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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rts.chosun.com/news/ntype2_o.htm?ut=1&name=/news/sports/200706/20070605/76e12205.htm [조광래의 눈] 베어벡의 책임 떠넘기기
2007-06-04 23:34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을 마친 후 핌 베어벡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특히 김두현이라는 특정 선수의 플레이를 두고 감독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내뱉은 발언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바로는 김두현의 플레이에서 크게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수비 지향적이었던 미드필드 라인에 김두현이 투입되면서 어느 정도 활기가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김두현의 투입시기였다. 이미 경기의 향방이 기울어진 이후여서 분위기가 산만했고, 공격에 집중하겠다는 팀 전체의 의지가 약해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베어벡 감독이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더 많았다면 이런 분위기를 사전에 추스른 후 공격적인 변화를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공격 의지를 잡는 데도 실패했고, 공격적인 옵션을 선택하는 타이밍도 잘못 잡았다.
K-리그 일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고 꼬집었는데 이 점도 의아하다. 감독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감독은 팀 전체의 컨디션에 따라 전술을 구상하고, 이를 관리해 나가는 자리다. 특히 대표팀 감독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 대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성남과 수원이 컵대회 6강 플레이오프에서 120분간의 혈투를 벌였고, 그로 인해 이 두 팀에 속한 대표팀의 주축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물론 이것은 베어벡 감독의 입장에선 좋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이를 관리하는 것이 또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선수들의 컨디션 탓만 할 것인가. 선수들의 기술이나 컨디션에만 의지할 것이라면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는 것 이외에 할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네덜란드전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점은 오히려 다른 데 있었다. 고질적인 중앙 수비 불안을 선수를 바꿔가며 테스트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나, 미드필드에서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패스의 연결을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없었다는 점이 그런 것이었다.
중앙 수비에 관한 문제의 경우 우리 수비수들이 전반적으로 수비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독이 반드시 상황별 대처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표팀의 경우는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미드필드의 운용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드로 누구를 선택하든지 간에 공격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를 기용해야 전체적인 경기 운영의 밸런스가 맞는다. 지나치게 수비지향적인 포메이션은 답답한 경기를 양산할 뿐이다. < 스포츠조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