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 자동개입 위험 떠안아. 국회 몰래 위법 소지
임종석 UAE 방문 목적 관련 있는 듯
국방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비밀리에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MLSA는 양국 군대가 전시와 평시 군수지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물자와 용역을 지원하는 협정이다.
2011년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한 데 이어 군수물자까지 지원하는 MLSA를 추가로 체결하면서 유사시 아크부대는 중동지역 분쟁에 자동 개입해야 할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UAE를 전격 방문한 것도 이처럼 과거 정부 시절 원전 수주의 대가로 군사지원을 하면서 왜곡된 양국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2013년 10월쯤 한국과 UAE의 군수분야 국장급이 만나 비공개로 MLSA를 체결했다”며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국회에도 MLSA 체결을 알리지 않고 청와대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후 양국은 국장급 실무자가 매년 양국을 번갈아 가며 군수협력을 위한 정례 회의를 열고 있다.
양해각서(MOU) 형식으로 맺은 한-UAE 간 MLSA에는 긴급사태, 작전, 연습, 평화유지활동, 탄약지원 등의 상황에서 우리가 UAE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UAE 주둔 아크부대의 임무를 특수부대 교육훈련 지원, 연합훈련, 우리 국민 보호로 한정한 국회 파병동의안의 범위를 넘어설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국방부는 UAE와 체결한 MLSA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
1988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7년 뉴질랜드, 2012년 스페인ㆍ영국, 2016년 독일 등 15개국과 MLSA를 체결한 사실은 국방백서를 통해 공개하면서도 UAE 관련 내용은 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양국 간 신의를 고려해 UAE와의 MLSA 체결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미국과 일본은 ACSA, 이 외의 국가들은 MLSA라고 부른다. 정보보호협정(GSOMIA)을 거쳐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다. 일본은 2016년 11월 GSOMIA 체결 이후 우리와의 ACSA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