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에 니콘 D80으로 DSLR에 입문했습니다. 그 전에 잠시 친구녀석의 캐논 300D를 한달정도 써봤고 아는분의 350D를 몇일 써본게 전부였지요.
DSLR 뽐뿌가 와서 고민하다 강렬한 색감에 당시 칭찬이 자자했던 니콘 D80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사진이나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전무 했기에 그냥 렌즈킷 이란걸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단렌즈도 들이게 되고 플레쉬(스피드라이트)도 들이게 되고 갈수록 배가 커지더군요.
처음엔 몇년간 잘쓰던 소니 하이엔드 똑딱이가 고장나서 이참에 조금 더 좋은 카메라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줘야 겠다고 시작했던 일인데, 어느새 사진 그 자체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거죠. 나이 사십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알게된 취미생활이 된겁니다.
그러다가 풀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마침, 캐논에서 5D mark II라는 카메라가 출시되었지요. 니콘에서도 D700이라는 카메라가 출시 되었구요. 먼저 구입하신 분들의 후기를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고민도 많았지요.
그러다가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서 캐논 카메라가 더욱 유리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캐논을 선택했습니다.
구입자금이 넉넉치 않아 처음엔 오두막(5Dmk2)에 점사(50mm f1.4) 하나 달랑 물려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내 마음의 깊은 심연에 잠겨있던 작은 이미지들을 피사체를 통해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한장 두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출력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제 마음의 어느 모퉁이가 보이는 듯 하더군요.
그렇게 사진의 재미를 알게되면서 작은 욕심들이 생겼습니다. 어디 공모전 같은 곳에 응모라도 해볼까? 그럴려면 장비가 좀 더 좋아야 하는게 아닐까? 까페나 클럽으로 둘러보면서 '아빠백통'이 뭔지, '오이 만두'가 뭔지, 하나씩 눈여겨 보고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 다시 배가 커집니다. '아빠백통'을 들여오고, '16-35'를 들여오고, '24-105'에 '28.2'에 '85.8'까지 게다가 오두막은 연사가 부족해 라는 생각에 '1Dmk3'에 서브도 있어야지 하며 '40D'도 들여왔습니다. 그러면서 니콘 장비들도 만져봅니다. 지인의 D200, D300, 70-200vr, 16mm 어안, 24-85D, 16-85vr, 80-400vr 24-70N. 그리고 펜탁스 K20D 와 몇몇 렌즈까지.
그랬는데 말입니다. 나름 화려한 그 스펙의 장비들이 성에 차질 않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 장비들로 찍은 사진들이 제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무언가 한둘은 빠진듯 공허한 이미지들, 제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혹은 제 마음이 제 사진에 담겨있지 않은것 때문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하나 둘 장비들이 제 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좀더 가볍고, 손쉽고 부담 없으며 막 굴려도 괜찮은 녀석들로 말이지요.
최신의 비싼 카메라들, 정말 좋지요. 하지만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마음으로 찍는 거란걸 깨닫게 됩니다. 비싸고 좋은 렌즈, 비싸고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똑딱이로 찍었을 지언정 디지틀 보정이 잘된 사진이 퀄리티가 더 높을수도 있습니다.
정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사진에 필요한 것은 카메라와 렌즈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과 마음과 기발한 상상력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좋은 카메라 하나 들이시면 석달은 즐거워 질수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좋은 생각과 좋은 실력을 가진다면 평생이 즐거워 질수 있지 않을까요.
네, 그러는 저도 실은 실력다운 실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하구요. 하지만 결국, 제 사진은 카메라를 바꾼다고 해서 바뀌는게 아니란걸 알기에 '이것 또한 흘러가리라' 싶은게 오늘 금요일에 든 생각이네요. 두서없이 주절거렸습니다. 그저 문득 지나간 일들에 대한 개인적인 회상이었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
참, 스르륵 난민 아재들은 입국도장을 받아야 한다는데 저는 어디서 입국신청을 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