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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깨달은 진실들.SSul
게시물ID : computer_1007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맥콜같은인간
추천 : 2
조회수 : 63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7/28 19:19:30
 
 
 
 
1. 오래전에 폭팔한 컴퓨터
 
 
내 첫 컴퓨터는 삼성 매직스테이션 M510D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이게 첫번째 컴퓨터가 아닐 수도 있었다. 첫번째는 대우 알라딘 386dx가 될 뻔했다.
그런데 왜 그게 처음이 아니게 되었냐면 지구온난화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긴 개뿔 그딴건 없고
테스트 도중 폭팔하여 큰 화재를 낼 뻔 했기 때문인 것이다.
 
당시에는 전압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가 폭팔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받았지만
후에 깨닫기를 아마 오래도록 작동하지 않았던 컴퓨터 파워를 넣으니 콘덴서가 녹은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아마 그때 그걸 알았다면...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_-
 
 
 
 
 
 
 
 
 
2. 유승준 스티커의 저주
 
 
이것도 역시 M510D모델을 쓸 당시의 이야기다.
당시의 컴퓨터란 사실 지금처럼 짱짱맨 타워형 쿨러가 아니라 방열판 내지는 USB선풍기만도 못한 쿨러를 썼는데,
그래도 여름에는 발열때문에 꽤 멈추는 일이 잦았다. 나는 이 컴퓨터를 2004년까지 썼다.
 
내가 말하는 유승준 스티커의 저주는 2002년 월드컵함성이 우주를 돌파할 시절의 이야기다.
다이카타나 한번 어떻게든 돌려보겠다고 알바를 해서 부두2 라도 사보려고 했지만 임플란트의 쓰라린 공격에
내 소소한 꿈이 무너졌고 이때부터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타락을 거듭하여 마침내 pc구입후 한번도 뜯지 않았던
유승준 스티커를 전면부 환기팬에 붙여놓는 몹쓸짓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몹쓸짓은 마침내 새벽 몰컴중 결실을 맺게 되는데 바로 무한블루스크린의 향연이 그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비루한 메모리(72핀 EDO x4 = 64MB)와 vga카드의 더블콤보로 윈도우 95를 쓰는것이 한계였는데,
좀 괜찮은 게임 한번 돌리면 여지없이 뜨는 블루스크린때문에 미칠지경이었다. 그런데 환기팬에 스티커까지 붙여놨으니
이제 이 노인장컴퓨터께서 노하셔서 무한 블루스크린으로 호통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둠2 모드정도 깔아서 하는 것 밖에 없는 내가 그걸 알리가 있나.
이놈의 컴퓨터가 드디어 뒤질때가 됐다며 뒤지게 패려다가 아버지에게 걸려서 최사장에게 뒤지게 맞는 김판호꼴 날뻔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당분간은 펜티엄4 최신사양을 자랑하는 pc방에서 퀘이크3를 하며 며칠을 버텼다.
그러나 용돈에도 한계가 있고 매일 피씨방 다니는 아들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
당시 고2였던 아들노무새끼가 피씨방에 쳐 다니고 있으니 아버지가 얼마나 진노하셨을까.
 
나는 결국 PC방 금지령이 내려졌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집에 구금된 나는 어떻게하면 이 노친네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번뜩 든 생각.
혹시 스티커를 떼면 어떨까?
 
나는 반신반의하며 스티커를 뗀 뒤 본체를 꾸욱 눌러 컴퓨터를 켰고(전원버튼이 망가지면서 이상하게 본체를 누르면
컴퓨터가 켜지는 괴현상이...) 영롱한 윈도우 시작음과 함께 마침내 둠2 모드를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지금이야 그런 미친짓을 할 리도 없고 그렇기야 하다만, 어쩌면 그것은 환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소홀히 대했던
컴퓨터의 작은 복수가 아니었을까?
 
 
 
 
 
 
 
3. 아무리 군인이라지만 이건 심했다
 
 
2007년 나는 첫 일병정기 휴가를 나왔다.
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컴퓨터를 구입한다면 하이퍼쓰레기가 적용된 프레스캇을 사겠다고.
신이 나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장난으로 산 로또가 3등에 당첨되면서 나는 꿈에도 그리던 새 컴퓨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의 메카라고 하면 지금도 용산이지만 그때는 성지에 가까운 곳이었다. 당시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터미널상가만 영업을 하고
있었고, 싸게 잘해준다는 말에 혹해 들어간 그곳에서 나는...
 
 
 
 
 
 
"견적좀..."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떤 사양을 원하세요?"
 
"어... 메모리는 1기가 쯤으로 할거구요... 시피유는..."
 
 
 
능글능글한 웃음의 직원은 밑도끝도없이 말을 자르며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 하더니 이내 자신이 추천해주는 사양이라며
뭔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모니터까지 합해 총 70만원이라고? 하지만 로또 3등이잖아 이정도는 사주지!
나는 기분좋게 터미널을 돌아다니며 담배도 하나 꼬실리고 한시간뒤에 매장으로 돌아갔다.
 
 
"고객님(아마 속으로는 호갱새끼라고 외치고 있었을 것 같다) 다 되셨습니다. 서든어택이 아주 잘 돌아가던데요?"
 
"...예? 아 뭐... 예..."
 
 
거의 강탈당하듯이 70만원을 빼앗기고 나는 의기양양하게 컴퓨터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집에와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다.
시피유는 내가 꿈에도 그리던 프레스캇 ht 적용 3.4기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메모리도 1기가에 그래픽카드가 7600gs..?
뭐 어때! 지포스4 보다 좋은거잖아!
 
 
 
 
 
 
 
 
 
 
 
 
그리고 그날 나는 술자리에서 병신호구새끼나가뒤져라라는 욕을 처음으로 들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열심히 컴퓨터에 대해 공부했다.
 
 
 
 
 
 
 
 
 
 
 
 
 
 
 
 
 
 
 
 
악마같은새끼들 씨밤 그뒤로 나는 터미널의 ㅌ자만 나와도 사이클롭스에 빙의된다.
 
 
 
 
 
 
 
 
 
 
 
 
 
 
 
 
 
 
 
 
 
 
 
쪽팔려서 더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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