하루 업무가 끝날 때 별내는 에릭 씨와 동행하는 사이가 됐다. 
다른 기숙사 친구들도 별내를 좋아해 기숙사에서 같이 살 수 있게 됐는데, 
고된 하루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부비부비’ 하며 ‘꾹꾹이’ 안마를 해주는
별내 덕분에 친구들 모두 고된 타지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 
 
에릭과 그의 친구들은 고향에 부치고 남은 용돈에서 조금씩 돈을 걷어 
별내에게는 제일 좋은 사료를 사서 먹였다. 
식당에서 생선구이가 나오면 살만 잘 발라서 별내에게 주고 
주말이면 기숙사 마당에서 산책도 즐기는 평화로운 일상도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공장이 문을 닫게 됐고, 
전기와 수도까지 끊긴 기숙사에는별내와 에릭 씨만 남게 됐다. 
에릭 씨는 별내만을 이곳에 두고 떠날수가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자 별내는 재채기를 했고 어느 순간 엉덩이에서 피고름까지 나기 시작했다. 
에릭 씨는 멀리 떨어진 옆 동네 공장 식당까지 걸어가서 
힘들게 고기와 생선을 얻어다가 먹였다. 
이것이 에릭 씨가 아픈 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수중에 돈이 떨어져 사료조차 맘껏 사 먹일 수 없었던 그간의 사정을 
알아듣기도 어려운 서툰 한국어로 전달하려 애썼던 에릭 씨. 
그러나 ‘타인의 고통’이란 그냥 전해지는 것이었다.
 
 
“사랑…, 사랑한다…. 별내”
공장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별내는 고보협에서 준비한 사료를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별내는 몇 번을 뒤돌아보며 에릭 씨가 있는지 확인했다. 
에릭 씨는 한국인들만 보면 ‘고양이 아플 때 도와주는 곳’을 물었고 
어렵사리 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알게 됐다고 했다. 
별내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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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별내와 에릭 씨의 헤어짐은 쉽지 않았다. 
이동장을 보고 ‘하악질’을 심하게 하던 별내를 에릭 씨는 자신의 품에서 한참을 달랬다. 
에릭 씨는 출발한 차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고, 
우리는 그가 작은 점으로 변할 때까지 별내에게 그를 계속 보여줬다.
병원에 도착한 별내는 자궁 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궁의 반이 고름에 차서 썩고 있었다. 
아마도 별내는 공장 지대에 버려지기 전 여러 번 출산했고 
반려동물이기보다는 쥐잡이용 고양이로 키워졌던 것 같았다. 
 
담당의는 “원래 이렇게 자궁 축농증이 심하면 빈혈이 동반되지만 
에릭 님의 정성으로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강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 같다”며 
“자칫 수술이 늦어졌다면 염증이 온몸에 퍼지고 고열로 위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상 병문안을 올 수 없었던 에릭 씨는 
전화로 별내의 안부를 수시로 물어왔다. 
전화기가 없던지라 동네 식당 아주머니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먼 길을 걸었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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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영상통화가 되는 식당 손님의 전화기를 빌려서 
영상통화가 시도된 적이 있었다.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도 별내는 그 사람이 에릭 씨라는 걸 
대번에 알아본 것 같았다. 
입원 내내 등 돌려 먹지고 않고 웅크리고 있던 별내가 
‘아웅 아웅’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고 
에릭 씨도 흐느끼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마할…, 마할끼다…. 별내.”
 
별내와 에릭 씨의 우정은 에릭 씨의 일자리 때문에 이별로 끝이 났지만, 
우리는 에릭 씨에게 전화번호를 건네주며 협회 방문을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을 남겨뒀다. 
그리고 에릭 씨가 흐느끼며 했던 참으로 궁금했던 그 말을 사무실로 복귀한 뒤 검색해봤다. 
그것이 ‘사랑한다’라는 말이었음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삶은, 세상은 정말 한 편의 영화일 수도 있다.
 
글 사진 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감자칲)
 
 
 
 
 
퍼온곳 -네이버블로그 "고양이와의 즐거운 생활"  http://blog.naver.com/jekyll13/2200496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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