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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폭행에 관한 일들을 보다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839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아르
추천 : 1
조회수 : 2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13 23:15:22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이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고민됩니다... 

하지만 작금의 답답한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고민게에 익명으로 작성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어쨌거나 제 과거고 제가 가져가야 할 기억이기에 용기를 내봅니다. 

전 정말 예전.. 그러니까 10년도 더 되고.. 거기서도 몇년이나 더 예전에 10대 시절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제가 다행히 그 사태를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는 점은 주변에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거죠.

참 웃기죠..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게 가장 후회되다니 그런데 사실이예요.

그때 당시 상대방은 저보다 10살이상 많던 30대였던 남성이었죠. 뭐.. 사건이 알려져서 그 사람은 처벌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저는 제가 피해자임이 분명했던 사건(남자는 들어올수 없는 여자 기숙사에 학생회장이라는 권한으로 무단으로 들어와서 범행을 하려했었습니다.)임에도 그 남자의 "저애가 먼저 꼬리쳤다" 라는 말에 여러 어른들에게 제가 꽃뱀이 아닌걸 증명해야 했으며 왜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았냐는 훈계를 받았으며, 어쨌거나 난 피해자이니까 라고 겨우겨우 버티던 저에게 가해자는 "넌 그런 일을 당하고도 어떻게 고개를 들고다니냐?" 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아득해지네요.

그런데 사실 이때 저것들은 힘들긴 했지만 이겨낼 수 있었어요. 어쨌거나 저는 피해자고 잘못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때의 제가 저런 의심과 말들보다 더 상처를 크게 받은건.. 참 웃기게도 제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동갑내기 여자애의 한마디였습니다.

저런 사건이 있고 힘들어하는 저에게 그 아이가 그러더군요. "너는 그냥 가만히 있지 뭐하러 일을 이렇게 키우냐" 

그 순간 무너질수 밖에 없더군요. 적어도 저 아이는 제 마음을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절 탓하고 있더군요. 그 후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숙사였고 부모님도 가까이 없었고.. 아니 계셨더라도 말을 못했을테죠. 날 위로해줄거란 확신이 있는 친한 친구들은 멀리 있어 볼수도 없었고... 마음 붇일 곳 하나 없이 혼자서 꾹꾹 눌러담고 기억 저 깊숙한 곳에 담아놓고 아무것도 없었다고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지요. 

그 와중에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캡쳐로 돌아다니는 피해자의 지인의 말을 보았습니다.

예전생각이 나더군요.. 뭐.. 그 아이는 절 타박했고, 그 지인은 신고를 할거라고 했습니다만.. 제 눈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한없이 가벼운 그 행태가 다를 바 없어보였습니다. 정말.. 그 아이는.. 그리고 그 지인은 본인들이 무엇을 한건지 알기나 할까요. 본인들의 그 가볍게 내뱉은 말이 타인의 상처를 들 쑤시고 한없이 힘들게 한다는 걸..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으련만 비슷한 일이 어딘가에서 일어날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의 기억에 참 힘드네요.

정말 힘들어요.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저도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정리하기 힘들지만 그 지인이라는 여성은 본인이 가볍게 놀린 손가락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은건지 한번 돌이켜 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살지마요.. 

쓰다보니 저도 감정이 너무 우울해서 많이 어두워보이네요. 이민오신 분들도 많은데 참 어수선한 분위기에 또 이런글을 던져 죄송합니다. 이민오신 스르륵 회원분들의 사진에 참 많은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지금 사태가 끝나고 다시 예전의 광장으로 돌아갔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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