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또 그리 적은 나이도 아닙니다.
어째서인지 시간의 흐름보다도 세상은 빠르게 변해서, 내 어릴때 기억은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일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저보다 두어살 어린 오징어보다, 육칠년 윗선이신 아재들과 정서를 더 많이 공유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서 많은 부분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없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요. 제가 교복 입고 다닐적만 해도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렇게 되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요.
그냥 제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간 쌓아 온 모든것을 부정당하는 순간이 옵니다.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그래서 멘탈이 풍화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심장이 터질듯이 벌렁거려서,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마 그 전 같았으면, 익명으로 고민게에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을겁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따뜻하게 위로를 해 주실거고, 어떤 분은 이성적인 충고를 해 주시겠지요.
답정너라고 하더라도 좋아요.
예상답안에서 벗어나지 않더라도, 모니터 너머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며 비장한 자세로 토닥토닥을 받고 나면
그래도 주르륵 흘러내린 멘탈의 한줌 정도는 회수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럴수가 없어요.
그냥 내가 여성이라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 하소연 할 수가 없어요.
위축됩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의외로 제 멘탈은 튼튼한 편입니다. 믿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런 저의 변화가 슬프답니다. 저보다 더 어리고 여린 여징어들은 어찌하나.
세상 살며 이런 순간을 몇번이고 맞이할텐데.
하소연 할 수 있는 다정한 창구를 강제로 틀어막힌 기분을 느낄텐데.....
그냥 저만 그런거면 좋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변화라면 좋겠습니다.
징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에 아무런 망설임도, 꺼리낌도 없길 바랍니다.
고민게에 갔다가 세번쯤 되돌아 나오고 나니까 차라리 이렇게 자게에 글을 쓰자 싶네요.
괜히 더 슬픕니다.
상처에 고춧가루가 강제주입 된 기분이에요.
그러면 저는 오징어볶....아....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