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개장 앞두고 ‘교통 딜레마’
부지 좁고 도로 끼고있어 늘리기 한계…
사업비 치솟아 지하공간 확충도 무리
市 “대중교통 이용유도”… 효과 의문
한국 최초의 돔 야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돔’이 10월 중순 문을 연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지 6년 8개월 만이다.
관중석은 1만8092석에 달하고 운동장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용과 같은 흙이 쓰였다. 은빛 유선형의 외관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와서 서울 서남권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부터는 프로야구장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다른 시설에 비해 주차장은 프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고척돔의 주차면은 492개. 전국 11개 프로야구장(신축 중인 고척돔, 대구신구장 포함)의
‘주차 1면당 수용 가능한 관중 비율’로 따지면 10위(36.8명)다. 고척돔보다 주차공간이 적은 곳은 1948년 개장한
대구 북구 시민구장(74.1명)밖에 없다. 이마저도 선수단과 구단 직원, 취재진용(약 200면)을 빼면 실제 야구팬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는 300개에 불과하다.
협소한 주차장은 애초에 잘못된 고척돔 입지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아마구장으로 건설되던
야구장을 갑자기 돔구장으로 바꾼 게 ‘원죄’”라고 말했다.
고척돔은 원래 2008년 4월 철거된 ‘아마야구 성소’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다. 원래 지붕을 반만 덮은 하프돔이었다.
하지만 야구 열풍에 힘입어 2009년 4월 갑자기 프로용 돔구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부지 자체가 애초에 프로야구용으로 너무 협소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고척돔이 도로 바로 옆에 붙어서 노면 주차장을
확충하기가 어려웠다”며 “사업비도 치솟고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 지하를 더 파는 것도 무리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6번이나 설계가 변경되면서 사업비는 2443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초기 사업비(529억 원)의 약 4.6배다.
고척돔 앞 ‘경인로’의 상습 정체도 주차장 확충을 막는 요인이다. 김용석 구로구 교통시설팀장은 “출·퇴근길 경인로는
정체구간이 2∼3km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며 “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도로 서비스 수준이 E급(방향 조작 및
속도 선택 불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대한 많은 관중을 대중교통으로 유인하기 위해
출구가 1곳뿐인 구일역(지하철 1호선)에 출구 1개를 더 만들고, 보행 전용로도 새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장려책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고척돔은 잠실, 목동구장에 비해 외진 곳이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인과 장애인, 아동 등 교통약자인 야구팬의 불만이 크다.
넥센 팬 김모 씨(33)는 “은평구 집에서 어린 딸(5)과 함께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차 없이는 갈 수가 없다”며
“편한 주차 역시 중요한 팬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문을 연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도
대중교통 활성화를 목적으로 주차면을 1106개만 조성했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근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설 정도로 ‘불법주차’가 심각하다.
이런 우려 탓에 서울시는 내년 2월까지 안양천 수변에 주차면 120개를 갖춘 광장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구로구 관계자는 “경인로 진입 차량만 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 안 되는 고척돔 주차장 증설은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