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한 페미니스트가 본 여성시대
게시물ID : freeboard_832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돈모왕
추천 : 2
조회수 : 151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5/13 04:57:42

 페미니스트가 바라보는 여성시대 (긴글주의)


오늘 나는 여성학을 공부하는 학도로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 명의 여자로서 여성시대라는 카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활자화된 말은 그 말이 이루어지던 당시의 미묘한 어감,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분위기를 전혀 전달 하지 못한다. 때문에 팟캐스트를 직접 듣지 못한 상태에서 활자화된 글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텍스트본은 옹달샘이 여성비하,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성시대를 비롯한 여초 성향 커뮤니티의 노력으로 이 일을 공론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들만의 리그' 취급을 받던 일베가 3대 포털에 기어나오고, 자신들의 왜곡된 여성 혐오 사상을 불특정 다수에 확산시키려는 이 시점에 옹달샘의 발언을 공론화 시킨 일은 대한민국에 퍼져가는 여성 혐오 사상에 경종을 울리고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했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난 일이라고는 하나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였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게 나 역시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동민은 다시 한 번 사과의사를 표명했다.

여성시대의 실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장동민의 사과는 그 발언의 강도와 파장을 생각했을 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요구해야 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분노를 달래 줄 제대로 된 사과 요구에 대한 권리가 충분히 있었다. 

예컨대 옹달샘 개개인이 각출을 해서 여성인권단체에 기부를 한다던지, 광화문 앞에서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한 사죄의 퍼포먼스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성시대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장동민의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했다. 무한도전 하차뿐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에서의 하차 심지어 옹달샘 개개인의 사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함으로써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그리고 장동민은 무한도전 하차 의사를 밝혔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잃었다.

하나는 장동민이 무한도전에서 하차함으로써 일베를 포함, 호시탐탐 여성 혐오 사상을 확산시키려는 세력에게 경각심을 울릴 만한 제대로 된 사과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됐다.

이건 두 번째로 잃은 것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동안 여성시대 및 여초 성향 커뮤니티의 입김이 입김에 그치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적극적인 소수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베를 보자. 일베가 아무리 의견을 개진하고 선동해도 방송 관계자는 물론 대다수의 국민 그 누구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이미 "그저 적극적이기만한 (정신이상)소수"라는 이미지가 씌워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이미지가 여성시대에 드리우고 있다. '갈색일베'라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페미니즘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 본 여성이라면 "언어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페미니스트 선배들이 평생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 분노와 좌절, 눈물로 점철된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언어화"하려는 노력이다.

 더 이상 여성시대는 예전의 그 이미지가 아니다. 일베의 지금 이미지(정신병자 집단)가 대다수 국민에게 확산되는데 시간이 걸렸듯 지금 당장은 인터넷을 아주 활발히하는 소수에게만 '여자일베'로 여겨지겠지만 앞으로 이번과 같은 일이 계속되는한 여성시대가 '여자일베'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도대체 일개 개그맨에 불과한 장동민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장동민을 하차시킴으로써 "우리를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식의 작은 승리감이 앞으로 이보다 더 한 일이 생겼을 때 대다수 여성의 발언까지 "여자일베"이라고 몰림으로써 발언에 힘이 실리지 않는 "재앙"보다 크다고 생각하는지 정말로 묻고 싶다.

자매애는 강하다. 더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장동민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부장적인 사고로 가득한, 우리가 다시는 공개적으로 그 입을 못 열도록 퇴치해야 할 가부장제 유령에 씌인 괴물이 가득하다.

우리는 우리의 자매애를 이런 괴물을 퇴치하는 데에 써야한다.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여성 인권을 개선하고 싶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여기고 긍지를 느낀다면, 옹달샘의 생존권을 빼앗는 일에 키보드질 하는 것은 이제 멈추고 훌륭한 페미니즘 서적을 구입해서 읽고 또 읽기를 바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글은 욕먹고 삭제됐었다고 하네요....

1차출처가 어딘진모르겠습니다 구글에도 안나오고...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muhan&no=1340472&page=5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