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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아재가 10년전 교생실습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올려봅니다.
게시물ID : fashion_1556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alkholic
추천 : 11
조회수 : 96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5/15 15:40:53
일반05~1.JPG

2005년 4월. 교생실습하던 시절. 맨 오른쪽이 저입니다. 여자선생님이 제 지도선생님~ 나머지 두분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틈나는 대로 방송대 학과이수하시던 분들입니다. 교육열이 대단했죠.

오늘 스승의 날이길래, 어디다 글을 써볼까 하다가, 따로 쓸 데가 없어서 여기에 올려 봅니다.

스승의 날이라면 보통 선생님을 찾게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짧았던 1달(2달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워낙 오래되어서...아마 교생실습일지를 꺼내봐야겠습니다. 따로 제본해놨었는데 한번 뒤져봐야겠네요.) 동안의 제자들이 기억이 나네요.

때는 2005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딱 10년전이네요. 대학교 4학년, 저는 학과 교육실습을 해야했기에 부랴부랴 제 전공과목으로 교육실습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닥쳐서 찾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아뭏든 제 전공과목은 전기공학과였기 때문에 어디서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거기다가 사는 곳인 서울은 그나마 금방 사람이 꽉 차더군요.

게다가 제 학과는, 아니 학부에서 아니 공대에서!!!(두둥!) 남자 교생은 저 하나였습니다. 학교에서 교육이수과목 지정하고 첫번째 해의 첫번째 학생이기에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다니던 대학교 주변의 학교에서 찾다가 겨우겨우 저를 받아주는 공고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고 가서 저는 정말 여러가지 컬쳐쇼크를 받게 되었습니다. 공고라고 하면 대개...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거의 무협지를 찍을 정도의 싸움을 하며 뻑하면 사고치고 학교 안 나오고, 학교는 무슨 어둠의 소굴인 듯 양하게 많은 작품에서 나오곤 합니다만...제가 교생실습을 할 때만 해도, 그런 데는 아예 없고, 공고 그 자체가 많이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 무지 깨끗했습니다. 거기다가 실습자재는....정말 어지간한 대학교 공대 실험실의 자재보다 좋습니다. 대학교의 실습자재란...썩거나 몇십년 되거나 안돌아가서 자비로 구하거나 원하는 실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하거나 납땜하다가 손을 대신 지지고...뭐 이런 경우가 태반입니다만 고등학교 실습교재는 정말 최첨단을 달리더군요. 회로 키트는 그냥 뺏다 꼽았다 할 수 있고, 모든 센서는 전자식이고!!! 안좋은 국립대학교보다 좋습디다.

거기에다가 칠판은 전동으로 움직이고 액상분필에!!! 정말 거지같던 대학교의 상태보다 훨씬 인프라는 좋더군요.

학생들을 만났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제 지도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전부 다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래서 다 나오게 되면 햄버거를 사주고 있어요. 다 나와야 하니까 학생들끼리 연락해서 늦게라도 오라고 하지요. 못 나오면 알바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냥 나와도 할 게 없다고 안 나오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래도 일단 학교에 나오면 만족이에요."
라고 하셨는데!!!

저희 반 학생들은 전부 출석했습니다. 뭐 언제나 다 출석한 것은 아니고, 가끔 한두명이 점심시간 이후에 등교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면 참 착한 학생들입니다. 지도선생님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신 것 같아요.

공고에서 배우는 것들 하면, 특히 전기/전자/컴퓨터 학과에서 배우는 것은 일반적인 국영수과학 이런 것들하고 학과전공수업이 있어요.
물론, 지금은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현재 저는 교사가 아니라서요.

제가 맡게 된 것은 컴퓨터수업이었습니다. 어셈블리어를 학생들하게 가르치는 과정을 연구수업으로 하기로 했었고, 시험문제도 내보고 시험감독도 해봤죠. 그리고 교생실습이야 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 뭐라구요? 교생실습이 생각이 안난다구요? 

봐주세요. 저도 기억이 10년전, 그리고 학생때 교생실습은 20년도 더되었습니다...-_-; 괜히 아재가 아니라니까요. 

공고에서 교생실습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고는 특히 실습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공고 역시 학생들이 분야가 갈립니다.

1) 대학교를 가고 싶다.
2) 바로 취직하겠다.
3) 그냥 졸업만 하면 된다.
4) 나를 내버려둬.

여기서 가장 어려운 애들이 4번입니다. 얘네들은 사고를 친다기보다는 그냥 안 옵니다... 그 전 지도선생님이 그래서 저 4번 유형 애들을 학교에 나오기 위해서 정말 애쓰셨어요. 일년씩 꿇은 애들을 통해서 물어물어 학교로 데려오시기도 했고, 햄버거같은 물질적인 당근으로 오게 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는 건강했기 때문에(지금도 건강합니다만 헌혈을 하진 못합니다. 매일 약을 먹기에...ㅠㅠ) 헌혈을 자주 해서 영화티켓을 받곤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솔로였기 때문에, 받은 티켓은 그저...쌓여만 갔었죠. 전 안나오던 학생들이 나오게 하는 수단으로 그 티켓을 자주 써먹었습니다. 사실 뭐 저도 학생인데 학생이 줄 게 뭐 있겠어요. 그런 거나 줘야지...

2번 유형 학생들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실습을 정말 열심히 합니다. 잘하는 애들은 정말 눈돌아가게 잘합니다. 바로 일해도 될만큼. 그렇지만 못하는 애들은 참...뭐 그건 나이먹어도 마찬가지긴 한데 제가 그쪽은 사실 전문이라(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실습 쪽에선 좀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었죠. 저는 이론에 강하고 걔네들은 실전에 강하고...그림 던져주면 결선하는 건데 잘하는 애들은 칼처럼 딱딱 맞게 잘 하지만 못하는 애들은 몇시간동안 해도 잘 못합니다. 잘하는 애들보단, 못하는 애들이 눈에 밟히더군요.

그래서 도움주려고 애썼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달라요. 예 저 그 때 알았습니다. 잘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아예 모르는 애들을 잘 가르치기란 더!

수업을 하면서 보면 아주 잘하는 애들 약간, 애매모호한 애들 1/3, 모른다고 하는 게 보이는 애들 1/3, 아예 관심없는 애들 1/3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반 학생들은, 제가 수업들어가면 아주 좋아하더군요. 저도 애들이 잘 따라주면 재밌었습니다. 비록 잘 가르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학교에서 배운 교육학 이론을 써먹어보려고 정말 애써봤습니다. 질문도 해보고, 시켜보기도 하고, 시키는 건 되도록 쉬운 걸로 시키고, 잘하면 당근이나 상품도 주고.

그렇지만 안타까운 애들도 있었죠. 분수를 이해못하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때 붙잡고 알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지금 들기도 하네요.
하지만 잘하는 애들은 "얘네 왜 공고에 있지?" 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하고만 수업하면 곧잘 따라오니 재밌지만, 역시나 신경쓰이는 건 못 따라오는 아이들...그런 애들을 위해서 수업짜는 게 정말 쉽지가 않더군요. 아무튼 그 아이들과 모두 노력해서, 제 연구수업날은 정말 눈물나게 고맙도록 전부 제시간에 출석해 줬습니다. ㅠㅠ

그리고 모두들 깨어 있었고, 질문에도 잘 대답해줬고, 선생님들 다 보고 있었는데 참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며칠동안 타임테이블 짜고 학생들 반응 유도하고 뭐 이랬던 게 정말 보람차더군요.

정말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금도 아이들 생각나고, 같이 실습연습하면서 라면 끓여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모든 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거나 하지는 않지만(저도 안 좋은 기억의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그분들도 처음엔 누구나 의욕이 넘치고 좋은 선생님들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제 교육 쪽은 떠났지만, 여전히 교사에 대해서 좋은 기억은 있습니다. 그리고 공고라고 해서 쌈짱들이 다니는 학교도 아니에요. 그건 선입견입니다. 걔네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실습하고, 자격증 따서 취직하거나 그걸로 대학교 갑니다. 학원 다니는 애들은 집안형편상 많지 않지만(편모 편부, 아니면 조부모님들과 사는 애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나마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이라길래 색다르게 글 한 번 남겨봅니다. 

*교생실습하시는 분들도 모두들 파이팅!
**선생님들은 두번 파이팅!!



출처 뒤지고 뒤졌지만 실습 준비하면서 같이 라면끓여먹었던 애들 사진은 안나오고...
싸이월드 뒤졌더니 같이 사진찍었던 지도선생님들이 나오네요.
그 선생님들이나 찾으러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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