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교수, 日 극우잡지에 한국 대중문화 비하 글 기고 논란
한국 TV에 자주 출연하면서 ‘친한파’ ‘지한파’ 일본인으로 인식돼 온 미즈노 교수(37)가 일본 극우잡지에 수차례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기고해 논란이 일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장팔현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박사(현 충북대 정외과 강사)가 시사 월간지 ‘신동아’ 7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밝혀졌다.
장 박사는 이 글에서 “미즈노 페이씨는 한국에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본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일본에선 2002년부터 ‘사피오(SAPIO)’ ‘쇼쿤(諸君)’ ‘겐다이코리아(現代コリァ)’ 등 일본잡지에 ‘노히라 슈스’라는 필명으로 기고하며 한국을 비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한국 역사 왜곡, 한국의 나쁜 이미지 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 잡지들은 ‘한국 때리기’의 정도가 도를 넘어선 내용을 싣고 있다. 양식 있는 일본인들도 이들 잡지에 대해선 고개를 흔들 정도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KBS ‘좋은 나라 운동본부’ 등 TV의 각종 오락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온 미즈노씨는 2004년 8월 ‘사피오’에 “한국 영화 드라마에 그려진 ‘일본 여성’은 현실과 괴리되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다.
반면 ‘일본 남성’의 이미지는 ‘야비하고 잔인하며 비열한, 증오 받는 역’이며 그 대표작이 ‘장군의 아들’(1990)과 ‘장군의 아들2’(1991)이다”면서 “일본인 취향의 수출 작품만을 보고서 ‘한류’에 빠져들어 한국 영화 드라마 팬이 되어버린 분이 많겠지만, 진짜로 한국 영화 드라마 팬을 자칭한다면 ‘일본에서 공개되지 않은(할 수 없는)’ 영화 드라마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기고했다.
장 박사는 이런 미즈노씨의 기고는 제목부터 맺음말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봤을 때 한류를 거부하라는 선동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해석한다. 물론 일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줄거리 전개상 일본인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즈노씨는 1990년대에 제작된 일부 작품을 확대 해석해 모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일본에 대해 왜곡이나 일삼는 수준으로 격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즈노씨는 ‘쇼쿤’ 2004년 8월호 기고를 통해 한류 스타 배용준을 맹렬히 비난한다. 배용준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면 일본의 월간지 ‘겐다이’(2004년 7월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배용준이 한국인의 반일감정에 관한 질문에 ‘우리들 한국인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과거의 식민지 지배를, 그것은 모두가 옛일이라고 결론내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상처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더욱이 현재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반일감정과는 별도로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자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을 빙빙 돌려서 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즈노씨는 “이처럼 배용준이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일본인의 기호에 맞지 않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일본에 대한 ‘(그의) 속내’가 일본인의 기호에 합치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글을 썼다.
미즈노씨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겨울연가를 우호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짝사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배용준이 고이즈미 수상의 다케시마(독도) 관련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이다. 결국 배용준도 한국의 일반적인 애국자로서 ‘독도는 한국의 영토’ ‘고이즈미 수상의 발언은 망언이다’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서로의 입장에 서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흠집잡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그는 “고이즈미 수상은 배용준이 ‘조화(調和)와 공감을 기초로 한 커뮤니티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수상에 대해 말한다면, 그런 물러빠진 달콤한 상념은 빨리 버리는 편이 낫다. 고이즈미 수상이 배용준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면 우선 ‘다케시마는 한국의 영토’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의 논지를 이어갔다.
이어 그는 “일본의 중년여성이 배용준과 ‘겨울연가’에 이루지 못한 꿈을 기대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을 확대해석해서 ‘일한 우호’와 ‘국제 커뮤니티의 형성’까지 기대한다는 것은 일본인의 짝사랑이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도저히 일본에서 방영될 수 없는 드라마와 영화가 존재하고, 한국인이 그것에 갈채를 보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미즈노씨는 “배용준의 ‘속내’가 그렇듯이 한국인에 있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영토문제는 증오와 원념(怨念), 반감의 대상으로 일본과 타협할 여지는 없다”면서 “그러한 현실에서 쭉 눈을 돌린 채 일본인의 기호에 맞는 드라마에 도취해서 ‘일한 우호’를 얘기하는 것은 자기만족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기고했다.
이밖에도 미즈노씨는 고대 백제 문물을 일본에 전해준 왕인의 전라남도 영암군 유적도 한국에서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길동이 일본 이시가키시마의 ‘홍가와라’와 동일인물이라는 주장하는 전남 장성군의 홍길동 유적도 허구라고 비난했다.
미즈노씨는 경북 고령군에 있는 고천원 유적지도 한국이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한술 더 떠 한국의 고대사 유적 전반을 폄훼하기에 이른다.
장 박사는 “미즈노씨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명성을 적절히 활용하고 한국 연예계 상황을 자신의 글에 사례로 인용함으로써 일본 국내 극우 인사보다 더 설득력 있게 한국을 폄훼하고 있다”면서 “미즈노씨가 ‘사피오’ 등 고국의 동류집단과 손발을 맞춰 어떤 글을 쓰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그러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김치를 예찬하는 ‘미즈노 페이’와 극우잡지의 한국 때리기에 선봉이 된 ‘노히라 슈스’ 사이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음을 그 자신이 이제 깨달아야 한다. 그가 한국 TV에 출연해 친한파 행세를 하며 한일 우호를 얘기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 극우세력도 양식이 있다면 이 같은 ‘이중 플레이’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고 글을 맺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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