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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산문 -길을 걷는 나그네.
게시물ID : lovestory_73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니파샤
추천 : 0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13 20:47:44
************길을 걷는 나그네.

길을 가는 나그네는 모든이의 친구이다.
길가의 바위, 잡초,
휘엉청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는 보리수 나무. 
심지어 자신의 발목을 독니로 무는 독사까지도 길을 가는 나그네에
게 친구다.
길을 가다 보면 간혹 다른 나그네를 만날수도 있다.
그네들 역시 각자의 길을 부지런히, 혹은 쉬엄쉬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가는 길을 가면 목적지가 나오리라 확신을 가지
고 간다.
어떤 이는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 몰라 항상 다른 나그네 
뒤만 따라다니다가 지쳐서 그 자리에 누워 잠들어버린다.
어떤 이는 길을 가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그네를 보기위
해 길을 간다.
어떤 이는 그저 다른 이의 길을 훼손해 다른 나그네가 우왕좌왕 하
는 걸 보기위해 간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면 이따끔 자신과 같거나 혹은 비슷한 길을 가
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이럴 때 나그네는 찬찬히 웃으며 말벗이 된 다른 나그네를 지긋히 
살펴본다. 사실 같은 길을 걷는 것은 두사람이 서로 걷는 보폭, 다
리길이, 속도 등이 같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앞서거나 뒤쳐지게 되
면 그 두사람은 다 뭔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둘이 손을 잡고 가거나 아니면 조금 먼찍이 떨어져 가면 된다. 손을 
잡고 가면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가기 때문에 같이 갈수 있어 좋고 
멀찍이 떨어져 가면 누가 앞서거나 뒤서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
아 좋다.

때때로 같은 길을 가는 나그네가 아닌 다른길을 가는 나그네가 우연
찮게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는 보통 눈인사를 하거나 서로 가지고 있는 식량같은 것들을 
바꾸기도 하고, 혹은 앞으로 가는 길에 대해 묻기도 한다.
간혹 심보 고약한 나그네는 먼지만 남기고 가기도 하고 혹은 자기
의 길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팡이를 들어 때리기도 한다.


사실 이보다 많은 일들이 길을 가다 보면 일어난다. 
하지만 모든 일들은 다 길을 가는 나그네의 몫이다.
어떤 날은 폭풍우가 몰아쳐 눈앞을 바라 볼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날씨가 화창해 지쳐서 쉬고 있던 나그네까지 길을 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나그네는 자신이 가는 길이 힘들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고 
평탄하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는다. 날씨가 화창하다고 해서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날씨가 험하다고 해서 갈길을 
멈추지 않는다.

단지 나그네는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걷는다.

200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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