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에서 야근 할 무렵 있었던 이야기.
ALS라는 병에 걸려서, 근력이 저하된 나머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여자 환자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문자판이라고 부르는, 히라가나가 하나하나 적힌 투명한 판을 사용했다.
환자가 시선을 옮기면 그 시선에 있는 글자를 상대가 읽어가며 이해하는 것이다.
한밤 중, 그 환자가 계속해서 너스 콜을 눌렀다.
환자 개인실에 찾아가 무슨 일인지 묻고, 문자판을 향한 시선을 읽었다.
[방 한 구 석 에]
[검 은 간 호 사 가 있 어]
읽다가 벌써 너무 무서워져서 나는 방에서 뛰쳐나오고 말았다.
복도로 나오자, 환자는 금세 다시 너스 콜을 눌렀다.
움직일 수도 없는 채 거기 남겨진 환자도 겁에 질렸을테지만, 나 역시 무서워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있던 선배를 불러, 함께 방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검은 간호사 같은 건 사라진 듯 했다.
그 사건 이후, 그 환자는 나를 불신하게 된 듯 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기억 뿐이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369?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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