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 오유는 따뜻해서 좋다 칭찬해줘서 좋다 망명전엔 그런게 부족했던거 같다곤 하지만
내가 여태껏 사진찍는건 아재들 칭찬 때문이에요.
대학교때 동아리 활동하다보니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매번 죄다 흔들리고 이상한 사진들만 남는거에요.
그래서 사진 잘 찍고 싶다. 사진 잘 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참 했었어요.
그때 D80을 비롯 DSLR 보급기가 터지면서 각종 커뮤니티와 사람들은 온통 디지털 카메라에 열광했죠.
전 군 복무에 들어가는 찰나였고 제대할때엔 온통 카메라 생각 뿐이었어요.
하지만 예비역 복학예비자가 무슨 돈이 있겠어요.
집에서 용돈타고 복학 준비나 하고 있을때 아버지의 SLR을 알게 됐어요.
DSLR이랑 원리는 같으니 필름 몇개 써보고 나중에 돈모아 사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죠.
이 카메라는 아버지가 누나가 태어났을때 엄니에게 상의도 없이 월급의 반을 그대로 털어넣고(사글세 살던시절...)
덜컥 사와 신명나게 등짝 스매싱맞고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 앨범 3권을 만들어낸 아부지의 보물이었어요.
(저는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 앨범 1권이 고작... 아부지는 역시 딸바보...)
아부지게 조심히 또 야무지게 쓰겠다고 다짐 다짐하고 일단 손에 넣었어요.
그리고 찍고 현상을 막상 했는데 그냥 인터넷에서 본것 따라만 찍은거니 뭐 잘 찍은건지 조차 모르겠더라구요.
이걸 어디다가 조언을 구해야 할까... 할때 접한 곳이 스르륵이었죠.
댓글들 보며 진짜 너무 고맙고 신기했어요.
그래서 진짜 틈나는대로 강좌보고 친구들이랑 놀러가기 전엔 꼭 찍고 싶은 것들 미리 찾아서 보고 놀러가면 그대로 찍어보고 했죠.
그때 질문도 필름 현상이나 삼각대에 대해 질문 했을때도 조언과 당부가 줄줄 이었어요.
지적질이 아니라 정말 틈만나면 댓글 보러 올 정도였어요.
그리고 복학을 하고 취업길로 들어서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보는 시간이 뜸해지긴 했지만
취직을 하고 월급을 모아 제일 먼저 지른 것도 미러리스이고 어딜가나 삼각대부터 챙기는 것도
이게 다 아재들이 멋모르는 철부지를 가르치고 토닥여주고 오냐오냐 해줬기 때문일꺼에요.
취업한 이후 각종 커뮤니티는 거의 다 손이 안가고 겨우 오유에서 눈팅하며 추천만 누르고 가아끔 댓글만 달고 있지만
여기서 아재들 보니 너무 반가워요.
요새 글리젠이 빨라 베오베도 다 읽지 못 하지만 아재들이 올린 사진들 하나 둘 볼때면
아... 학생때 미친듯이 재미있던걸 내가 너무 건성으로 하고 있는게 아닌가 란 생각도 들고
헉소리나는 사진들 보면서 막 가슴 한켠이 뜨거워지더라구요.
주중에 계속 얘기 하고 싶었는데 주말을 틈타 겨우 고백하고 가네요.
인터넷 커뮤니티라는게 항상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흘러가는 곳이잖아요.
마음에 드는 곳엔 한번더 들리고 아닌곳엔 마우스가 안가기 마련이잖아요.
제가볼땐 마음 따뜻한 분들이 오유로 오신 것 같아요.
자신도 그러니까 어떤 마음인지 더 잘 아니까 그게 더 반가워서...
이곳도 한때일지 모르고 수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겠지만 그때 그때 남긴 따뜻한 말들은 끝까지 남는 거 같아요.
한동안은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감사했고,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