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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WOW 고전 명작 " 나는 흑마다 ~ !!!!! "
게시물ID :
wow_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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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굴단
★
추천 :
11
조회수 :
3614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5/16 05:53:2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GYvwd
[prologue]
오늘도 어김없이 가위에 눌려 잠에서 깼다. 벌써 육개월째.
이불이 두꺼우면 그렇다는 이야기에 얇은 것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심지어 아무것도 안 덮고 자기도 했건만, 여전히 나에겐 효과가 없다.
"후....."
어차피 한번 깬 잠은 다시 들기가 어렵다. 특히 가위에 눌려 지금처럼 심장이 곤두박질 칠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담뱃갑을 집어들고 담배한가치를 꺼내든다.
컴을 켠다. 그리고 습관처럼 와우를 접속한다.
희뿌연 연기사이로 부캐들과 창고캐 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핑크빛머리의 작디작은 노움여사제가 언제나처럼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만히 마우스 켜셔를 움직여 클릭해 본다.
랩 1 '영원의나라' ........
갑자기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후우......."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으면 괜찮을꺼야.
아주 잠시만....
==========================
1. 만남
ㅡ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주고픈
그런.. 사람이있었다.
==========================
나는 흑마다. 그것도 만랩흑마.
왠만한 4대인던 템은 다 갖췄으며, 필드에서 적진영을 만나도 1:1이라면 두렵지 않다.
맨첨에 뾰족귀에 반해서 시작했던 나엘 드루이드는
새끼과부거미 한마리 잡을때마다 엠탐하는 현실이 싫어
그늘숲 한 귀퉁이에서 랩 23에 봉인되었다.
몹 한마리 잡는데 1분이 넘게 걸리니.. 원. -_-
오베때부터 이것저것 다 다뤄봤지만, 흑마만큼 나에게 잘 맞는 직업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유일한 만랩캐는 흑마뿐이다.
이거면 족하다.
휴먼흑마는 만랩이 드물어서 어느인던에서든 대 환영이고,
필드에서 녹템도배 도적과 맞닥뜨리더라도 도트3종세트와 함께 도망다니면
그걸로 충분했다.
더우기 휴먼의 종족특성인 직관력 ㅡ 혹자는 '휴먼의 종족특성은 깻잎간지다' 라고 하지만ㅡ
이건 도적 상대로 그야말로 최고다.
포세이큰의의지라는 황당스킬로 언데도적만날경우엔 종종 눕기도 했지만...
윤회라는 흑마 고유의 스킬은 결국 나를 승리로 이끌곤 했다.
뭐.... 다시붙으면야 지겠지만, 이기고 난 다음엔 바로 그자리를 뜨는 스타일이라. -_-
만랩찍고 4대인던템을 어느정도 갖춘 어느날, 갑자기 재봉이 땡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플포에서 본 주문전문화장갑에 회가 동했나 보다.
'흠.... 코볼트들이 리넨옷감을 많이 줬었지, 아마. -_-?'
나는야 흑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냉큼 무두질을 지우고 골드샤이어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2. 보호
ㅡ 누군가를 돌봐준다는 것은
단순히 강한자가 약한이를 지켜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때론 아주 나약하게 보였던 이의 작은 손길이
어떤 버프보다 강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는 법이니까.
==========================
'응...? 저러다 쟤 죽는거 아닌가?'
엘윈숲. 개미굴광산앞에 리넨옷감을 모으러 갔던 나에게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코볼트 2마리에게 둘러쌓여서 둔기를 휘두르고 있는 랩 7짜리 사제.
한마리만 먼저 잡은다음, 하급치유를 하고 나머지를 또 잡으면
저랩에 동랩몹 두마리는 그다지 어려운게 아니다.
그런데 이 사제는 움찔움찔거리다가 잠시후 광산 입구쪽으로 마구 뛰기 시작한다.
'.....애드될텐데. -_-'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 있던 랩 7짜리 코볼트 두마리도 그 사제를 인식하고 달려들기 시작한다.
모르긴 몰라도 저 사제, 속으로 죽고싶은 생각 뿐일꺼다.
'음... 도와줄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해본다. 남의일에 원체 끼어들기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사소한 거지만
그래도 선뜻 나서기가 그렇다.
사제니까 조금은 더 버틸수 있으리라 보고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저 사제......... 힐을 하질않는다.
도대체 뭘 믿고 저기서 투닥거리는지.
랩 7이면 보호망 배웠을텐데... 일단 그거라도 걸고 몹없는 곳으로 튈 것이지. -_-
"이럇!!! 가자!!"
실제로 이러진 않았다. -_-
단지 공포마를 탄채로 언덕위서 번지를 했을뿐.
떨어지면서 서큐를 공격적으로 전환해놓고
말에서 내림과 동시에 불의비를 날렸다.
몹들이 움찔하면서 나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일단 어그로를 뺏었으니까 성공........ 어??
한마리가 불의비 범위 바깥에 있었나보다.
그놈이 사제를 계속 친다.
내가 어그로를 가져오기전까지
코볼트들에게 다구리를 맞던중이라
피가 너무 적었던 그 사제는 그만 살포시 자리에 눕고 만다.
'에고... 좀만 빨리 뛰어들것을;;'
왠지 미안한 맘이 든다.
내가 해를 끼친것은 아니지만...
같은 진영의 죽음을 곁에서 보는건 여전히 안타깝다.
하물며... 안죽을 수도 있었던 것을. ㅜㅜ
음음... 잠시 고민.
나름대로 죄책감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다가,
퀘를 쬐끔 도와주면
그걸로 내 부담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에
그자리에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서 기다려 본다.
============
잠시 후 그 사제가 무덤에서 뛰어와 부활을 한다.
사제 : "휴... 고맙습니다 ㅜㅜ"
나 : "에고, 아네요. 제대로 도와드리지도 못했는걸요."
사실이다.
구경하느라 가만있지만 않았어도 안죽었을테니까.
나 : "근데 무슨퀘 하고 계세요?"
사제 : "잠시만요...."
뭔가 한참 꾸물꾸물 대는 듯 하더니 이야기를 한다.
사제 : " '코볼트에게 큰양초 8개를 뺏어라.' 라는데요?"
나 : "아......... 네. ^^;"
대답이 꽤나 빨리도 온다. -_-
나 : "파티초대해 주세요. ^^"
사제 : "네? "
나 : "제가 퀘스트 도와드릴테니까, 파티 초대해 달라구요."
사제 : "....;ㅂ;)a"
나 : "..........."
이 사람.......... 중국 교포인가. 말귀를 못알아듣네. -_-
사제 : "저기요... 파티가 뭐죠? ;ㅂ;)a"
나 : "..........."
......갑자기 그냥 도망가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나 : "음..... 그럼 일단 제가 초대를 할테니까, 수락버튼 누르세요. ^^"
사제 : "네...."
잠시후,
그사람이 파티에 들어온것을 확인하고 말을 해줬다.
나 : "이렇게 함께 팀이된 것을 '파티'라고 해요. "
사제 : "우와!!!! 이런 기능이 있었네요?? "
나 : "그리고 파티끼리 대화를 할땐 /p 이렇게 누르세요. ^^"
파티를 모를정도면...
이사람은 MMORPG는 진짜 생초보란 말이겠지.
나도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디아블로부터 뮤, 리니지까지 잠깐잠깐 손댄 것까지 치면
대략 7~8가지 머드게임은 접해본 것 같다.
흠...... 나이가 어리단 소릴까.
아니면 나이가 아주 많다는 소릴까.
어쩌면 중국이나 미국같은데 사는
교포일지도 모를꺼야. -_-
일단 그 사람을 파티에 넣어놓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파티챗은 /p, 공개챗은 /1, 일반챗은 /s 등..
사소한거부터 나중에 겜 종료하고
하늘아리를 깔라고까지 다 말해줬다. -_-
나 갑자기 왜이렇게 열성적이 된거지;;;;
단순히 나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때문은 아닌가보다.
왕초보라는 느낌하나에,
왠지 스스로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었나;;;
최하급 생명석을 하나만들어서 건냈다.
사제 : "와.. 이거 먹는 건가요?? 꼭 사탕처럼 생겼네요?"
나 : "......................-_-"
나는 몰랐는데, 타직업군이 보면
생석이 진짜로 사탕같이 생기긴 했나보다. -_-
나 : "위급할때 쓰시구요... ^^"
사제 : "네에!! >ㅂ<//"
나 : "일단 양초부터 모아보죠!!! 일단 여기서 잠시 계세요. 절대 저 따라오시면 안되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서큐를 다시 공격적으로 돌려놓고 계속 탭키를 누르며 고통저주를 걸면서
동굴을 한바퀴 돌았다.
================
"들어오세요~"
들어와서 불과 수십여초만에
온통 코볼트 밭이 되어버린 광산안을 들어오더니
이 사람, 입을 딱 벌린다.
"와...... 님 정말 강하시네요!!"
...이봐요. 이래뵈도 제가 만랩이거든요.
얘네들은 랩 한자리구요. 이정도는 누구나해요.-_-
라고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 왔을리는 없잖아!! ;ㅁ;
나 : "크흠.... 제가 좀 강하긴 해요. 흑마법사거든요. ^^"
사제 : "우와. 멋있다."
나 : "사실.. 와우에서는 흑마가 제일 강해요."
사제 : "전사나 도적보다도요?"
나 : "당연하죠!! 제가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근처에도 못와요. -_-"
사제 : "아... 정말 최고군요. ;ㅂ;"
나 : "-_-)v"
갑자기... 둘이 수준이 비슷해져 버린 것 같아..
뻥도 칠수록는다더니;;..._| ̄|○
어쨋거나 퀘템을 다 모으고
퀘 완료를 하러 골드샤이어로 향해야 하는데
갑자기 의문이생겼다.
나 : "근데.... 왜 아까 몹들하고 싸울때 치유를안했어요?"
사제 : ".........."
나 : "보호망도 안치고.... 두마리이상 덤비면 위험하다구요"
사제 : "........ㅜㅜ"
나 : "응? 왜요?"
사제 : "없어요. 그런거...ㅠㅠ"
가만.... 최하급 치유는 랩 1때도 있는거 아니었나?;;
글구 랩 7정도면 보호망 배웠을텐데?
내가 본캐가 사제가 아니니 알수가 있나;;
나 : "저기.... 혹시 상급사제한테 사제 기술같은거 배웠어요?"
사제 : "아뇨.....ㅠㅠ"
나 : "끙;;;;; 안배우고 모했어요."
사제 : "배워야 하는 건지 몰랐어요.ㅠㅠ"
이사람은 무슨 말만하면 운다. 에고 답답해라. ;ㅁ;
나 : "저기... 모니터 위에 제 얼굴을 마우스 우측버튼으로 클릭하고 따라가기 해놓으세요."
사제 : "눼...........ㅠㅠ"
골드샤이어로 달렸다.
그리고 여관에 있는 상급사제에게 데려다 줬다.
나 : "여기서 기술을 배우세요"
사제 :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 : "그리고요, 아까 사탕드릴때 돈도 조금 드렸어요. 그거면 충분하실꺼에요."
사제 : "헉........."
훗.. 이제 봤나 보다 s( -_-)r
사제 :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말 ㅠㅠ"
5골 가지고 이렇게나 감사를 받자니
한편으론 왠지 낯이 후끈거린다. -_-;
사실은 나도 예전에 저랩때 고랩들한테 도움 좀 받았었지...ㅎ
나 : "아참.. 님. 가방은 다 있으세요?"
사제 : "??"
나 : "..............(설마;;; )"
사제 : "가방... 이거 16짜리 말인가요?"
나 : "후우..;;; 잠시만요;; 여기서 기술좀 배우고 계세요. 녹색글씨는 무조건 다배우세요"
사제 : "네...."
나 : "그리고 배운거 영어 p버튼 누르면 뜨니까 그걸 마우스로 '콕'찝어서 밑에 스킬창으로!!"
사제 : "네...."
나 : "그렇게 전부 채워놓으세욧!!! 가따와서 검사할껍니다!! -_-"
사제 : "네....ㅠㅠ"
이래놓고................ 바로 아포로 귀환을했다.
시간이 없으므로... 경매장에가서 리넨을 마구 질렀다. -_-
그리고 재봉갈쳐주는 집으로가서 계속 스킬을 올렸다.
리넨두루마리를 돌린다.
그리고 기술을 배운다 '6칸가방'
맘같아선 14칸 가방까지 배우고 싶었으나... 시간이 너무 걸린다.
다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스톰으로가서 골드샤이어로 뛰었다.
'음.... 사냥이라도 하고있으려나;"
아직까지 상급사제 앞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그사람이 보였다.
나 : "아.. 아직 이곳에 있으셨네요?"
사제 : "여기서 있으라면서요.ㅠㅠ"
나 : ".............-_-;;"
6칸 가방 네개를 건넸다.
사제 : "음.. 이건 모에요?"
나 : "그걸요... 모니터 오른쪽 아래 가방자리 그림있을꺼에요. 거기다 착용하세요."
사제 : "아...... 했어요"
나 : "네개 다 했어요??"
사제 : "네.. 다 넣었어요. ^^"
나 : "그럼... 쉬프트+B를 눌러보세요!!!"
사제 : ".............아!!"
저때 느끼는 기분... 나도 알지. ㅎ
사제 : "정말... 뭐라고 감사를 해야되죠? ㅠㅠ"
나 : "원래 저희썹이 사람들이 다 친절해요. 다른사람이라도 이렇게 해줬을꺼에요. ^^"
뭐....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나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6칸가방 선물로 받고 이런저런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사제 : "가방을 이럴때 쓰는거였군요. 지금까지 6칸가방 나오면 다 상점에 팔았었는데.ㅎ"
나 : "ㅎㅎㅎㅎㅎ"
사제 : "이 가방.... 정말 잘 쓸께요."
나 : "아휴, 부끄럽게시리;;;;"
갑자기 6칸 가방밖에 못줬다는게 민망해졌다.
솔직히 14칸가방 4개 사줘도 16골정도면 충분한데....
고작 6칸짜리 네개만 주는게 왠지;;
나 : "자 사냥가죠!!! 퀘 모모 남았죠?"
사제 : "저... 저기요."
나 : "네"
사제 : "저.... 오늘은 이만 나가봐야해요.ㅠㅠ"
쩝..... 모처럼 저랩도우미좀 하려고 했더니 벌써 가네.
나 : "아고;; 그러시구나;;;;"
사제 : "근데요.... 혹시...... 내일도 게임 하세요?"
나 : "네..? 네;;;; 저야 매일 하죠;;"
잠시 뜸을 들이던 그 사람이 말을 건넸다.
사제 : "그럼... 내일도 같이 해주시면 안될까요? ㅠㅠ"
퀘 도우미를 다음날까지 이어서 해달란 말인가... -0-;;;
하지만 이상하게 싫지가 않았다.
왠지 어설프게 도와준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고.
나 : "음... 그래요. 그럼 내일 접속하셔서 이 근처에서 사냥하고 계시면 제가 찾아갈께요. ^^"
사제 : "네.....ㅎㅎ"
바로 게임종료를 하지않고
무언가 우물쭈물하던 그 사람이 말을 거낸다.
사제 : "저기... 근데 혹시 '은빛'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나 : "아..... 네. "
사실, 내 흑마캐릭은 이름이 좀 유치하다. 은빛나래. -_-
사제 : "풉...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
나 : "아휴... 별말씀을요.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ㅎ"
사실이다. 가방 6칸짜리 달랑 4개 해준거 말고는 없다. -_-
사제 : "이름도 예쁘시고... 정말 친절도 하세요...ㅎ"
나 : "...........-_-;;;;"
왠만하면 이름이야긴 그만 하지..;;;;
사제 : "그럼 저 진짜로 나가볼께요. 오늘 정말 고마왔어요.>ㅁ<"
나 : "네.. 안녕히 가세요. ^^"
사제 : "은빛님 바이요~"
나 : "네..ㅎㅎ"
그사람이 오프라인이 된 것을 확인하고...
닉네임을 친다음 추가 버튼을 눌렀다.
'영원의나라'....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다. ㅎ
3. 동행
ㅡ 함께 걷는 다는 것은
같은 목표를 향하여 전진한다는 의미 보다는
나혼자가 아닌
내옆에 동반자가 항상 함께 한다는 뜻이다.
==========================
"띵동~"
'영원의나라'님이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알림소리와 함께
모니터 하단부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 오늘은 퇴근을 한뒤에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가서 와우부터 실행시켰다.
행여 나를 기다리다 지쳤을 지도 모르는
그 사제가 자꾸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음.......... 아직 안왔네?'
뭐랄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조금 아쉬운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행여나 나를 백수나 방학을 맞은 학생정도로 착각을 하고
낮부터 와서 기다리진 않았겠지.
설마. 그치??
흠흠.... 설마가 사람잡는다는데. -_-
스톰윈드 근처에서 영혼조각도 모을겸,
불평임프도 잡을겸 불타는 평원으로 향했다..
.....젝일....임프가 엄따. -_-
불평 임프가 진짜 잡기 쉬운데..ㅠㅠ
그냥 룬옷감 앵벌이나 할겸,
오우거나 때려잡기로 마음먹고
영혼조각 대략 20개쯤 모았을무렵
드디어 친구접속 메세지와 함께 그 사제가 접속한 것이다.
사실, 나는 길드가 없다.
와우 시작전, 예전에 '마X노기'라는 게임에서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길드활동을 했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다들 어찌나 그리도 따뜻하고 포근하던지...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좋을꺼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일이 다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나로인해 길드내에 작은 파문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고,
그 작디작은 파문으로인해
길드는 양쪽으로 분산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겉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중심에 서있는 나는 모든것을 다 알수있었고
오랜 고민끝에 그곳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리게되었다.
단지, 나의 착각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리고 내가 떠나자 모든일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이야기가 빗나갔다. -_-
어쨋거나 그래서 난 와우에도 아는사람이 없고
오직 소환수 한마리 데리고
독고다이로 필드에서 떠돌아 다니는 흑마였다.
만약... 내가 흑마를 안했다면 닥솔ㅡ 아니, 사냥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_-
그런 나에게 친구의 접속을 알리는 띵동~소리는
단순한 소리ㅡ 그 이상의 의미였을지도.
'음....... 귓말을 한번 날려볼까. '
.
.
.
.
.
.
안하던 짓 하려니 왠지 낯간지럽다. -_-
일단... 위치가 엘윈숲일테니 무작정 찾아가기로 맘먹고 그리폰위에 올랐다.
==========
내가 도착했을때 이미 그 사제는 솔플중이었다.
어제 갔었던 광산 근처에서 몹을 몇마리 때려잡고는
골드샤이어 상인에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_-'
내심 미안했다.
여섯칸가방 네개를 안겨주기는 했지만
고작 24칸 늘은것으로 초보유저의 루팅아이템을 소화하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상황보니 어제부터 인벤도 안비운 모양.
대장간으로 들어가는 그 사제를 보며
한편으론 좀 더 큰가방을 사주지 못한 나의 서툰친절을
내내 반성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응?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진작 수리를 하고 아템정리를 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벌써 5분째 대장간 안쪽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있다.
잠시 지켜보다가 말을 걸었다.
나 : "안녕하세요? ㅎㅎ"
사제 : "앗... 은빛님!! ;ㅁ;"
날보더니 매우 당황해 한다.
오호라, 이거 뭔가 있다. -_-
IQ139의 머리를 한번 급하게 회전시켜본다.
1. 대장간에서 왔다갔다 하는 걸로 봐서 장소와 연관이 있다.
2. 대장간에서는 방어구와 무기를 판다.
3. 저 사제에겐 현재 5골드라는 거금이 있다.
'........................질렀구나. -_-'
안봐도 비디오다.
질러놓고 나서 후회되서 다시 물릴려고 보니까 헐값밖에 안쳐줄테고
그래서 어쩔 줄 모르는 거겠지.
그래도 일단 모른척 해주자.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ㅎㅎ"
나의 말에 매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후훗.. 귀여운 짜식. 보아하니 한참 동생뻘인가 보다.
하는짓이 많이 순진해 보인다.
"저기..... 그게효.... ;ㅅ;"
오호라. 이친구는 당황하면 끝자가 ㅎ으로 바뀌는 습관도 있군. ㅡ 일단 체크.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
질러봤자 여기서 파는건 고작 무기쯤일텐데..
1~2골이나 썼겠니.
괜찮아, 다 질렀어도 형아가 다시 챙겨줄께.ㅎㅎ
"....................ㅠㅠ"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 사제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저께 은빛님이 주신 사탕을... "
응? -_-?
"...................흑.............. 제가 그만 팔아버렸나봐요. 죄송해효..ㅠㅠ"
....-_-
가만있자.... 지금 나 이상황.. 웃어야되는걸까??? -_-;;;;;
4. 친구
ㅡ 낯선 어떤이에게
처음으로 친근함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나와 닮은
아주 사소한 공통점을 알게됐을때이다.
==========================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흑마의 생석은 접속종료후 약 15분 이후면 사라진다.
2. 저 사제는 어제 저녁 이후 지금 처음 접속이다.
결론 : 당연히 생석은 사라지고 없다. -_-
.
.
.
지금 인벤을 정리하다 생석이 사라진것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팔아버렸다고 믿는 사제를보며
난 잠시(그야말로 아주 잠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음.... 저기요"
"....눼. ㅠ_ㅠ"
"그거 접속 종료하면 원래 사라지는데요 -_-"
"네??"
그 말을 끝으로 우리 둘다 한 30초간 아무 말도 없었다.
대장간 NPC의 쨍쨍거리는 망치질 소리만 들릴뿐 지나가는 저랩 한명 없다.
음.... 침묵이 길군.
뭔가 말을 하긴 해야하는데;;
"저기요.."
"저기요.."
우리둘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
.
.
워...... 민망. -_-
쫌만 말 안하고 더 버텨볼껄.
"ㅎㅎ"
나는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은, 모니터 앞에 나 역시 웃고 있었다.
생석이 사라진걸 걱정하는 모습.. 얼마나 순수하고 귀여운가. ㅎ
"왜 웃어효... 난 은빛님이 주신 사탕을 나도모르게 팔아버린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ㅠㅠ"
....이봐요. 당신이 내 입장 되봐봐. 안웃게 생겼나 ;ㅂ;
"그거요... 제가 또 만들어 드리면 되죠. 자 봐봐요."
나는 P버튼을 눌러서 최하급 생명석 창조스킬을 눌렀다.
특유의 모션과 함께 생석을 만드는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는 사제에게
거래창을 열어 생석을 하나 건넸다.
"와... 진짜 또 있네요"
"아끼지 말고 먹어요. 내가 쓰면 바로바로 만들어 줄테니까 ㅎ"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랩이 33쯤이었을까.
아라시 고원에서 공주연퀘를 할때 '미즈라엘의결정'을 모으는 퀘스트가 있었다.
지도 맨 서북쪽끝의 동굴에서 마른수염코볼트를 잡아서 결정 12개를 모으는 거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참 힘들었다.
몹의 랩이 나랑 비슷해서 1:1로 붙다가 애드가 되면
순식간에 3:1정도가 되고 얼마안되서 눕기 일쑤였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옆엔 호드 마을이 같이 있었다. -_-
몹을 잡기만 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언데드 도적.
순식간에 내 모니터를 회색으로 물들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해골랩들에게
내 불쌍한 캐릭터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체를 찾으러 뛰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퀘만 포기하면 간단한 일이었을텐데
너무 많이 죽어서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때에도
나는 오로지 퀘를 미뤄두고 다른지역 퀘를 하다가 틈만나면 다시오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퀘템도 무지하게 안나왔다.
50대 후반랩때 여명에서 설인을 잡아서 얻는 퀘템....(뭐였는지 기억안난다;;)
그거보다 더 안나왔던것 같다. -_-
한 일주일을 그 퀘스트만 했던 것 같다.
4개만 퀘템을 더 모으면 완료를 할 수 있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호드에게 (그날은 주수리였다-_-)
난 또 유령이 되어서 부유해야만 했다.
주술사의 토템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시절 나는 주술사가 토템을 뽑아서 던지는 걸로 생각하기도 했다. -_-)
내가 마법을 시전하기만 하면 뭔가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전도 취소되있고
어느새 누워있곤 했었다.
.
.
.
"후.... 진짜 힘들어서 못하겠다....ㅠㅠ"
최대한 몸이 안보이게 바위뒤에서 부활하여
숨어서 피와 엠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을무렵
저 앞에서 두눈에 불을 켜고 무시무시한 황소가 대따시만한 도끼를 들고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걸렸구나.ㅠㅠ'
자리에서 일어나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하얀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나서 그 황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엇?"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날아가는 은색 빛깔의 마법
잠시 움찔움찔하던 그 검은 황소괴물은 (호드분들 죄송합니다.ㅠㅠ)
하얀호랑이의 공격에 어쩔 줄 모르더니
잠시후 바닥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큰귀를 흔들흔들하며 어느샌가 나타난 나이트 엘프사냥꾼과
작은 노움법사...
아.. 이들이 나를 지켜준 것이구나.
"흑........... 정말 감사해요 ㅠㅠ"
뒷골목 깡패들에게 3:1로 마구 두들겨맞고 있을때
경찰아저씨가 나타나서 그 깡패들을 다 쫓아내준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길가다가 100골을 주웠어도 그때처럼 기쁘진 않았을 것이다.
"저 호드시키, 꼭 퀘스트하는 저랩들만 건드리네. -_-"
"진짜. 개념을 오그리마에 두고왔나봐."
"..........."
오그리마가 뭘까. -_-
어쨋든 그 둘은 위험하다며
나에게 퀘스트 결정을 모을때까지 호위를 서주겠다고 했다.
"아... 정말 감사드려요."
순식간에 퀘스트는 완료가 됐고 재차 고맙다고 말하는 나에게 법사는 이야기를 했다.
"님, 물빵필요하세요?"
"....네?"
어느샌가 거래창이 뜨고 그곳엔 '창조된음료'와 '빵'이 거래창 가득 있었다.
맙소사... 이 많은걸 내가 받아도 될까.
"받으세요. ^^"
"아... 이 많은 걸....ㅠㅠ"
"괜찮아요. 필요하시면 더 드릴께요"
"헉.... 아네요. 충분해요."
이거면 저 일주일은 먹고도 남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흑. 진짜 친절하시군요. ㅜㅜ
그 두분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퀘를 완료하러 임시주둔지 방향으로 뛰어오면서
나는 몇번이고 인벤을 열어서 물빵을 확인하곤 했다.
어찌나 기뻤던지....
다른 퀘스트를 하면서도 나는 몇개안남은 메론쥬스을 먼저 먹으며
물하고 빵을 아껴두고 보기만해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아껴두리라.
최소한 일주일은 두고두고 먹으리라.
그리고.......
다음날 내가 접속했을때 사라져버린 물빵의 빈자리를 보며
너무나도 놀라서 한동안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망연자실 하여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
.
.
"영원님!!"
나는 힘있게 사제의 이름을 불렀다.
"네."
"우리 퀘스트 하러가요. 제가 오늘 진짜 확실하게 도와드릴께요."
"와.... 정말요?"
"네. 오늘은 랩 두자리 찍게 해드릴께요. ㅎㅎ"
잠시동안의 상념을 뒤로하고
한동안 잊고있었던 나의 저랩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준 그 사제에게
어느덧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
p.s 아주 오래전..
아라시고원에서 저를 도와주셨던 "00큐피트"님과
이름은 잘 기억안나지만 물빵을 건네주셨던 작은 노움법사님....
이자리를 빌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물빵은 단 한개도 못먹었지만. ㅠㅠ
5. Leading
ㅡ 온라인 게임의 좋은 점중 하나는
새롭게 랩 1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그곳에서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내가 키우기에 따라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
적어도... 내겐 그랬다.
==========================
"앗앗!! 저기 저기 허수아비가 막 덤벼들어요!! ;ㅁ;"
"................-_-"
어제부로 엘윈숲퀘스트를 대강 마무리하고(버스를 태워준뒤)
서부몰락지대로 넘어왔다.
근데 그다지 랩업속도가 빠르진 않다.
어제 랩 12까지 찍어줬건만.... 오늘은 겨우 1업한게 전부다. -_-
"아우!!! 그니까 내가 몇번을 말해요!! 혼자다니지 말라구!!"
".........신기하게 생겨서..... ;ㅂ;)a"
모르긴 몰라도 버스태워주는데도 이렇게 랩업이 느린 사람도
진짜 찾아보기 힘들것이다. -_-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잔소리를 시작했다.
"뭐가 신기해요!!!! 골렘 따위가!! -_-)+"
"...........;ㅂ;)a"
"바람정령이 뭐가 신기하고 해안가에 널려있는 멀록따위가 도대체 뭐가 신기해욧! -_-)++"
"...........뭐가 아옳옳옳 거리길래....;ㅂ;)a"
"그리고 아까 데피아즈단 강도한테는 왜 가서 말걸었어요!!? -_-)+++"
"..........걔는 정말.... 나쁜놈인지 몰랐어효 ㅜㅜ"
"복면했잖아요!!! 그거 보면 척하니 나쁜놈인줄 알아봐야지!!!"
".....아... 그렇구나. 앞으론 진짜로 조심할께요..ㅠㅠ"
사실 그렇게 말해놓고도
억지라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안다.
'바람정령.... 서부에선 진짜 신기한 몹이긴 해.-_-'
'음.... 멀록이 귀엽긴 하지.'
그 아옳옳옳 하는 울음소리란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가.
그리고, 복면이 다 나쁜놈이면
아이언포지에 넘쳐나는 도적들은
모조리........................몹이란 말인가 -0- ;;;;
"어쨋거나!!! 내 근처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세요!!"
"눼....ㅜㅜ"
"그렇게 바짝붙지 말고 쫌 뒤에 떨어져서욧!!! 몹이 달려들잖아욧!!"
"헉... 네....."
내 윽박지름에 옆에 바싹 붙어있던 이 사제는
뒷걸음질로 저 멀리 간다.
"누가 그렇게 멀리까지 가래욧!!! 어느정도만 뒤에 가야지!! -_-^"
"잘못했어요. ;ㅁ;"
"........."
완전 애키우는 엄마가 된 심정이다. 도대체 몇살일까. -_-
내 소환수 중에 임프는 피의서약 사거리가 20m이다.
즉, 내 소환수근처에 있기만 하면 파티원의 체력이 42포인트가 늘기때문에
저랩때는 임프만 있어도 피가 4~5배 이상 뻥튀기가 되는 것이다.
(저랩때 기초체력이 대강 100쯤인데, 임프가 주는 뽀나스체력은 500정도다. -_-)
물론, 몹몰이 하기전에 사제근처에 임프를 주차시켜놓고
나 혼자 몹들사이로 뛰어들어도 되지만...
조금만 나하고 떨어져도 불안해하는 사제는
금새 내곁으로 쪼르르 쫓아오곤 했다. -_-
예를 들어보자.
임프의 버프거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피가 뻥튀기 된다.
만피상태에서 피통만 이따시만큼 커지는 거다.
그럼 내 파티창에 사제의 피가 1/5밖에 안남은 걸로 보인다.
사제 죽는줄 알고 몹잡다 말고 부랴부랴 뛰어오면
이 사제는 예의 그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아무 일도 없이 서있다. -_-
"나한테서 딱 20미터!!! 19미터, 21미터 그런거 없어욧!! 딱 20미터뒤에 있어욧!!! -_-)++"
나의 윽박(?)은 계속 되었다.
이런저런 연퀘를 정신없이 마무리하고 퀘 반납을 하러 감시의 언덕쪽으로 가면서
사제가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요, 은빛님."
"네 -_-"
"우리 안쉬고 이렇게 하루종일 몹만 잡아야 되요? ;ㅁ;"
"네 -_-"
"흑.... 나 한시간있음 또 게임 못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뛰어다니기만 하네요.ㅠㅠ"
"......."
이 사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중 하나는
밤 11시면 무조건 컴을 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접속도 밤 7~8시 정도는 되야 하니, 나랑은 하루 3~4시간 밖에 같이 못한다는 소리.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것이었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우리회사는 주 5일 근무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재봉으로 허접한 방어구나마 갖춰주자.
벤퀘를 가서 '석탄지팡이'를 안겨주자.
내가 언제까지나 천년만년 같이 다닐 것도 아니고
내가 없어지더라도 최소한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아니, 계속 같이 다닌다손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야근이라도 하거나
어디 지방 출장이라도 가면 어찌할 것인가.
호랑이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다음
살아난 자식만을 키운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떻게 이렇게도 험난한 와우의 세계에서(더구나 전쟁썹이다. -_-)
버텨나갈 수 있겠는가.
이렇게 스스로를 다짐시키며 어떻게든 오늘 랩 15까지 만들려고
그렇게 억지를써가며 광랩을 시켰던 것이다.
진짜 저랩과 단둘이 인던 한바퀴 돌려면 2시간 안팎은 예상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애드가 될지 모르기때문에
죽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스톰윈드와 아포사이를 몇번이나 왕복해서 퀘를 받아야하기때문에
내일은 벤퀘만 돌기도 정말 빠듯한 시간이다.
벤퀘 최소랩이 15만 아니었어도 좋을텐데...ㅜㅜ
.
.
.
.
"은빛님!!!!"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아..;;"
"칫칫.... 옆에서 계속 불러도 모르고. -_-"
좀전까지 옆에서 징징대던 사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개구장이의 모습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있는 모습은
꼭 막내동생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흠..... 그럼 또 사냥갈까요?"
"아휴.. 쫌만 쉬면 안대효? ;ㅅ;"
"안돼요. -_-"
".......;ㅂ;)a"
아주 난처하거나 곤란하면 습관처럼 나오는 ' ;ㅂ;)a ' <==== 바로 이 표정!!
아는게 ㅠㅠ 랑 그거 두개밖에 없어선지... 난처하면 꼭 그런표정을 짓곤 한다.
흠.... 마음이 좀 약해지려고 한다. -_-;;;
"은빛님!!!"
"네?"
"엄살 안부릴께효. 가요. ㅎㅎ"
"괜찮겠어요? 오늘 너무 오래뛰긴 한것 같은데...."
사실 쫌 미안하긴 했다.
"아네요. 사실은 좀 어리광 좀 부리고 싶었었어요. 별로 안힘들어요. >ㅂ<"
.....오호. 새로운 이모티콘이다. -_-
"그럼 가요. 내일은 신기한데 데려가 줄께요. ㅎ"
"와!! 정말요??"
"네. 기대하셔도 좋아요. ^^"
"신난다!!! 아싸!!! >ㅂ<"
그땐 정말 몰랐었다.
작은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운명을 만든다는 걸..
=======================
그냥 하루에 하나씩
서툰 몸짓이나마 적어보려고 했습니다.
보는 분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아무런 감정의 기복없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가 보려고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군요.
엇그제... 이런저런 생각에
연속으로 글을 세개 올려놓고 나니
'도배하지 말아라'
'사는 이야기 게시판에 소설을 난발하지 말아라'
이렇게 올려놓은 분들이 몇분 게시더라구요.
조금 씁쓸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구나...
그냥 올린글 다 삭제하고 그만두어 버릴까....
아주 약간이지만, 그런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몇몇분들의 리플과 추천이 담긴 글은
이미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낙서와도 같고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가는 일기와도 같은 나만의 글을
좋게 보아주시는 단 몇분이 계시기에
몸이 힘들고 아파서 와우에 접속을 못하는 날일지라도
주말을 제외한 평일엔,
하루에 한번은씩은 올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긴 글은 아닐테니....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날 글일테니
제 글때문에 불편하신 분들은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두 행복한 목요일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6. First
처음이란
뭐든지 가슴을 뛰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랑도 그렇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조건도 필요치 않다.
==========================
"따르르르릉~~"
침대 머리맡에 자명종이 언제나처럼 나를 깨운다.
언제나처럼 잠결에 자명종을 찾아 손을 뻗은뒤에
자명종을 집고 이불속에 넣고 꼬옥 끌어안는다.
경험상 이러면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ㅎ
"딱 5분만.....음냐..."
잠결에 이상한 생각이 든다.
오늘은 토요일.
즐거운 토요일.
회사를 안나가도 되고, 짜파게티를 끓여먹어도 된다.
....아, 짜파게티는 일요일이구나. -_-
"헉!! 맞다"
그제서야 왜 어제 잘 때 자명종을 맞춰놓았는지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자명종을 끄고
컴부터 부팅시켰다.
졸린눈을 비벼가며 칫솔을 입에 물고 오늘 하루 스케줄을 생각해본다.
일단 경매장을 뒤져가며 리넨옷감, 비단옷감, 마법옷감, 룬무늬옷감을 질러야한다.
이번주내내 틈만나면 재봉을 올리기 위해 옷감들을 지르긴 했었는데
아직은 택도없는 양일 것이다.
"후..... 14칸 가방 만들기가 쉬운일이 아니구나."
입안가득 치약거품을 뱉고 물을 잔뜩 머금어 입안을 행군다.
어제도 내내 마법옷감과 룬옷감을 질러댔지만
이따 저녁까지 14칸 가방 을 만들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사실 경매장에서 14칸 가방 4개를 질러봤자
12골 안팎이면 뒤집어 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
.
.
.
"은빛님, 그런데 흑마법사는 가방도 마법으로 만드는 거에요?"
".........-_-"
"후아!! 진짜 흑마가 제일 이네요. 가방도 막 만들고."
"음... 그게 흑마가 만들기도 하는데... "
"근데요?"
백성의 민병대퀘 3차를 하기위해 데피아즈단 소굴을 잿더미로 만들고
잠시 엠탐을 하고 있는 내게 뜬금없이 질문이 날아왔다.
......왠지 사실대로 말해주기 싫다. -_-
"하하하!! 그러니까... 이건 아주 능력있는 흑마만 만드는 거에요."
"아...."
오오.... 믿는다. +_+
"어설픈 만랩들은 절대 못만들죠.-_-"
"그렇군요.... "
"이게 도안도 배워야하고, 옷감도 있어야하고..... 보통 힘든게 아니거든요."
...그게 힘들면 채광이랑 무두는 죽어야되는데. -_-
"역시 은빛님은 대단하세효. 'ㅁ' "
훗.... 별말씀을. -_-;;
"은빛님은 이름도 예쁘고, 얼굴도 이쁘고, 가방도 만드는군요!! 'ㅁ'"
"음... 음.... 그게 틀린이야기는 아닌데.. 왠만하면 이름 이야긴 좀 빼고...-_-"
아놔... 그렇게 진지한 눈빛으로 이름예쁘다고 좀 하지마세요.ㅠㅠ
다른 이름 지어서 부캐 새로 키울까보다.ㅜㅜ
"그럼 가방만 만드는 거에요?"
"아뇨, 옷도 만들수 있고 신발도 만들수 있어요."
"와!! 진짜요?"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흘러간다.
이런... 이러다가 지금 만들어 보라고 하면 곤란한데 -_-;;;
"근데 아직 영원님 랩이 넘 낮아서 제가 만들어드려도 못입어요. ㅎ"
"그렇구나..... 뉴_ㅠ"
급하게 문제발생 요소는 없앴지만....
사람 맘 약해지게시리 또 운다.;;;
뭔가 위로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후딱 랩업하세요. 그럼 제가 다 만들어 드릴께요."
"와!! 진짜효??"
"그럼요. ㅎ"
거짓말도 할수록 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후딱 재봉 숙련도 올려야겠다.
"우히. 그럼 나중에 저도 고랩되면 '은빛나래표' 옷이랑 가방 가지는 거네효?"
"하하하하하.... 당연하..... "
가... 가만있자. 은빛나래표....
이거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데.....-_-?
그랬다.
인던 아이템파밍의 기본은 14칸가방 네개 싹 다 비우고 출발하는 것.
이것저것 다 가지고 오고싶은 초보의 기본심리상
루팅하다가 인벤이 가득차서 못먹는 아이템이 있을경우엔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회색 돌맹이라도 안타까운 법.
정리하자면
※ 당초의 계획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2. 선물로 주고 벤퀘를 돈다.
3. 녹템 가득가득먹고 기쁨가득, 행복두배.
이거였는데.....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 삐!!! 제작자 이름나온다.
..........................-_-;
안돼... 오늘 저녁때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14칸 가방까지 만들수 있는 숙련을 올려야 돼.ㅠㅠ
이래서 아침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경매질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이 됐다.
리넨 두루마리를 만든다.
비단 두루마리를 만든다.
마법 두루마리를 만든다.
룬무늬 두루마리를 만든다.
후아.... 돈이 팍팍 줄어간다.
사방팔방에 있는 재봉의 대가들를 찾아다닌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만들고 상점에 팔고 반복적인 재봉숙련 올리기가 계속된다.
경매장서 지른 14칸 룬매듭가방 도안, 제작 요구 숙련도는 245.....
아직 갈길이 멀다.
내가 와우를 시작한 이래로, 오늘처럼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본 적이 있었던가.
누가 재촉한 것도,
엄청난 댓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14칸 가방을 목표로 밥먹는 것도 잊은채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제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더....'
.
.
.
.
.
.
"받으세요. ^^"
"헉..... 이거 저 주시는 거에요?"
어느덧 7시가 되고 나는 서부몰락지대로 건너가
오늘 땀의 산물인 '은빛나래표' 14칸 가방 네개를 건넸다.
"가방 다 바꾸시고 컨트롤+B 눌러보세요."
"..........와....ㅠㅠ"
6칸가방에서 14칸가방으로 늘렸을때의 감동....
모니터 절반을 가득채우는 비어있는 인벤의 모습...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모를 것이다.
"너무 고마와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잠깐이면 만드는데요, 뭘."
환하게 웃고있는 사제의 등뒤로 서부몰락지대에 석양이 진다.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했다.
죽음의폐광이라는 아주 거대한 괴물을 앞에 두고
아주 잠시, 우리 둘다 아무말도 없이 석양을 보고 그렇게 앉아있었다.
=================
어제 오후부터 몸이 않좋아서 글을 하루 건너뛰려고 했으나
평일날 하루한개씩 반드시 올리고자했던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자
점심때부터 써내려간 글인데도
벌써 네시네요..ㅜㅜ
너무 짧아서 죄송하구요.
리플과 추천을 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들덕에 자꾸 포기하고 싶은마음을 이겨내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
7. 함께
ㅡ 여행을 떠난다는 건 그 이름만으로도
들뜨고 흥분되는 일이다.
산을가도 좋고 바다를 가도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아닐까...
==========================
뉘엿뉘엿지는 석양을 뒤로하고
데피아즈단의 무법자들을 하나하나 무찌르면서
드디어 우리는 죽음의폐광 입구인 '데피아즈단 소굴' 입구 ㅡ
작은 오두막 앞에 섰다.
"음..... 준비 됐죠?"
"네. +_+)/"
...천진난만도 하셔라.. -_-
사실 랩15사제와, 인던을 돈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애드를 겪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광활한 범위의 어그로를 견뎌내고
과연 힐도없는내가, 부활도 없는 내가
무사히 벤퀘를 완료할 수 있을지....ㅠㅠ
"지금 부터 저희가 가는 곳은 인던이라는 곳이에요"
".......인던? ;ㅂ;)a "
"인스턴트 던전이라는 뜻인데....."
음... 설명을 간단하면서도
한방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한마디로, 나쁜놈들 소굴이죠!!!
"와......."
오오. 괜찮은 표현인데? -_-
"보스대빵들하고 졸개들하고 수백명도 넘어요!! -_-)/ "
"와......."
진작 이렇게 설명해 줄 껄.
"글구, 몬스터들 중에는 '정예'라고 있는데, 클릭하면 동그라미에 용이 그려져있거든요?"
"우와!! 용이요!!"
"그 용이 그려진 애들, 걔네들은 랩이 사기에요. 보이면 무조건 튀세요. -_-"
"끄덕 끄덕. (__)"
이렇게 사전 교육을 단단히(?) 시켜놓고
우리는 드디어 쓰러져가는 오두막으로 진입했다.
"와.... 으시시하다. 'ㅁ')/ "
"........"
이봐.. 으시시한 표정이 아니잖아. -_-
하지만 얼굴에 검둥을 잔뜩묻힌 광부들이
땅파다말고 곡괭이를 들고 뛰어오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악악!! 저리갓!! ;ㅁ;"
"..........-_-;"
가랜다고 가면 쟤들이 몹이냐. ;;;
타겟을 지정하고 '고통의저주'를 하나하나 걸어준다.
둘이됐든, 열이됐든 상관없다.
빗나가는 놈 없이 모두 걸어줘야 어그로를 내가 뺏는다.
손이 바쁘다.
오른쪽손은 방향키를 눌러가며
왼손으로는 탭키와 고통단축키를 정신없이 누른다.
행여 저주가 안걸린놈이 있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멀리서 어그로먹고 사제에게 덤빈다면.. 두어대 만에 누울지도 모른다.
"후....."
"와!! 진짜 대단하세요!!! ;ㅂ;"
"흑마에게 이정도는 껌이죠. 훗."
"만세!!! 은빛님 만세!!!"
"훗..... s( -_-)r" <=== 거만한포즈
===============
벌써 이안에서만 15분째이다.
탄광을 두어바퀴는 돈것같은데
인던입구를 아직도 못찾았다.;;;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보니
심지어 첨에 잡았던 놈들이 리젠까지 되고 있다. -_-
"저기효... 얘네들 말고는 안나와요? 'ㅅ')a"
"......."
사람 민망하게시리. ㅠㅠ
"더 쎈놈이 나올꺼에요. 나쁜놈 본부로 들어가면요.;;"
"근데효... 아직 멀었어요? 한참 우리 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
어라. 이거 대사가 이상하잖아. -_-?
같은자리 빙빙 도는거 모르고 있나?
일단 대답부터 해주자.
"아.... 거의 다 왔어요. 한참 왔잖아요.ㅎ"
"그렇구나. >ㅂ<"
오오... 모른다. 정말 모른다. ;ㅂ;
아까부터 한자리 뱅뱅도는거 전혀 모르고 있다.
가만보니.... 이파티....
길치 한명에 방향치 한명이다. -_-
(최소한 난 미니맵은 볼 줄 아니까, 분명 길치는 아니다.)
.
.
.
.
그렇게 헤매기를 또 5분여...
드뎌 저 멀리.... 인던입구를 나타내는 소용돌이가 보인다.
크흑... 입구야! 입구야!!
아름답고 귀여운 소용돌이 입구야!!
내가 와우를 시작한 이래로
네가 이렇게 이쁘게 보이기는 처음이구나!!
진짜진짜 반갑다아!! ;ㅁ;)/
"저기.... 얇은 투명막같은곳에 소용돌이가 치죠?"
"네....."
"거기가 진짜 나쁜놈들 소굴이에요"
음..... 내가 첨에 인던갈때 기분이 어땠더라?
그때 내가 느꼈던 기분을 지금 이 사제도 느끼고 있으려나?
"자, 가죠!!!"
"넵!"
우린 힘차게 하얀 소용돌이 포말속으로 뛰어들었다.
================
"엥...... 밖이랑 똑같잖아요. -_-"
"아 눼.. -_-;;"
들어오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져있을꺼라고 생각하는 이 친구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여긴 입구잖아요. 이제부터 점점 희안한 놈들이 나올꺼에요."
"헉... 진짜효? ;ㅁ;"
"네. 바싹 긴장 하세요."
나는 영혼의보석을 만들어서 사제에게 윤회를 걸어주었다.
".....응?"
"그건 윤회라는 건데.... 한번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있어요."
"와.... 그럼 불사신이네요?"
아니... 꼭 그런건 아닌데. -_-;;
"어쨋거나... 제가 오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오시면 안되요!!"
"네!! 'ㅁ')/"
.
.
.
사설이 길었다.
이제는 청소할 시간.
사방팔방으로 펼쳐져있는 몹들사이로
마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듯
나의 흑마는 앞으로 뛰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의 손끝에 검은 마법의 빛이 퍼질때마다
적들의 몸에는 저주가 하나씩 맺혔다.
공격적으로 풀어놓은 임프는
간만의 자유를 만끽하듯이
사방팔방으로 초뎀을 자랑하며 불화살을 날린다.
수많은 광부들과 감독관들이 덤벼들지만
그들은 내 단검이 스치기가 무섭게
바닥에 누워버리곤 했다.
'미안... 하지만 너희들에게 감정은 없어.'
===============
"우와... 진짜 최고네요.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ㅂ;"
온통 루팅이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번쩍거리는 빛들 속에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는 대답했다.
"전 흑마니까요."
...
.....
..........
................
......................워, 갑자기 분위기 조낸 썰렁해졌다. -_-;;;;;;;
"자, 가요! 아직 갈길이 멀어요."
썰렁해진 분위기를 전환도 할겸, 길을 재촉했다.
이제 슬슬 중간네임드가 나올때가 됐는데..
어디쯤이더라...
=========
"우어어~~~ 벤 클리프가 너희들을 잡아오랬어!!"
저 참신성 없는 대사....-_-;;
어쩌다 들을때면 진짜 썰렁의 진수를 보여주는듯하다.
"꺄악!!! 비만도깨비다!!! ;ㅁ;ㅁ;ㅁ;ㅁ;ㅁ;ㅁ;"
....비... 비만.....-_-;;
저거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구나.
제물을 시전하던 내 흑마가 순간 휘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도 놀랬구나. 내 이해한다;;
잠깐 채팅창에 정신이 팔린 순간
라조르크 양옆에 있던 졸개둘이서 사제에게 돌격을 한다.
순식간에 피가단다.
랩 15의 사제가 눕는건 순식간이다.
이럴땐 머리보다 손이 빨리 움직여야한다.
사제를 둘러싸고 있는 녀석들에게
각각 어둠의연소와 죽음의고리를 날렸다.
그리고 바로 뒤돌아서서
라조르크에게 ctrl+1을 눌러 임프를 붙였다.
....생각해보니 솬수 붙이는건 안뒤돌아도 되는데. -_-;
어쨋거나 다른 몹들이 다 내게 붙었길래
화염석끼고 칼질로 맞짱뗘서 다 눕혀버린후에
나의 임프와 용감하게 1:1로 맞짱뜨고 있던
비만도깨비(?)에게
제물과 연이은 점화 콤보를 날렸다.
잠시후...
벤클리프의 명령을 지키지도 못한채
라조르크는 바닥에 누웠고
나는 잠시 묵념을 했다.
고생많았다.
아무리 임프라고는 하나
랩 60짜리 소환수 상대하기가 어디 쉬웠겠니.
아. 그리고 비만도깨비라고 부른건 정말 미안했다.
내세엔 부디 날씬하게 태어나렴.
"휴..... 시집도 못가보고 죽는줄 알아따..ㅠㅠ"
"많이 놀랬나봐요. ㅎㅎ"
응? 가만,
지금 뭐가 지나갔는데? -_-)a
"지금 뭐라고 했어요??"
"죽는줄 알아따고요. ;ㅅ;"
"아니아니 그 전에. -_-"
"....시집...?"
오ㅡ 마이 갓 -_-;;
"영원님.. 여자분이셨어요?"
"네... ;ㅂ;)a"
사실 그랬다.
말투나 행동, 이런저런 걸 보면 분명히 여자같긴 했는데
보통의 여자는 이런 게임을 접하게 되는 것이
누구의 소개로 하기 때문에
아는사람들이 항상 돌봐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제는 아는 사람도
섭에 통틀어 하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겜조차 처음이 아니던가.
'여자 혼자서 엘윈 숲 구석에서 코볼트한테 맞고있을리가 없지 -_-'
나의 마음한구석에 뜨는
설마하는 의구심을
억지로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본인이 스스로 여자라고 하니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크흠.... 알고있었어.
알고 있었단 말야!! ;ㅁ;
"......그럼 나이는 어떻게 되요? -_-)a"
진짜 아무런 흑심없이 물어본거다.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거다. 진짜다.
"23살인데요.;;"
나이스 -_-
................이게 아니잖아!!!
상대방은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핏덩이라구!! ;ㅁ;
"음음..... 여자였구나..;;;;"
"왜요?? 은빛님은 여자 아니에요?"
나의 많은 나이를 한탄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때,
이건 또 무슨 열흘삶은 호박에 이도 안들어가는 소리람...-ㅛ-;; ?
"저 남잔데요.;;"
"헉.... 근데 왜 여자모습을 하고 있나요?"
"....-_-"
이봐요, 영원씨.
얼라여캐를 하지만 나는 오탁후는 아니에요.
ㅡ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남자니까 여캐를 하죠. 남자가 남캐하면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 ;ㅂ;)a?"
"현실에서도 남잔데, 겜속에서도 남자를 하면 재미없겠죠?"
"..........;ㅂ;)a"
"원래 온라인겜은 남자는 여캐하고, 여자는 남캐하는게 일반적이에요. -_-"
".........;ㅂ;ㅂ;;;ㅂ;ㅂ;;ㅂ;"
뭐, 아니면 말고. s( -_-)r
"그... 그렇구나. 몰랐어요. ;ㅂ;"
.
.
.
브라보. -_-
"그럼.... 은빛님은 나이가 어케되세요?"
"음.;;;; 쫌 많아요"
"얼마나...?"
".....32....ㅠㅠ"
왠지 9살씩이나 차이나는 사람이 같이 겜을 한다는 게
사실 좀 챙피했다. -_-
"와..... 오빠네요? 'ㅁ' "
오빠는 무슨... 아저씨 뻘이지.;;
내가 군대있을때
아직 초딩이었을 꼬맹이에게 흑심을 품을 정도로
난 변태는 아니다. -_-
"크흠... 음..... 저기.....요,"
목에 쥐나겠다. -_-;
"아이참, 오빠. 편하게 말씀하세요. >ㅅ<"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데요, 뭘.ㅎ"
"그래도... 당장 말을 놓기는 조금...."
"어때효. 벌써 며칠째 같이 게임 하는데.ㅎㅎ"
오케바리. -_-
"응. 그래. 그럼 말 놓을께. -_-"
"네....(__ *)"
그동안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던 것을 알게되니
왠지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쯧... 짜식;;;
나이 몇살만 더 먹을 것이지....ㅠㅠ
"음... 영원아, 가자. -_-"
"네!! >ㅂ<//"
아직 갈길은 멀었고
우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8. 선물
ㅡ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가장 큰 것을 받았다했다.
...바로 '나'라는 선물을.
==========================
양쪽으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 재끼기 전에
나는 다시한번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부터는 몹들이 진짜 빠르거든? 절대 내가 오라고 하기전까진 오면 안돼. 알았지?"
"네!! 오빠!! >ㅂ<//"
.......욘석이. -_-
"영원이, 너 내가 뭐라고 했어!!"
"........."
"너랑 나랑은 나이차가 많으니까, 오빠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럼 모라고 불러효.ㅠㅠ"
음... 마땅한 거 뭐 없나.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
"........;ㅂ;)a"
"왜!!! 왜 그표정인데!!! ;ㅁ; "
"........그럼 넘 늙어보이자나효. ;ㅅ;"
음... 그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면... 음...."
"삼춘!!! 'ㅁ')/"
"...응?"
"사암춘이욧!!! 'ㅁ')/"
삼촌....? 오호. 그거 괜찮네.
"음... 그럼 앞으로 그렇게 해."
"네, 오빠. >ㅂ<//
-_-
"너 또!!! 오빠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아직 입에 안익어서...;ㅂ;)a"
........내가 말을 말아야지. -_-
=========
양쪽으로 굳게 닫힌문을 열어재끼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함께 문이 열린다.
열린 문틈사이로 녹색 고블린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고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꼼짝말고 여깄어!!"
"넵!! 'ㅁ')/"
텝키를 연달아 눌러가며
사정거리 안쪽에 있는 고블린 목공들에게
고통풀링을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소한 실수가 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
나 혼자 사는것은 의미가 없다.
부활도 못시키는 흑마이기에,
인던입구서부터 여기까지는 오지도 못하는 저랩사제이기에,
영원이가 누우면, 그것이 곧 우리팟의 전멸ㅡ
입구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절대.
"끼이이이잉~~"
고블린목공들 사이로 스니드의 벌목기가 보인다.
양손에 전기톱을 장착한채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있다.
일단 저놈한테 제물부터 한방 넣고....
"와.... 쟤는 가위손이 아니라 전기톱 손이네요? 'ㅁ')"
"...응?"
화들짝!!!
재빨리 Esc를 눌러서 시전을 취소했다.
이녀석이 왜 이곳에!? ;ㅁ;
"이눔시키!! 너 언제 들어온거야. -_-"
".....;ㅂ;)a"
아우... 진짜 애 하나 키우는 심정이 이런걸까.ㅠㅠ
"삼춘이 나쁜놈들 다 없앤 줄 알구...."
"................ㅠㅠ"
후....
네가 뭔 죄가 있겠니.
부활이 없는 내 죄지. ㅠㅠ
"임프 여기에 세워둘테니까, 이 근처 절대 떠나지 마."
"넵!!! 'ㅁ')/"
대답은 꼬박꼬박 잘한다, 아주기냥. -_-
임프를 공격적으로 해서 뒤에 파킹시켜두고
휠키를 앞으로 굴려서 벌목기 앞까지 뛰었다.
'최대한 뒤에서 멀리 떨어져야해....'
벌목기의 톱날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싶더니
사정없이 양쪽손으로 내 흑마를 유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맞아줄 내가 아니다.
랩이 깡패인 와우에서 20랩짜리가 어딜 감히!!
가법게 고통과 부패를 연속적으로 넣고
곧이어 제물을 시전했다.
"삼춘!!! 화이팅!!! >ㅁ<//"
훗..... 이녀석쯤이야 가뿐하지. -_-
사실, 이정도는 화염석에 칼질로도 충분하단다.
제물에 연이은 점화 한방이 크리로 터지자
에이리언2에 나오는 건설기계 ㅡ 양손에 톱이 달리긴 했지만,
혹은 scv를 닮은 그녀석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빠, 아니아니 삼춘 쵝오!! >ㅂ<//"
"또...-_-"
살짝 화가난 표정을 지어보이자
금새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춘 잘못했어효. 제 머릿속엔 지우개가 있나봐요. ;ㅅ;"
".........-_-"
아무리 봐도 23살이 아닌것 같단 말야.
"영원이, 너 몇살이라고 했지?"
"스물 셋이효!! ;ㅂ;)/"
.....말을 말자. -_-
=============
"삼춘!! 뒤에 뒤에!!! ;ㅁ;"
밖에다 세워놓고 앞쪽의 몹들을 정리하고 있는내게
정신없이 뛰어와서 방방 쩜프를 하고 있는 이녀석은
절대 노움이 아니다. -_-
"왜에!!!"
"마법사!! 마법사!!! ;ㅁ;"
응.....
마법사라? -_-)a ?
"헉!!! 영원아, 빨리 삼촌한테로 뛰어!!"
뒤늦게 생각이 났다.
이곳은 순찰병이 많은 곳.
감독관이 양쪽에 호위병을 데리고 순찰을 돈다.
바로 그녀석들이 영원이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더이상 생각 할 시간이 없다.
"크아아아앙~~~~"
공포의 울부짖음....
흑마의 광역공포가 작은 동굴안에 울려퍼지자
나와 영원이를 제외한 모든 인간형들이 사방으로 뛰기시작했다.
"우와!!! 'ㅁ' "
후..... 처음에 이곳에 왔을때
내 별명이 '공포의 흑마'였지.
그때... 인던안에서 몹만보면 공포를 날리는 나를 보고
파탈을 하고 귀환했던 전사님에겐 지금도 죄송함이 앞선다.
미안했어요. 그땐 개념을 아포에 두고왔었나봐요..ㅠㅠ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나에겐 강력한 마법이 구비되어있고
아무리 많은 애드가 되어도 더이상 무서울 일은 없다.
"내 주변 가까운 곳에 있어야 돼!!"
"응, 삼촌"
영원이를 중심으로
나는 가볍게 원을 그리며 뛰기시작했다.
고통저주를 몹마다 하나씩 넣어주고
순찰병과 그 일당에게는 부패도 하나씩 더 넣어줬다.
그리고 공포가 풀려서
동시에 나에게 달려드는 놈들을 보면서
내 머리위로 불의비를 시전했다.
"와!! 불덩어리다!!"
......몹들이 툭툭쳐서 시전끊기면 개망신인데. -_-
나의 이러한 기우를 안심이라도 시키듯이
내 주변으로 다가선 몹들은 불의비를 맞고 하나둘씩 허물어지기시작했다.
격렬에 2포인트 투자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된다.
"삼춘!!! 진짜진짜 멋있었어효!! >ㅁ<"
"훗... 흑마라면 이정도쯤야. -_-)v"
흐음.
이 녀석은 불의비만 보면 진짜 좋아한단 말야.
화려해서 그런가??
"가자!!"
"삼춘, 최고!!"
애드된 몹들을 전부 처치하고
나와 영원이는 또 앞을향해 전진했다.
후.... 지금부터가 진짜 고빈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웃고있는 녀석...
"삼춘!! 빨랑와요!!!"
이젠 점프까지 폴짝폴짝 해댄다.
미치겠다. -_-
==========
"벽에 딱 붙어"
"이만큼요?? ;ㅂ;)a"
"더!!!"
"ㅠ0ㅠ"
드디어 우리는 고블린 주물공장에 들어섰다.
이곳의 가장 무서운 점은
고블린 기술자들이 사방에 숨어서 있다는 것이다.
이녀석들이 애드가 되면
동랩의 원격조종 골램들을 소환하게 되는데
공격력도 좋지만, 방어력도 좋아서 만랩으로도 원샷원킬이 힘들다.
심지어 고블린 기술자들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어레인지 타입이다.
거리가 유지되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쏟아지는 총탄에 저랩들은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저기........삼춘."
"...응?"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눈앞에 갑자기 거래창이 열린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빨간색 물약.
마우스를 가만히 갖다 대본다.
'이 물약을 사용하면 체력이 140~180만큼 회복됩니다.'
하급치유물약 2개라.... -_-
기껏 써봤자 그야말로 간에 기별도 안갈터.
장난하냐!!! ;ㅁ;
"삼촌!! 위험할때 이거 먹어요!! 'ㅁ')"
"............."
어째.... 장난이 아닌것 같은데. -_-
아주 잠시 고민을 하던나는 거래완료버튼을 눌러서
치유물약 2개를 받았다.
"크험...... 마침 필요했는데......"
"헤헤헷.. >ㅂ<"
이거... 절대로 여기서 전멸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든다.
물약값은 해야할테니까.
"삼촌 갔다올께!!!!"
"네에!! 여기서 기다릴께요!! 'ㅁ')/"
내려가자마자 고통저주를 사방으로 흩어놓았다.
그리고 부패도 넣어서 2종도트가 유지되게 해 놓았다.
지금까지는 이정도면 충분했다.
'고블린땜장이가 원격조정골렘을 소환합니다'
'후..... 나타났군'
놓치면 절대 안된다.
이녀석들은 이동속도가 워낙빨라서
행여, 영원이에게 어그로가 튀면
내 걸음으로는 절대 쫓아가지를 못한다.
여기서 막아야한다.
"마나가 부족합니다"
헉... 이런.
충분한 엠탐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앞서서 엠관리를 제대로 못했나보다.
아직 남은 몹들의 피가 반도 넘은 상황에서
엠이 바닥을 향해 치닫는다.
생전을 한다.
원격조정골렘 한마리에게 제물을 넣는다.
또 생전을 한다.
고블린땜장이 한마리에게 제물을 넣고 점화를 땡긴다.
마나가 거의 바닥이 보인다.
안되겠다.
이녀석들에게는 어느정도 방어가 충분하니
피를 가능한 많이 마나로 돌려야겠다.
생전, 생전, 생전, 생전, 생전,
연속으로 다섯번을 땡겼다.
앞으로 두번만 더 넣고 생석을 빨면 괜찮을 것이다.
"............?"
갑자기 어디서 피가 들어온다.
서... 설마?
마우스우클릭을 하고 재빨리 화면을 전환해봤다.
난간위에서 최대한 내게서 거리를 유지한채
나에게 힐을 넣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였다.
'맙소사'
이때, 굽이다리 밑에서 따로 작업을 하고있던,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고블린땜장이가
애드 되고 말았다.
"영원아!! 이리로!!!"
맘이 급했다.
혹시라도 영원이가 누울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삼촌한테 뛰어와!! 나한테 붙어!!"
영원이가 깜짝놀라서 내게 가까이 오자
출구쪽에서 작업을 하던 고블린들조차 어그로가 튀고 말았다.
그야말로 설상가상....
'이런......'
더이상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나는 생석을 먹음과 동시에
지옥의불길을 땡겼다.
"꾸웨에에에엑~~!!!"
"케에엑!!"
일명 '불방귀'라고도 불리는
흑마 최후의 자폭마법.
자신의 주변에 초당 300에 가까운 뎀지를 주며
동시에 시전하는 흑마 자신에게도 동일한 피해를 입히는
양날의 위력을 가진 흑마 최후의 기술.
피가 얼마 남아있지 않던 몹들이 하나둘씩 눕기 시작한다.
나도 같이 데어 너무 아프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사방으로 영원이에게 덤벼들고 있는 몹들의 시선,
일촉측발의 상황
이것이 유일한 내겐 해결책이었다.
"악!!! 삼춘!!!!"
일치를 빨았다. 무, 메론을 빨았다.
그래도 무섭게 닳고있는 나의 체력은 감당이 되질 않는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피가 1000정도만 남으면 시전을 취소시키면 될테니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보자.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꼈을때
스페이스키를 눌러 점프를 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직도 버티고있는 몹들에게 부패를 넣고
마법봉을 날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나의 뒤에서서
자신의 엠이 바닥이 나는지도 모른채
내게 무한힐을 넣고 있는
영원이의 모습을.
9. 기적
ㅡ 우리가 아는
큰 기적이란
때론
아주 미약한 힘에서
시작된다.
==========================
"삼촌!! 파란색 반지 나왔어효!!"
"오!!!"
"근데 먹으려고 하니까 이상한 글씨가떠요 ㅠㅠ"
고블린주물공장을 깨끗히 청소를 한 뒤
아이템 루팅을 하던 영원이가 귀속템을 주은 모양이다.
"괜찮아. 그거 먹어도 돼. ^^"
"정말요?"
아마도 화려하게 보석박힌 반지일 것이다.
랩제가 높아 나중에 차야하겠지만,
파템이 나왔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가자. 이제 슬슬 마지막 보스가 나올때가 됐어. "
"네!! "
가장 힘든 고비를 넘겼기때문에, 앞으로 그다지 위험한 일은 없으리라.
맘에 여유가 생기자,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
.
.
.
.
.
"바보얏!!! 거기서 나한테 힐을 주러오면 어떡해!! 몹이 다 널 쳐다보잖아!!"
"아..... 그게.....ㅠㅠ"
잠시 쭈뼛거리던 영원이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다.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생전하는 내 모습에 놀라 힐을 주었던 영원이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대신 윽박을 질렀다.
"그랬다가 네가 누우면!!! "
".........."
앞뒤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녀석이 그것까지 생각했을리는 만무하다.
"삼촌은 누워도 금방 여기까지 올 수 있지만, 넌 못오잖아!"
"......ㅠㅠ:;"
"내가 거기 꼼짝말고 있으랬어, 그러지 말랬어??!!"
".....잘못했어효. 다음부터 진짜 안그럴께효...ㅠㅠ"
그러려고 그런건 아닌데 자꾸 내 맘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몸 안돌보고 힐을 줘서 고맙다고ㅡ
영원이 네가 도와줘서 삼촌이 몹들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모니터의 채팅창엔 나의 화내는 목소리만 울려퍼진다.
'바보......'
서툴다. 여전히 서툴다.
내 맘속이 들켜버릴까봐 얼굴이 달아오를땐
화낸척 윽박지르면서 안그런척 하는 나의 모습이 싫다.
"삼춘... 화내지 마세효. 다음부터는 정말 말 잘들을께효...ㅠㅠ"
모니터 뒤로 울상을 짓고있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이런 것일까.
윤회까지 걸려있었기에 전멸의 위험은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다음부터는 삼촌말 잘 들을꺼지?"
"응!! 응!! 진짜효!!! ;ㅅ;"
마치, 내가 진짜 삼촌이라도 된 듯 내게 싹싹 빌고있는 녀석.
도대체... 넌 왜이렇게 밝은거니. 나완 어울리지 않게.
.
.
.
.
"거기 통나무 술통 비슷한거 보이지?"
"이거효??"
"그거 클릭해봐. 화약이 나올꺼야."
잠시후 나오는 철문을 열어야 하는 퀘템이다.
"저기 대포 보이지?"
"네!!!"
"여기선 영원이가 날 도와줘야돼."
마치 큰 임무를 맡기기라도 하는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내자
긴장한듯 침을 꿀꺽 삼킨다.
"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삼촌이 입구를 지키고 있을테니.... 대포를 클릭해봐봐"
사실... 입구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뭔가 큰역할을 하는 듯한 사명감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아까 화를낸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쾅!!!!!"
미스터 스마이트 : "거기 너 무슨소린 지 알아봐라"
미스터 스마이트 : "적의 공격이다. 모조리 쓸어버리자."
대포소리와 함께 저멀리 커다란 배의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굵직한 타우렌의 목소리가 굴속에 울려퍼진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다.
"영원아, 알지? 삼촌이 오라고 할때까지 들어오지 않는거?"
"끄덕!! 여기 있을께효!!"
아까의 고블린주물공장에 비하면 이곳은 장난이다.
순식간에 몹들의 정리가 끝난다.
============
"근데... 삼춘. 아까 큰 배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었다고 했죠?"
"응.....?"
커다란 배를 보고 감탄하는 영원이에게
울산에 가면 이보다 훨씬 큰 배가 많이 있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응. 근데 왜."
"왜 그만두고 다시 서울로 온거에효?"
예전에 대학도 채 졸업하기전
울산에 있던 커다란 대기업에서 입사제의가 들어왔던적이 있었다.
사실, 그곳엔 그렇게 가고싶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곳에서 모든 학창시절을 마쳤기에
내가아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머물고 있던
서울을 떠날 맘이 내게는 없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들이 나를 울산으로 떠밀었고
결국 나는 커다란 배를 만드는 회사에서
대학졸업후 2년동안 자재를 구매하는 업무를 해야 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
"그게 뭐였는데요?"
뭐가 그리 궁금한지 나를 재촉하는 녀석.
"애들은 몰라도 돼. 빨리 가자. "
"치이..... ㅠ0ㅠ"
두번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
그때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
저 멀리 미스터 스마이트가 보인다.
생김새가 마치 타우렌을 닮았다.
아니지. 타우렌을 닮은게 아니라,
저녀석이 타우렌이지. -_-
나를향해 무섭게 달리던 녀석은
내 3종도트셋에 피가 절반쯤 빠져버리자
발구르기로 나를 기절시키고 뒤편에 있는 상자로 가서
큼지막한 도끼를 꺼내들고 다시 다가온다.
"................."
안타깝게도.... 나는 흑마다.
기본으로 거는것이 도트 3종세트다.
그중에 고통의저주는 틱당 데미지가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위력적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
힘겹게 도끼를 꺼내와서는
힘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하늘을 향해
큰 대자로 뻗어버린다.
"칫칫!! 시시해. ㅠㅠ"
".........."
너무 빨리 잡아버렸나. -ㅛ-;;
========
배위로 올라가서도 에드윈 밴클리프까지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쓸고 지나갔다.
중간까지 모두 몹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잊고있었던 '람스타인의 번개나사'를 클릭했다.
피가 얼마 남지 않았던 녀석들은 주변에 광역데미지를 입고
시시하게 누워버린다.
'람스타인이 고맙긴 처음이군'
예전에 남작에서 먹보 람스타인을 잡고 득했던 번개나사.
이것을 인벤에 넣고있었던 것을 깜빡했었다.
진작에 생각났다면 아까 고블린 주물공장에서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을.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남은 것은 뒤를 보지말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 뿐이다.
드디어 최종네임드.
에드윈 밴클리프가 저 앞에 있다.
선장 그린스킨과 쫄따구 두명,
벤클리프와 호위병 네명.
굳이 따로 잡을 필요는 없다. 한번에 쓸어버리자.
언제나처럼 네임드 두마리에게 각각 제물을 시전하고
강한 순서대로 2가지 도트를 차례대로 넣어준다.
무시하고 있었던 나머지 호위몹들에게도
고통과 부패를 넣어준다.
'법사는 참 좋겠다....'
몹몰이 후에 신폭으로 순식간에 몹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저랩 인던의 진정한 강자, 신비 법사가
오늘따라 너무 부럽기만 하다.
내가 법사였다면.... 이렇게 영원이를 힘들게 하지 않았어도 될텐데.
딴생각을 이렇게 하고있는 동안
벤클리프와 그린스킨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너무도 허무하게 허물어져 갔다.
미안하다. 레벨이 깡패구나....
늬들이 그렇게 약한 몹은 아닌데.
"됐어. 이제 와서 아이템 먹어. ^^"
"네엡!!! 'ㅁ')/"
어쨋거나 루팅은 해야지. -_-
==========
"영원아!! 이거 받어!!"
"응?? 이게 몬데요?"
조금전에 쿠키를 잡을때 내심 샴고양이가방 나오길 바랬건만
달랑 밀방망이 하나만 달랑 뱉어놓고 가버린, 무정한 멀록녀석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런 경우를 대비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조금전에 저 알록달록한 물고기 잡아서 얻은거야."
"앙.. 그렇구나"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어버리는 순진한 녀석.
거래창의 완료버튼을 눌러 샴고양이 가방을 건넸다.
"그거.. 마우스 우측버튼으로 클릭해봐봐."
".......?"
잠시 후에 자신의 옆에 나타난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 한마리.
영원이는 어쩔줄을 모른다.
"삼촌!!!! 고양이 나왔어효!! 고양이!!"
"ㅎㅎㅎ"
이 모습을 보기위해서 나는 그랬던 것일까...
오전부터 바쁘게 뛰었던 14칸가방의 제작이 끝난후에
대강 서너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게되자
나는 먼저 서부몰락지대로 뛰었더랬다.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나는 샴고양이가방을 얻기위해 쿠키만 수도없이 잡았었던 것 같다.
"삼촌.... 너무 귀여워요. >ㅅ<"
"맘에 들어? ㅎㅎ"
"네에!! 너무너무 귀여운거 있죠?"
앞으로 이런 인던도우미를 몇개나 더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어려우리라.
1:1의 성격이 강한 흑마의 특성상
감옥이나 놈리건 이상은.... 더 큰 도움을 주기가 많이 버거우리라.
하지만 이걸로 족하다.
이거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다.
뒷길을 통해 죽음의탄광을 나와
퀘를 마무리 하기 위해 향하는 감시의 언덕쪽으로 향했다.
"삼촌!!! 저기 좀 봐봐요!!"
언덕위쪽엔
아직도 석양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둘은 마냥 웃으면서 그렇게 계속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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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루한 내용이 2~3회 정도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내용만 쓰고싶지만
그렇게 이어지기는 앞으로도 조금은 힘들 것 같습니다.
10회정도를 예상하고 쓰기 시작한 내용이
생각보다 조금 길어지네요.
대강 20회정도면 모든 내용이 다
정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잊지않고 리플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0. 만남
ㅡ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alfred d. suj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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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의 모습들 사이에
남녀쌍쌍 커플로 나들이를 온듯 여기저기 환한 웃음들이 보인다.
'후.....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
.
.
.
.
.
.
"삼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ㅇㅅㅇ)a"
"응? -_-"
뜬금없이 사냥중에 말을 꺼내는 영원이.
오호. 이놈봐라. -_-
"전.화.번.호. 가르쳐달라구요!!"
"........ -_-)a"
죽음의탄광 이후로 둘이 같이 사냥다닌지도
벌써 한달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조금 무대뽀(?)같은 녀석의 행동에
당황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과감하게 느껴진다.
"빨리욧!! ;ㅁ;)/"
스타카토를 주어서 말을 했음에도
내가 자꾸 딴청을 하며 말이 없자
재차 다급하게 재촉을 한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_-"
영원이도 어느새 레벨 30.
하지만 내눈에는 항상 렙 1짜리 초보로 보인다.
내가 만랩이니 당연한 건가. -_-
"아놔!! 쫌 갈쳐줘바바욧!! ;ㅁ;"
"..........-_-;"
내앞에서 마구마구 점프를 하며 떼를 쓰는 녀석.
아무리봐도 휴먼이 아니라 노움같다. -_-
"그게... 난 전화번호가....."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내가 졌다. -_-
살짝 /w 를 눌러서 영원이에게 귓말을 보낸다.
"016-XXX-XXXX "
갑자기 방방 뛰던 녀석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잠시후 까르르 웃는 모습으로 말을 꺼낸다.
"우후후!!! 저장완료!!! +ㅂ+)/"
...왠지 실수한 것 같다. -_-
갈수록 이녀석 필살기가 늘어간단 말야.
"너 장난전화 하면 안됀다."
"오호호호호!!!! 안들려요!! 안들려요!!"
그냥 장난전화 한다고 해라. -_-;;
사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사이 한달동안 몇번의 야근과 출장때문에
영원이와 같이 사냥을 못한적도 종종있었다.
그러다 다음날 부랴부랴 접속해보면
전날 경험치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영원이의 렙업바.
"너 어제 퀘스트 안했어?"
"도리도리"
"그럼 저녁내내 뭐한거야?"
"삼춘 기다렸어요. ;ㅂ;)a"
진짜 바보다.
아니, 내가 없어도 혼자 사냥도 하고
퀘스트도 해서 업을 해야지.
언제올지도 모르는 사람ㅡ 마냥기다리고 있는게 정상인가.
"왜 시간 아깝게 나 기다리고 있는건데!!! 경치올려야지!!"
"그래서 여관안에서 기둘렸어효!! 'ㅁ')/"
.
.
.
자랑이다. -_-
여관안에다 세워놓고 종료하면 경치 2배로 먹는다는 이야길
괜히 해줬나보다.
"너 바보지. -_-"
"....;ㅂ;)a"
기껏 친구추가 하는법 알려줘서
내가 접속했을 때 같이 하자고 해줬더니
이젠 나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여관안에서 앉아있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팟으로 퀘스트 해야지!!"
"...삼춘없으면 와우 하기 싫어효. ;ㅂ;)/"
후....
이러니 내가 접속을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맘한구석에서 신경이 쓰이겠는가.
전화번호라도 알면 문자라도 보내서
'오늘 삼촌 야근하니까 혼자해.'
혹은
'회식이라 못간다. 내일 같이하자.'
이렇게 알려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그늘숲과 레이크샤이어 퀘를 할때는
뒷치기를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혼자다니질 않으니, 그런일은 없었다.
운이 좋아서 였을까.
영원이는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아마도 옆에 항상 내가 따라다녀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적이 은신으로 보아도 날 보고 피할것이고
일부러 뒷치기하러 오지않는 이상
호드가 그늘숲에 올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어쩜 영원이는 아직 쟁섭과 일반섭의 차이조차 모를지도...
아니, 호드가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는 알려나. -_-;;
.
.
.
.
.
"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해서
영원이를 들여보내고 간만에 알터렉전장 이라도 한번 뛸까싶어
전장대기를 하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을무렵
첨보는 번호와 함께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삼추우우우운!!!! 누구게효??>ㅂ</'
.........-_-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자판을 눌러
열심히 문자판을 꾹꾹 눌러 답신을 보낸다.
참고로, 난 문자에 서툴다. -_-
'영원이'
금새 답신이 온다.
'정답!!!! >ㅂ<//'
....얘가 날 바보인지 아나. -_-;
'빨랑자!'
'잠이 안와효. 놀아줘효 ;ㅂ;)/'
'-_-;'
의외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나는 모니터위로 두둥소리와 함께
알터렉 입장 메세지가 뜨는것 조차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와우가 튕겨서 실행이 종료될때까지
난 영원이와 문자를 주고받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음.... 저대로 냅두면 지가 알아서 꺼지겠지.'
절전모드란 참 좋은것 같다.
사실, 영원이가 게임을 접속종료한 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린듯한 허전함에
멍하니 혼자 아포 구석진곳에 앉아있곤 했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으니
그 허전함이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삼촌!'
'응?'
'우리 낼 데이뜨해욧!! 'ㅁ')/'
'-_-;'
이녀석.. 이런 과감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아까 전화번호 달라고 징징댄것은
내일이 내가 쉬는 날인 것을 파악하고
계산에 넣은 게 틀림없다
'흠....'
'왜요?'
'너... 삼촌이 남자는 다 늑대랬지.'
'네. ;ㅂ;)a'
'근데 내일 단둘이 보자고?'
'그럼...안돼는 거에효? ;ㅁ;"
나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한다음
답신을 보냈다.
'아니, 돼. -_-'
'와와!! 진짜효!!?? ;ㅂ;'
사실, 내가 겁낼게 뭐있겠냐. -_-;
죄진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 에버랜드 가효!! >ㅂ</'
'엥? 에버랜드?'
'응!! 나 거기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어효.'
워;;; 에버랜드도 한번 안가봤나;;;
갑자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낼 에버랜드 정문근처 베이커리 벤치에서 보자!'
'몇시요?'
'음... 11시.'
'네에!!! 삼춘 낼봐욧!! >ㅁ</"
.
.
.
.
그렇게 우린 문자를 마무리 하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자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 세시까지
뒤치락거리며 잠을 설쳤다.
아까 커피를 괜히 마셨나보다. -_-
분명히 커피탓이야.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건.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밤새도록 양을 세었다.
.
.
.
.
.
.
"혹시......... 삼춘?"
잠시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내 옆에서 나를 보며
5월의 봄날 햇살보다 더더욱 눈부신
환한 미소로 서있는 것은
바로 영원이리라.
"은빛삼춘 맞죠??"
"아..... 으응."
163cm정도의 아담한 키.
아이보리색 터틀넥 티에 분홍색 가디건.
버버리문양이 새겨져있는, 조금 짧은듯한 치마.
무릎가까이 올려져있는 루즈싹스 타입의 흰색양말이
조금은 어색한듯...
손가방을 뒤로 들고 서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뛰었다.
'아... 영원이구나.'
나는 벤치에서 살짝일어나
나를 부른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아이참, 쑥쓰럽게 삼춘은 왜 아무말도 안해요. ㅎ"
비로서 마주한 영원이의 얼굴.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하얀색 피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머리에 하얀색 머리띠.
약한 화장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앳띈 모습.
본홍색 립스틱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줍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해왔던 영원이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왔다.
"바... 반가워. 영원아, 내가 삼촌이야."
워ㅡ 뻘쭘해라. -_-
한가인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영원이가 두배쯤은 더 예뻤던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의 닉을 불러 재차 확인하고 나자
비로서 영원이도 웃음이 난다.
"오래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지금 막 왔어."
영원이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장난끼가 살짝 돌더니
갑자기 내팔을잡고 팔짱을 깊숙히 끼고는
날 잡아 이끈다.
"가요, 삼춘.ㅎㅎ"
아놔... 가심떨리게시리.-_-;;
우린 매표소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삼춘! 나 해보고 싶은게 진짜 많았어요. 오늘 각오하세요!! ㅎㅎ"
"아... 그래."
매표소 건너편으로
놀이기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듯
공연단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화창한 햇살은
처음만난 우리둘을 축복하듯
그렇게 머리위에 내리고 있었다.
11. 추억만들기
ㅡ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일들은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큰 선물이었습니다.
==========================
"삼춘!! 우리 바이킹 타러가요!! "
워... 무슨 여자가 이리 지치지도 않냐.
분명히 여기 오기전에
에너자이저라도 삶아먹은 모양이다. -_-
"우리 조금 쉬었다가..... ^^;;"
"안돼욧!! 벌써 오후 두시란말에요!! 아직 못탄게 얼마나 많은데!!"
"....................ㅜㅜ"
들어오자마자 입구쪽에있던 '허리케인'부터 시작해서
'브레이크댄스', '독수리요새'등등
벌써 놀이기구만 4개는 탄것 같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아오... 이런 무서운 걸 도대체 왜들 타는 거얏!!! ;ㅁ;
"칫... 삼촌 벌써 지친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입장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와우안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리드를 하다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리딩을 당하니
음.. 뭐랄까.
전사가 인던안에서 마법사에게 풀링을 뺏긴 기분같은 것일까. ㅠㅠ
"음... 그럼 삼춘!!"
"응?"
"우리 저거 먹으러가효."
오오ㅡ 듣던중 반가운 소리.
영원이의 맘이 변하기 전에 후딱 가야겠다.
내 손을 잡아끌고 영원이가 당도한곳은
숯불그릴위에 소세지와 치킨등을 팔고있는
작은 야외 스낵코너였다 .
"삼춘!! 나 저거 사줘요!"
"음.... 어떤거 먹을래?"
"다 먹을래요!! 다 사줘욧!! >ㅂ<"
"알았어. 그럼 저기 자리 맡아놓구 있어"
"네!!"
나는 스넥바에 있는 치킨이며, 소세지
음료는 물론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떡볶이와 오뎅, 거기에 버터오징어까지 사왔다.
여기서 먹을껄 왕창 먹으면서
시간을 벌어보는 거야. -_-
"켁..... 이걸 다 누가 먹어욧!!"
"..........-_-"
커다란 쟁반위에 음식물을 한가득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본 영원이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지가 다 먹는대놓구. -_-
"아이구!!! 내가 정말 못살아!! ㅋ"
".........-_-)a"
언젠 우리가 같이 살았냐. -_-
========
오늘은 화창한 토요일.
여기저기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5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삼촌, 저기봐요."
"응?"
영원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노란색 모자와 유니폼으로 단장을 한
유치원 아이들이 두줄로 걷고있었다.
"너무 귀엽다... ㅎㅎ"
흠... 귀엽기도 하겠다.
저녀석들이 쫌만 커서 초딩이 되면
삼단변신 로보트보다 더 변형을하여
세상을 습격하는 괴물들이 된단다. -_-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여선생의 구령에 맞춰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하낫, 둘, 걷는 모습들....
흠... 뭐 귀엽긴 하군. -_-
"삼춘!! "
"응?"
갑자기 그 큰눈에 장난기를 잔뜩 머금고는
내게 불쑥 말을 꺼낸다.
"삼춘은... 돼지."
.......응......-_-?
"세상에 그 많은 걸 혼자 다 먹잖아요!! ㅋ"
"........"
지도 먹으면서. -_-
"참새!! 짹짹!! 삼춘!! 꿀꿀!!"
"..........-_-;;"
그래, 그렇게 갖구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놔라. -_-;
뭐가 그리 좋은지
영원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마다
모두 눈속에 담으려는 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진짜... 에버랜드 첨이긴 한가보다. -_-
"삼춘!! 우리 가욧!!"
헉... 벌써 다 먹었네;;;
그래도
아직 버터구이 오징어는 남았는데.... ;ㅛ;
"이번엔 어디랬죠?? 동물원쪽?"
"으... 으응!!"
내 팔에 깊숙히 팔짱을 낀 채
다른한손에는 오징어 봉지를 들고
영원이는 동물원이 있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워... 아가씨. 제발 천천히 좀 가자구.
나 아직 소화도 안됐단 말이닷.ㅠㅠ
===============
"와!!! 진짜 너무 귀엽다!! ;ㅂ;"
"거봐. 내말 들음 좋다니깐. -_-"
.
.
.
에버랜드에 들어오기전에
입구 매표서 왼편에 보면
제과점과 작은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
나는 영원이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들러
새우깡 한봉지와 커다란 건빵을 한봉지 샀다.
"응? 삼춘 그건 모에요?"
"이따가 보면 알게 돼. ㅎ"
우리는 동물원 지역을 거닐다가
작은 다람쥐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거닐고 있는 사육사를 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우깡 봉지를 뜯어
영원이에게 건넸다.
"가서 줘봐봐. ㅎㅎ"
"어? 그래도 돼요?"
조심스럽게 새우깡을 들고 다가서서
원숭이에게 주는 영원이의 모습.
"와!! 어떡해!!! 너무 귀여워!! ;ㅂ;"
다른 커다란 원숭이들과는 달리
다람쥐 원숭이는 굉장히 작다.
식성이 좋아 어떤것이든 모두 좋아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먹는 모습이다.
새우깡을 주면 손으로 받는데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커다란 바게뜨빵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는다고 해야하나. -_-
아니다. 가래떡을 쥐고 먹는 정도겠다.
"삼춘!! 진짜 너무너무 귀엽죠!! ;ㅂ;"
우리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또 다른곳으로 사육사가 가자
내 어깨를 마구마구 안마(?) 하면서
영원이는 어쩔줄 몰라한다.
..............아프다. -_-
"그럼 다음 코스로 가볼까?"
"와!! 또 있어요?"
"당연하지. -_-"
기회는 이때뿐이란 말이다.
내가 놀이기구를 안타도 될 절호의 찬스를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니. -_-
"아 참, 저기.... 원숭이들한테 남은 새우깡은 주고 가자"
"네에~ㅎㅎ"
시간끌기 일단 성공. -_-
=======
영원이는 우리안에 원숭이들에게
새우깡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연신 공을 쏟는다.
"아우!!! 자꾸 저 큰애가 다 받아먹어효..ㅠㅠ"
"아우!! 저기 아가 엄마한테도 던져줘야 하는데!!"
"아우!! 야, 너 혼자 다 먹지마!!! ;ㅁ;"
.....혼자 잘 논다. -_-
이윽고, 새우깡은 금새 빈봉지가 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원이.
역시 과자가 떨어져야 나를 보는군. -_-;;
"...저쪽으로 가보자."
"네!! ㅎㅎ"
우리는 다음코스를 향해 길을 떠났다. -_-
==========
"까약!!! 삼춘!!! 봤어요?? 어쩜좋아!!"
"응, 봤어. 그러니까 진정해. -_-"
우리가 건빵봉지를 들고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북극곰 우리.
그곳은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수있는 형식으로 되어져있고
약 3/4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항상 헤엄을 치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가 있다.
흠.... 남극곰이었나? -_-
"꺅!!! 또 받아먹었어!! 너무 귀엽다!! ;ㅂ;"
"....-_-"
어쨋거나 우린 건빵을 위에서
곰들에게 던져주었으며
곰들은 물위에 떠있는 것을 먹기도 했지만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건빵을 나꿔채 먹기도 했다.
마치 사냥개 같다고 해야하나?
날렵도 해라.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미련 곰탱이라 할 것인가. -_-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 ㅎㅎ"
"재밌다니 다행이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었고
건빵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있었다.
"음... 이건 밖에서 가져온거구요, 저기 보시면 곰 먹이 자판기 있어요."
사실 그 자판기 안에파는 것도 건빵이다.
다만... 1000원에 몇알 안들었다는 단점이 있을뿐.
"삼춘..... 근데 저기 쟤한테도 좀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효. ;ㅅ;"
저 멀리 한녀석이 헤엄을 치지않고 혼자 그늘에 쳐져있다.
영원이가 여러번 그쪽으로 건빵을 던져봤지만
날아가다가 힘이 다한듯
중간에 건빵은 떨어지고 만다.
다른 관람객들도 자판기에서 건빵을 사와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 건빵은 너무 힘이 없다.
"아... 쟤 너무 불쌍해요.ㅠㅠ"
더위에 지친것일까.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음.. 삼촌 건빵한개 줘봐"
건빵을 던질때 어깨로 던지면
그다지 멀리가질 않는다.
엄지와 중지사이에 건빵을 세로로끼고
튕기듯이 날려야면 원하는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
"와!!! "
"오호!!!"
내가 손을 앞으로 밀듯이 뻗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늘속에서 쉬고있는 곰을 앞발 근처에
건빵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와!! 어떻게 거기까지 날린거에요?"
"삼촌이잖아. -_-"
내친김에 몇개를 더 손으로 튕겼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늘에 있는 곰의 발치에까지
건빵이 날아가자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모두 환호를 올린다.
"역시 우리 삼춘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에요.ㅎ"
흐뭇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영원이.
아놔. 챙피하게시리. -_-;;;
어느덧 뜨겁던 햇살도 잦아들고
에버랜드 구석의 동물원 구역에도
하나둘씩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
글을 쓰다가
에러가 떠서 날아가버려 다시 썼더니...
영 느낌이 이상하네요.
내용도 엄청 짧아져버렸구요.ㅠㅠ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짧지만... 이거라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ㅠㅠ
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ㅡ
내게로 와줘서.
==========================
"앗, 차가와!!"
"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동물원지역엔 놀이기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삼춘한테만 물이 다 튀네요. ㅎㅎ"
"-_-;;"
이거... 보트도 사람 차별대우하나.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흐으음... 너 자꾸 그렇게 놀릴래?"
"사실이잖아효.ㅎㅎ"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두고보자구. -_-
"에~ 삼춘 삐쳤구나?"
"흥!! -_-"
짐짓 화가 난 듯 토라진 표정을 짓자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아휴~! 우리 삼춘 화나써?? 쭈쭈쭈쭈~~"
"........-_-;;;;"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놔, 민망해라. ㅠㅠ
"야... 사람들이 보잖아.;;;"
"보면 어때효. ㅎ"
이젠, 한술 더떠서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날 심장마비 걸리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_-
======
"와~!! 삼춘!! 호랑이 좀 봐요~!! "
"ㅎㅎㅎ"
우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내리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
.
.
.
"영원아, 그러니까 삼촌 말 알았지?"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니까, 버스를 타면 일단 운전기사 뒷쪽에 앉으라구요?"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다시한번 나에게 확인하는 물어보는 영원이.
".........왜요? ;ㅂ;)a"
짜식, 궁금해하기는.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
.
.
"와~!! 사자가 버스에 덤벼들어요!!"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이봐. 아무리 맹수라도 버스는 못먹는다구. -_-
"창문유리창 뒤쪽 한번 봐봐"
"네?"
내가 가리킨 손끝 창문밖에는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저 속에 닭고기가 들어있거든?"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 삼춘!! 봤어요? 방금그거??! 'ㅁ' "
"내 말이 맞지? ㅎㅎ"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_-
"근데 왜 닭고기에요?"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진짠데. -_-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재미있는 멘트와 함께 버스를 운행하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사람들이 우루루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그곳엔 찝차가 있습니다. 네네. (__)"
동물은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수십번을 타봤어도, 사파리투어는 언제나 최고다.
======
"자아~~ 지금부터 들어갈 곳은 곰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털컹ㅡ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드디어 왔군. -_-
"자아~ 왼편에 있는 곰은 에버랜드 최고의 재주꾼입니다."
"와~~"
기사아저씨가 익숙한 손짓으로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재주 보여줘야지?"
건빵을 받아먹던 그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자아~ 한번 더 돌고~"
"와아아아~~"
건빵을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버스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쟤는 재주가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없어서, 이름이 이사도라입니다~"
"까르르르르~"
여대생무리인듯한 네댓명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음... 쟤네들은 점심을 잘못 먹었나. -_-
======
"자~~ 하이파이브~~"
"우와와와~~"
어느덧 마지막 곰..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저걸 보고 누가 미련 곰탱이가 할 것인가. -_-
"자~~ 건빵 던진다~~"
마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놓치지 말고 잘 받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텁.텁.텁.텁.텁."
"허걱;;; 저 곰봐봐;;"
하나도 놓치지않고 날아가는 건빵을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우와~~~~~"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언제봐도 저 기술은 최고다.
============
"잘 봤어?"
"네에~ >ㅂ<//"
어느덧 사파리투어가 끝나 버스를 내려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오른편 좌석에 앉았었던 한 커플.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우린 본전을 제대로 뽑았기 때문에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엇, 설마 삼춘 그것때문에 기사아저씨 뒤에 앉으랬던 거였어요?"
".........(--)(__)"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원이.
"삼춘.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_-)+"
워ㅡ 정체랄 것 까지야. -_-;;;;
=================
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삼춘.... 딱 한개만 더타효, 네? ;ㅂ;"
".......-_-"
집에 가자는 내말을 들은체만체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우리 후룸라이드 한개만 더 타효, 네?? ;ㅁ;"
어라. 후룸라이드. -_-?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흠.... 그럼 딱 그것만 타는거다. 알았지?"
"네에!! 진짜효!! ;ㅁ;)/"
오케이. 너 맛 좀 봐라. -_-
.
.
.
대기하고 있던 줄이 짧아지고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헥.... 삼춘, 여자가 앞에 앉으라구요?"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잠시 고민하던 영원이.
"아니효. ;ㅂ;)"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그리고... 슬슬 통나무 보트는 출발했다.
.
.
.
.
"까약~~ 삼춘~~~~ 난 몰라~~~~ ;ㅁ;"
오호. 고작 이것가지고 비명이라니. -_-
에버랜드에서 재밌는 놀이기구중 하나가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려오는 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놀이기구 만큼은 단련이 됐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흑흑... 삼춘, 이제 다 끝난거에효? ;ㅁ;"
"아닐껄. -_-"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꺄악~~~"
등을 내 가슴에 완전히 밀착시킨채로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오케바리. -_-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서로 맞닿은 손을 통해서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미안하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까마득한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조금 미안한 걸.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나는 보트의 무게중심을 살짝 더 앞으로 밀어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오케바리. -_-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쳤고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줄을 잘서야되요. -_-
어쨋거나 잠시 후,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미안하다.
일부러 그랬다. -_-
"힝.. 무서웠어효. ㅠㅠ"
".........."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워.... 이걸 노린건 아닌데.
.
.
.
예.. 쁘....다. -_-;;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회전목마뒤편에 위치한 로즈가든.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흠..... 말해줄까 말까. -_-
"삼춘!!! 말해줘요~!! 네?? ;ㅂ;)a"
";;;;;;;;;;;;;;;"
오줌싸개 동상 옆 구석 작은 벤치.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우린 잠시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기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
".........에?? ;ㅂ;)a"
사실이다.
97년도 IMF가 터진 직 후,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삼춘은 무슨일 했는데요?"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바이킹 운행하는 거하고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
.
"근데.... 삼춘."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근데.... 배만드는 회사는 왜 그만둔거에요?"
"..........."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니,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글을 쓰고 싶었거든."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이렇게 일만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중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같은 삶은 이어져왔고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심지어 직장조차 대학 졸업직전에 들어갔으니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사실, 습작삼아 썼던 시나리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어....? 근데 왜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는 거에요?"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변두리 지하 자취방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우연히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한 사람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글쟁이는 미래가 없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것을 다 정리했고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펜을 꺾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내 눈물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더이상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울긴 누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삼춘........"
희뿌연 나의 시아에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영원이의 손길이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삼춘은..... 참 바보에효. "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영원이의 입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
글을 쓰기전
항상 1편부터 차례대로 읽어봅니다.
행여 흐름이 흐트러지진 않는지
느낌이 변하여 가진 않는지
몇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봅니다.
그래서 갈수록
글을 올리는 시간간격이 길어지는군요.
죄송합니다.
(이미 지나버린 글이지만
중간에 오탈자나 문맥이 틀린곳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_-;)
오늘 다시 한번 느낀거지만
1편부터 바로 전편까지
올린지 꽤나 오래된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추천수나 리플이
계속 늘어나고 있더군요.
특히 조회수의 경우
어느샌가 모두 세자리를 넘어선 것을 보니
맘 한구석에선 감사하기도 하고
또, 자주 올리지 못한 마음에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항상 지켜봐주시고 리플달아주신 분들.
지나간 글들까지 꼬박꼬박 추천해주신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늦은 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13. 별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이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연희에요!! 이. 연. 희."
"..........;;"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주어 압박을 하며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아니 연희. -_-;
"알았어. 앞으로는 꼭 이름으로 불러줄께. ^^;;"
"진짜죠? ㅎ"
나한테 속고만 살았냐. 믿어보라니깐. -_-;;
.
.
.
.
.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장미원 벤치에서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뒤에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미안해요. 그럴려구 한 건 아니었는데...'
음.... 많이 놀랬지만, 기분 안나빴는데;;;;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아놔, 이 놈의 머리속은 뭐가 들어있는거얏!! ;ㅁ;
==========
"삼춘은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응..ㅎㅎ"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원이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믿지 않아요."
"응......?"
무슨 뜻일까?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첫눈에 반하는게."
"........-_-;;"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나는 믿지 않아요...."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말일꺼에요."
분수대 위쪽을 수놓고 있던 불꽃놀이는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삼춘, 삐쳤어효?"
"..........."
자리에서 일어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갈 때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 삐친거 맞구나?? ㅎㅎ"
"........."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삼추우운~~ 화내지 마효~~>ㅂ<//"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삼춘..... 화내지 마요. ㅠㅠ"
여전히 내가 말이 없자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포시즌가든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다가가
잠시 앉았다.
조금전 끝난 불꽃놀이의 여운탓인지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키는 얼마쯤 될까. 덩치는 클까..."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실수다. -_-
"앗!! 삼춘 웃었다!! 그쵸?ㅎㅎ"
"-_-;;"
내가 무심결에 웃어버린 걸 본 영원이는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삼춘... 처음 봤을때...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고."
사실 동안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키도 아주 크진 않지만... 나랑 딱 잘 어울리고...."
순간 울컥해서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습처럼..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 참 좋았어요."
"......."
그런데...왜..?
"헤헷. 근데 너무 빠르잖아요. ㅎ"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앗 차거!! ;ㅛ;"
"까르르르..."
나도 분수대 물을 한움큼 집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삼추우우우운!!! ;ㅁ;"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나를 피해 손가방을 들고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아쭈~ 도망가?? "
그리고 양손을 모아 물을 한가득 뜬 채
그 뒤를 쫓아가는 나.
"꺄아~~!! 잘못했어요~!!!"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사실.. 쫓아다니다가 이미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졌고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하아, 하아, 삼춘....."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어느정도 숨을 고른 영원이는
갑자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나는 연희에요."
응....?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현민이라고 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연희야."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어느새 분수대 주변 스피커에서는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14. 별Ⅱ
ㅡ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因緣, -피천득
==========================
"삼춘!! 삼춘은 싫어하는게 모에요?"
"응? -_-)a"
뜬금없이 아라시고원 랩터고기(?)들 사이에서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음.... 익힌 당근."
"에...? ;ㅂ;)a"
사실이다.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음식 골라낸다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특히.... 카레라이스에 큼지막한 당근은 정말 싫어. -_-"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
....
.......상처 받았어. 삐뚫어질테야. 흑 ㅠㅠ
지나가는 포즈루크가 보인다.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괜히 심통이나서 지옥돌맹이를 불러내 머리위에 던져버렸다. -_-;;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미안하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전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혹시..... 영원이, 너네집 쑥 농사짓니? -_-)a"
".........-_-)+"
당연히 농담이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삼춘!!! 지금 나 뭐라고 불렀어효...? -_-)+"
헉..... 이런,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슬그머니 귓속말로 메세지를 보낸다.
"미안해.... 삼촌 머릿속에도 지우개가 있나봐... ;ㅁ;)/"
"ㅋㅋㅋㅋ"
맨처음 인던을 돌때 영원이가 했었던 말.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
.
.
.
.
저녁 열시.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띠리~~ 띠리리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어... 삼춘, 잠깐만요."
"그래. ^^ "
잠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이.
"응, 엄마. 나. ㅎㅎ"
부모님인가보다.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그나저나 영원이의 휴대폰 벨소리,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맞다.ㅋ"
오버 더 레인보우.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흠.... 나는 '문리버'가 더 듣기 좋던데.
=========
"삼춘~~ 오래 기둘렸어효? ;ㅂ;"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내곁으로와 팔짱을 끼는 영원이.
아... 흐뭇해라. ㅎ
"엄마? "
"응. ㅎㅎ"
다시 우리는 인파속으로 합류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근데... 삼춘. ㅠㅠ"
"응"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영원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랑 아빠랑 나 델러 여기 오셨대효.ㅠㅅㅠ"
"응.....?"
이건 또 뭔소리지?
"음.... 그게.... 언니랑 이 근처 지나가다가 나 태우고 가려고 일부러 들리셨대효.ㅠㅠ"
"아....."
지금은 벌써 열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잘됐네. 안그래도 조금 걱정했는데. ㅎ"
솔직히 영원이를 집에 바래다 주질 못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회사는 바로 지하철역 인근이라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삼춘이 태워다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됐네."
".........ㅠㅠ"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우리는 출구쪽으로 나와서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저 멀리, 비어있는 주차장 한편에 라이트를 켜고 있는 차가 한대 보였다.
"아... 저거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기엔 솔직히 민망한 상황.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저기.... 영원아. "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미안.....
"헤헤.... 왠지 쑥쓰러워서. ㅎ"
"......왜요.....ㅠㅠ"
집도 같은 서울방향.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삼촌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울상을 짓는 영원이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먼발치에서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뒤돌아서서 좌석버스가 있는 정류장쪽을향해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나이 서른 둘.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
"삼추우우우우우우운~~~~~!!!!!"
멀리서 바람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일까.....
".........!!!!"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본 나는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맙소사....."
어린 여자애 혼자 달리기엔 조금 먼거리.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힘껏 달렸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삼춘이랑 같이 손 꼬옥 잡구 버스도 타보고.... 꼭 그러구 싶었는데....ㅠㅠ"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
.
.
.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엥...? 이거 뭐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런거 누가 가르쳐줬어?"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와우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전화였고,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삼춘~!!! 'ㅁ')/"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저만치 넓은 초원사이를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15. 바램
기쁠때나
혹은 슬플때에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를.
행여,
이런 내 작은 욕심마져
허락되지 않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같은 하늘 어느 아래선가 내내 행복하기를.
부디 잘 있다는 안부라도
바람결에 전해 들을 수 있게 되기를...
==========================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후......"
벌써 일주일째.
언제나처럼 먼저와서 나의 퇴근을 기다려주던 영원이는
어느순간부터 나타나질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걸어본 핸드폰은
언제나 자동응답목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뿐이었다.
'어디 있는거니....'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영원이의 핸드폰 번호뿐.
정확한 집의 위치도, 집 전화번호도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영원이는 더이상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고싶다...'
내 손에 쥐어진 작은 사진 하나.
영원이는 그 작은 사진속에서 눈을 찔끔 감은채
파르르르 떨고있다.
"이럴줄 알았다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 것을."
지난번 에버랜드에 놀러갔을때
영원이 몰래 인화해서 가지고 있었던
후룸라이드 순간포착 즉석사진...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영원이의 사진이었다.
이 마져도 없었다면 아마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 가지고 싶어서
짖궂게 장난을 쳤던 나의 모습을...
그랬던 내모습. 너도.... 기억하고 있니...
================
회사에 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내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만원지하철에 밀려 집으로 온다.
텅빈 내집 문을 열고 가만히 컴퓨터 본체에 전원을 넣고
와우를 실행시킨다.
언제나처럼 아포여관 한구석에 나의 캐릭이 드러난다.
'후.... 오늘은 또 어디로 가볼까.'
나의 일과는 오로지 말을타고 동부왕국과 칼림도어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대륙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영원이가 나를 기다리며 있을것만 같았다.
그럴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불모의땅... 타우라조야영지...
심지어 멀고어까지.
호드들에게 짖밟혀서 진행이 어려울땐 시체끌기로 다니면서도
나의 여행은 계속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을 찾는 나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영원이와 연락이 끊긴지가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이 되어간다.
창문밖으로 매미소리가 끊이지가 않는다.
유난히도 덥던 7월이 가고 벌써 8월이 다가왔다.
아직도 여전히 영원이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고
나는 습관처럼 한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연희야... 보고싶다...."
행여, 내 메세지를 들을 수만 있다면...
제발 그럴수만 있다면...
잘 있다는 응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금 접하는 9시 뉴스등의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때마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지워버리긴 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차마 떨쳐버릴 순 없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
어느새 여름휴가가 찾아왔다.
8월 첫째주에 가는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다른 팀원들에 밀려 두째주에 가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걸.'
이제 나에게 아무의미가 없는 와우였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접속을 한다.
아마도 휴가기간 내내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영원이와 처음 만났던 엘윈숲으로 가보았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꼭 영원이가 다시 올 것만 같다.
물빵을 먹으며 기다려 본다.
혹시라도 접속하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
"저기... 님."
".........?"
아까부터 날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있던 나엘 만랩사제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한데요.... 생석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
"네......."
나의흑마는 특유의 모션과 함께 최상급생석을 하나 만들어
사제에게 건넨다.
예전에... 영원이도 생석때문에 고생좀 했었지.
나도 모르게 피식하는 웃음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누굴 좀 기다려요. ㅎ"
"아..... 혹시 가덤가셔서 호드랑 쟁하실 생각 없으세요?"
"별로요. "
뭔가 한마디 더하려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사제는 작별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진다.
...마음한구석이 왠지 개운하지 않다.
뒤돌아서 뛰는 모습이 어딘가 영원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인벤을 열어 영혼조각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서른 넷.'
이 정도면 어느정도 밥값은 할 것도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사제에게 귓말을 넣는다.
"저기... 팟초해 주세요. 잠시만 하다 갈께요."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영원이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
어느새 인벤 가득했던 영혼조각이 다 떨어져갔고
나는 정비를 위해 무법항 은행창고에 캐릭을 이끌고 갔다.
얼라이언스 한개 공대에게 밀려
그롬골 주둔지밖으로는 나오지 못하던 호드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4~5개 팟 규모정도가 되더니
그리고 그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수의 얼라와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난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호드란......'
끈질긴 도전과 끈끈한 뭉침.
그것만으로도 호드는 충분히 강했다.
'호드는 근성이다!'
누가 맨 처음 했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은행에 넣어두었던 일치와 일마를 열개씩 챙긴다.
채찍뿌리와 용숨결도 세묶음씩은 챙겨야 할 듯하다.
"후........."
그래도 영혼조각이 없는 흑마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임프만 데리고 쟁을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다 쓰지말고 조금만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
"현민이니?"
"아... 석호구나."
갑자기 울린 전화벨소리.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앞에 캐릭을 세워둔 채로
나는 담뱃갑과 라이타를 챙긴채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행여 튕기지 않도록 와우에는 매크로를 걸어놓았다.
한참 전투중에 주문석이나 화염석, 물빵등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
"뭐하냐? 이런 좋은 일요일에."
"왜..... 짜파게티라도 끓여주게? ㅎ"
나의 썰렁한 농담에 친구는 잠시 말을 잊는다.
"아휴... 어떻게 넌 고등학교때랑 지금이랑 변한게 없냐.ㅋㅋ"
"그러는 너는.ㅎㅎ"
잠시 이런저런 안부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오래된 친구란, 그 목소리만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응? ;;"
내가 가만히 시침을 떼자, 곧바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녀석이다.
"임마, 네 생일인거 내가 모를줄 알아? 빨랑 나와."
"................"
그랬다.
오늘은 내 생일.
한여름 퇴약볕아래 내가 세상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다.
"너 올해도 그냥 보낼래? 내가 애들 다 불러놨으니까... 후딱나와."
"..............됐다. 그냥 한걸로 치자."
누굴 만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이다.
==============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나온김에 집근처 김밥천국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김밥 두줄에 라면 하나.
생일날 먹는 식사로는 볼품없지만
이거면 족하다.
그다지 축하받고 싶지도 않은 날이다.
=========
집으로 들어와보니
모니터는 어느새 절전모드로 돌아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다행이 튕기지는 않은 상태.
물빵이며 주문석, 화염석등이 사라지지 않은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응?"
여러페이지로 나눠놓은 채팅창중에 귓말페이지가 깜빡깜빡거린다.
아포에 있을경우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여러 글씨들로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나는 채팅창 필터를 일반/파티말/공대말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나중에 길드가 생기게 되면 길드말도 구분지어야 하리라.
"헉........!!"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ㅂ<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왔어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삼춘 나와라 오바~!!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계속 자리비움이네!!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우우우운!!! 어디가써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바보~~ 멍충이~~ ;ㅁ;ㅁ;ㅁ;ㅁ;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아암추우우우~~~~~~운!!!
그랬다.
그렇게 찾아헤매도 없던 영원이가...
그토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영원이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로그인을 한 것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채 멍하니 있었다.
창밖으로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던
한 여름, 나의 생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
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그대와 함께 걷는 것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그대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
하지만
오직 하나만 바랄수 있다면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부디 그대가
내내 행복하기를...
==========================
O 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석달을 하루 같이 기다렸건만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아무짓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다시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
.
.
채팅창을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먼데 갔나보네 ㅠ_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흥!!!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줄 알아욧!?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자기 멋대로 내 이름중에 한자를 따서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삼춘!! 얘도 계속 랩업 시키면 이담엔 삼춘 소환수처럼 커져서 같이 싸워요? 'ㅁ')/'
'................-_-;'
애완동물과 소환수의 차이도 몰랐던 녀석.
'영원아, 네가 무슨 냥꾼이니? -_-'
'.....;ㅂ;)a'
이런날이 올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현아~~ 엄마 보고 싶었찌~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시집도 아직 안간 녀석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그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이상하게 현이란 말이 내 귓가에서 방망이질 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도.... 엄마 너무 미워하지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찬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가지마, 제발.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맞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앞에서 춤추면서 불러주려구했는데.ㅠ0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정말 미안해.... 정말.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진짜 가효...ㅠ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가지마... 부탁할께. 제발...
"'영원의나라'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
.
.
.
.
언제나처럼 시간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내가 놓쳐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는 그렇게 내게 잊지못할 생일 선물만을 남겨둔 채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내 손에 사진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
죄송합니다...
몸이 너무 않좋고
회사일이 갑자기 터져서 자정에야 겨우 집에 들어왔네요. ㅠㅠ
원래 길었어야 할 내용이라
후반부의 프롤로그 부분만 먼저 올립니다.
제가 진짜 해야할 이야기는
내일 이시간에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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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
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
.
.
.
.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동안 언제나 삼춘이 날 델러 여관으로 왔었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도 너무너무 빨리 삼춘 보고 싶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너란 아이는 정말...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더이상 이아이를 말려서 무엇하겠는가.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몹들 조심히 피해서 길만 따라서 쭉 내려와.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헉!!!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어느새 회색으로 나타나는 영원이의 모습.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왔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저기..... 연희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조금...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이의 말이 이어져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없이두 내가 혼자서 잘 갈 수 있다는 거 보여줄래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하지만...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은 그거 모르죠??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몹들이 아무리 쎄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시체끌기를 알아내고서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삼춘은 그거 몰랐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삼촌 여기있을께.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
얼마간을 계속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영원이가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이상한 괴물이 자꾸 쫓아오면서 죽여효.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긴건 몹같은데 생겼는데... 꼭 사람같아효.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름도 이상해. 꼭 사람이름 같아...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빨간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며칠전에도 공대로 필드쟁을 했었던 이곳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
영원이는 아직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썹이 무엇인지도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연희야, 삼촌말 잘 들어. 삼춘 금방 재접할테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잠시면 될꺼야.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은 없구.. 어쨋거나 금방 다시 올께.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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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나비효과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무심코 집어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때론,
누군가에게
지울수 없는 절망이 된다.
==========================
나는 게임을 종료시키자마자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급하게 결재를 하고 타우렌으로 접속을 했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따윈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누구 XXX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있다.'
이제..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
"누구시죠?"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귓말을 보내서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참내"
"부탁드려요."
여기서 말리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랩사제에요. 죽이셔봤자 명예점수도 없잖아요...."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갑자기 잠시 아무말도 없던 언데도적이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X, 그래서 얼라는 내가 저랩때 그렇게 학살을 했나?"
".......네?"
뭔가 심상찮은 말투다.
"랩 갓20 넘었을때부터.. 내가 샤쇼에서 죽은 횟수가 몇번인지 아슈?"
"........."
불안하다.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분위기는 더 험악해져버렸다.
"하루에 무덤에서 50번씩 뛰었어. 씨X, 만랩씩이나 쳐먹은 X끼들이 매일 깽판치는 바람에..."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갑자기 반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개X끼들은 장비다벗고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때 비참한 심정 니까짓게 알아!!"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군을 제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어요."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젠장...
"내가 가덤에 처음왔을때도... 샤쇼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잠시 사이가 흐른다.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너, 얼라캐 이름이 뭐라구?"
"...은빛나래."
"기지배냐?"
".........."
참는것도 한도가 있다.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킥. 휴먼오타쿠 새끼구먼. ㅋ"
".....그만하시죠."
점점 말이 더 험해진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쟤가 니 깔이냐? 응??"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갑자기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개자식....
"내가 오늘은 특별히 더 잔인하게 밟아주지. 킥킥.."
계속되는 욕설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
접속하자 마자 맵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아까.. 내가 접종을 했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
무법항에서 뛰어나가며 영원이의 상태를 본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도적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치사한 녀석....'
마음이 급해진다.
=========
무법항입구의 작은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개X식.... 그게 만랩이 할 짓이냐.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얼굴도 가까이 대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뛰어가는 내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
영원이가 시체상태로 변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영원이가 무덤에서 뛰어오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잠시만 참으렴... 삼촌 거의 다 왔어.
.
.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
시체상태이던 영원이가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010-XXX-XXXX'
처음보는 번호다.
전화기를 막 집어던지려는 찰나,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연희야!! 무슨일이야!!"
"사..... 삼춘......"
수화기너머 멀리서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 너무 무서워요.... "
얼마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괜찮아... 이제 삼춘이 있잖아.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채 있지 못한다.
"나 누워서.... 암짓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응... 그랬구나.. 잘했어..."
조금만...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이... 내 시체를 막 난도질 했어요...."
"....!!!!!"
놈이 언데드였다는게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그러더니.... 나를 막 먹어...."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추한 용모의 호드지만 좋은점이 하나있다.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흐....흑흑.... 삼춘...... 내가.... 죽었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뭐라 달래줄 말이 없었다.
나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체먹기에 당했을때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나... 죽기싫어요 삼춘... 나 죽기 싫어....."
"연희야...."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처절함을...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저 연희 언닌데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께요"
"딸깍!!"
.
.
.
.
.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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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글을 남기기란 쉽지가 않네요.
연초라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터지는 것도 한몫하구요..
며칠동안 늦게들어가다 보니
집에서도 글 몇자 적을 시간조차 부족하네요;;;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인용되는 인물과 이름은 모두 허구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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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
.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
.
.
.
.
.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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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희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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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
.
.
.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
.
.
.
.
.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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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기억
살아있다는 것은
때론 기억 한다는 것.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에 비례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아픔이 있다해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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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유난히 하얀 피부라 느끼기만했다.
병으로 인한 창백함임을 몰랐던 나의 착각이
너무나 미안하기만 하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쁜아이를
그저 여자아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영원의나라... 그 닉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못했다.
롯데월드도 못가봤다 하면서도
꼭 멀리있는 에버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그땐 몰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따금 타오르는 갈증만 있을 뿐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쩜, 먹는다 해도 그대로 다 쏟아버릴지도 모르겠다...
.
.
.
.
.
.
.
"그럼 골수 기증자는 있는 상황인가요..."
어쩌면 물으나 마나한 질문.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했던가.
나역시 행여 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가로젓는 응답 뿐이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연희가 처음 백혈병이란 걸 알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뜨겁던 커피가 식어갈 무렵,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많이 힘들어하고... 코피가 나도 쉽게 멎지가 않아 병원엘 갔었죠.
그때 알았어요. 우리 연희에게 그런 무서운 병이 있었는지...."
만성골수성은 급성과는 달리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처음에는 하이드레아를 복용했을테고... 나중엔 글리벡을 투여했겠지.
"학교도 그만두고 그렇게.... 5년동안을 매일 투병을 했어요."
그리고... 행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골수기증자만을
매일같이 기다렸을테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였었죠."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나요?"
"네.... 입원조차 싫어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만 했었거든요...."
속이 매스꺼워져서 모든 것을 다 토해버리고
너무도 독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리는... 최후의 방법.
"그렇게 매일같이 창문밖만 바라보고 살던아이가... 그렇게 집에서 책만보던 아이가....."
"..........."
그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돈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가 돌더라구요."
바보....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은 먼저 찾는가 하면... 심지어....."
"......."
"...쑥뜸뜰때도 울지 않고 꼬옥 참더라구요...."
엷게 웃는 미소사이로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인다.
"항상 뜸을 뜰때면 아파서 몸부림치던 아이가... 오빠를 알게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
아.....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쫓아내고는 컴퓨터를 하면서.... 자긴 꼭 나을꺼라구.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꺼라구....."
"........."
"언제나 오빠이야기를 할 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돌았었죠..."
코끝이 시큰해져 온다. 젠장..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한동안 진행이 멈췄던 연희의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급성기라더군요.... 더이상 약으로는 진행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연희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으로 외출을 하고 싶댔어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오빨... 참 많이 좋아했어요. 바보같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하늘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
.
.
.
.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바보같이...
난 영원이가 그말을 왜 했었는지... 여태 몰랐다.
내품는 담배연기 사이로
눈물도 함께 흩어진다.
========
아침부터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본다.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춰본다.
밝고 말쑥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다.
조금이라도 초췌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않다.
.
.
.
병실문을 들어서기 전에 심호흡을 한다.
"후우...."
이 문을 들어서면 영원이가 있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다.
꽃다발을 든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가 보이고
그 주변에 영원이의 가족들이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현민이라고 합니다..."
"반가와요. 내가 연희 애비되는 사람이에요."
인자해보이는 모습의 가족들.
캐나다에 있다는 큰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희곁을 지키고 있었다.
따뜻해보이는 사람들..
이런 가족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
"삼춘..... "
고개를 돌려서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를 본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다.
.
.
.
.
.
.
"연희가.... 오래 못버틸 것 같아요..."
창밖을 내다보며 영원이의 이야기를 하던 작은언니가
갑자기 힘들게 입을 연다.
"....폐렴이 왔어요. 흑...."
".....!!!!"
백혈병에 걸렸을때 가장 무서운 것이 열이다.
일시적으로 나는 열이 아닌경우에는
몸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므로
그것이 곧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하.... 항생제는요? 항생제로도 나을 순 없는 건가요?"
"흐흑...."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인간의 의술로는 해결하지 못할 선을 넘어간 상태...
"내일...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연희가 많이 보고싶어해요...."
영원이는 벌써 하늘나라에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
.
.
.
.
"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아이보리색 모자를 눌러쓴 영원이.
아마 저 모자밑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것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낯선 환자복이 조금은 민망한듯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퍼...?"
"응... 많이 좋아졌어요."
영원이의 곁으로 다가서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새라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엄마... 잠깐 할말이 있어요."
어제 보았던 연희의 작은언니라는 그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를 배려하듯이
부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삼춘......"
"응..."
"많이 보고싶었어요...ㅎㅎ"
.....나도.
목구멍까지 울음이 솟아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삼춘이랑 또 에버랜드 가야되는데.... 헤....."
"으응... 또 가면 되지......"
그럴수 없을거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밖에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에.... 삼춘 울어효?"
"아냐... 울긴 누가...."
바보같이..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우리삼춘은... 참 바보에요. 정말....."
영원이의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영원이에게 입을 맞춰줬다.
이마.
콧잔등.
그리고 입술.
너무도 그리워했던 영원이의 모습.
"헤... 우리 삼춘, 이제 보니 선수네. ㅎㅎ"
애써 농담으로 슬픔을 감추려 하지만
나보다 영원이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져 그것이 더욱 슬프다.
===========
"삼춘!!! 아니아니 그렇게 말구요!!"
"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잠시 그렇게 영원이와 있다가
영원이의 부탁으로 캐비넷 뒷쪽에있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병원에 컴퓨터가 없었기에
지난번에 내내 언니를 졸라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한 모양.
그리고 아픈몸을 무릅쓰고 병원에서 힘들게
와우에 접속을 했었을 것이다.
내 생일 축하해 주기 위해...
"와... 이러면 정말로 와우에 접속이 되는거야?"
"그러엄요!! 'ㅁ')/"
무선랜 카드 같은것일까.
조심스럽게 와우를 실행시켜 본다.
"아이디 불러봐."
"for*******"
한자한자 영원이의 아이디를 입력해본다.
"패스워드는?"
"안대욧!! -_-)+"
힘들어서 대신해준다는 말은 들은체만체
자신이 직접 입력해야한다고
노트북을 자신의 다리앞에 놓는다.
그리곤 한자한자 힘겹게 패스워드를 입력을 한다.
로그인을 하자 보이는 회색빛 풍경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에 영혼의 치유사 앞에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헤..... 무덤부활 해야지."
영혼의치유사에게 무덤부활을 시켜놓고
아이언포지로 귀환을 탄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한다.
"삼춘, 아이디 불러봐요."
"응...? 내꺼?"
"네에!! 'ㅁ')/"
"싫은데... -_-"
짐짓 안가르쳐주려고 하자
영원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돈다.
"흐음... 진짜 안가르쳐 줄꺼에요?"
"내가 그걸 왜 말해주냐. -_-"
갑자기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는
무언가 큰소리로 이야길 하려고 한다.
"언니~~!! 삼춘이 나한테 막 이상한 짓 하려고~~~ 웁웁!!"
"....뭐든지 다할께.... ㅠㅠ"
약간 오버하듯이 영원이의 입을 막고는
설득을 시켜본다.
영원이가 원한다면 와우를 접어도 상관이 없다.
아니, 두번다시 인터넷이며 게임따위 안해도 좋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된다.ㅎㅎ"
아까 영원이의 영혼이 서있던 바로 그자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나의 흑마도 온통 회색빛으로 서있다.
무덤부활을 하고 귀환을 탄다.
"이렇게 여관에 세워놔야 경험치를 먹죠!! 'ㅁ')/"
만랩이라.. 더이상 경험치바가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내겐 아무런 이유가 되지 못했다.
"아... 삼춘이 깜빡 잊고 있었어."
"피이.. 이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가 돌봐줘야 한다니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원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영원이가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그런 상태란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
"삼춘.... 나 쉴래효...."
"응.... "
조심스럽게 침대 등판각도를 움직여본다.
앉은자세로 세워져있던 베드의 머리부분이
조심스럽게 수평이 되어 내려져간다.
"불편하지 않아....? 베개 다시 베여줄까?"
"괜찮아효....ㅎㅎ"
어느새 영원이의 부모님과 언니가 병실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삼춘!!! 내일도 올꺼죠??"
휴가라는 것을 확인한 영원이는
그 기간만이라도 매일 보고싶은 모양이다.
"그럼.. 당연하지. 이쁘게 하고 있어야돼!! "
"헤..... ㅎㅎ"
언제나 영원이는 내 눈에 예뻤다.
머리가 길때나 짧을때나
화장을 했을때나 하지 않았을때나
언제나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와우를 실행시켰다.
사람은 누구나 연기자라 했던가.
나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힘든연기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무눈치도 채지 못한듯 그렇게 멀쩡히 대꾸했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에 미칠것만 같았었다.
로그인 화면에 영원이의 아이디를 넣는다.
그리고 몰래 훔쳐봤던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잠시 후 스톰윈드를 배경으로 한 영원의나라 캐릭이 보인다.
목구멍까지 울음이 찬다.
"크흑......."
로그인을 하자 아이언포지 여관에 서있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눈물이 가득차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보인다.
애써 울음을 참고
키보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경비병에게 말도 붙여보고
길가는 엔피시에게 빵도 하나 사본다.
마치 내가 영원이인것처럼
점프도 폴짝폴짝해가며 이곳저곳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영원이는 지금 낯선 병원침대에 누워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저만치에 경매장다리와 은행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방학때라 그런지 저녁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다.
엔피시에 말을 걸어 영원이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
절반이상이 비어져있는 영원이의 사물함.
그리고 그 한쪽구석에
차곡차곡 놓여져있는 작은 가방들.
마우스를 움직여 가방에 갖다대본다.
<6칸가방 - 제작자: 은빛나래>
맨처음 내가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이미... 더 큰가방이 있어
아무런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음에도
영원이는 소중하게 간직해두고 있었다.
"크흑.... 흑......."
아마도 내가 만들어 준것이라 차마 버릴 수 없었으리라.
참았던 눈물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내도 쏟아내도 폭포수처럼 설움이 북받친다.
더이상 참아낼 수가 없어서 컴퓨터 플러그를 잡아빼버렸다.
영원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아팠는지...
삼촌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아아악!! "
침대 베개맡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본다.
이대로 울다보면 이 슬픔이 조금은 가실까.
"엉엉엉.... 영원아... 죽지마..... 제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내가...
병실에서 훔쳐본 영원이의 패스워드였다.
'tkfrhtlvek'
21. 別離
부디
내가 머물었던 한자락
가슴에 묻고
그래도
좋았던 기억만은
잊지말아 주시길...
==========================
"삼춘!!!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위였어효? -_-)+"
"-_-;;;"
다음날 다시 병실을 찾아가자마자
다짜고짜 바가지부터 긁기시작하는 영원이.
이봐.. 당신이 지금 그말 할 처지가 아니라구... -_-
아무래도 이 병원에는 거울도 없나보다.
"요즘 밥도 제때 안먹구 다니죠!!! ;ㅁ;"
"아니.. 그게.. 일요일날 짜파게티는 먹긴하는데..;;;"
사실 살이찌든 빠지든
겉으로 표시가 안나는 체형이라
왠만해서는 다들 모르는데...
도대체 영원이는 속일 수가 없다.
"아이구!!! 내가 정말 삼춘때문에 못살아!! ㅋ"
".........-_-)a"
....일단 같이 살아보고 이야기 하자니깐.
==========
"삼춘.... 이제 내일부터는 회사에 나가야 하는거네효? ;ㅅ;"
"으응..."
다행히 오늘까지 광복절 연휴인 관계로
하루의 여유를 더 가질 수있었다.
"헤... 아쉽다."
회사를 그만둘까...
힘들긴 하겠지만 일단 영원이의 곁을 지키고
직장이야 나중에 새로 구해도 되는 것이니까.
"삼춘!!!"
"화들짝!! -_-;;;"
큼지막한 눈을 굴리면서 뭔가 추궁하듯 날 바라보는 영원이.
"지금 회사 때려칠까 고민했었죠. -_-)+"
".......-_-;;"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거의 무당수준이다.;;
"나참.... 기가... 차서.... 말이.. 참내..... 내가 무슨...."
"......말을 하세요. 말을. -_-)+"
아놔... 미치겠네.
"아니...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를.... 내가 얼마나 촉망받는....;ㅂ;ㅂ;ㅂ;ㅂ;"
".......-_-)+"
영원이, 요것이 아주 고단수다.
내가 무슨 틈만 보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파고든다.
이럴땐 방법이 없다.
영원이 입을 막아버리는 수 밖에. -_-
"웁!! 삼춘!!"
조금 놀래는 듯 하더니
이내 눈을 감는 영원이.
뽀뽀만 살짝 하려고 했던것이 키스까지 이어진다.
예상치않은 진행이지만 어쨋거나 목표달성. -_-)v
게다가... 영원이와의 입맞춤까지 얻었으니 더이상 바랄게 없다.
"...삼춘은 완전 짐승. ㅋ"
"ㅎㅎㅎㅎ"
"무슨 틈만나면 덤벼요!! 진짜 늑대야!! 으이구!! ㅋㅋ"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여기서 끝을 고하기엔
이제 막 시작한 우리사랑이 너무도 아쉽다.
.
.
.
.
.
"흐음... 참 이상하단 말야."
"뭐가효...?"
에버랜드 정문쪽으로
영원이와 손을 꼭 붙잡고 걸어나오면서
우리는 여느 다정한 연인처럼 속삭였었다.
"어떻게 똑같은 사람인데 연희손은 이렇게 부드럽지. -_-)a"
"풉....ㅎㅎ
진짜다.
작고 앙증맞은 건 둘째치고
너무도 뽀얗기만한 피부.
"아기 살결같아. ㅎㅎ"
만지기만해도 꿈결같은 영원이의 얼굴.
"오호~~ 그럼 아까 삼춘은 아기한테 이상한 짓을 한거네요? -_-)+"
"엥...?"
컥....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영원이의 눈동자에 또 장난기가 스친다.
"세상에!! 도대체 아가한테 아까는 무슨짓을 한거에횻!!! "
".....아니... 그게 아니라..... ;ㅂ;)a"
자기가 먼저 해놓구 덮어씌우는 것도 선수급이다.
"풉... 삼춘 또 얼굴 빨개졌다. 으이구!! ㅋㅋ"
".........*-_-*"
오른손으로 내 팔을 깊숙히 당겨
팔짱을 꼬옥 끼는 영원이.
"삼춘은요... 무슨말을 하든 얼굴에 표가 다 나효. ㅎㅎ"
"...-_-;;;"
음... 진짜 그런가.
"우리 이렇게 마냥 걸었으면 좋겠다..ㅎㅎ"
"....나두. ㅎㅎ"
길게 늘어선 에버랜드의 출구를 향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그렇게 여느 연인들처럼
행복을 쌓으며 함께 걸었었다.
.
.
.
.
.
.
"삼춘... 절대 회사 그만두면 안돼요...?"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냐. -_-)a"
영원이를 병실에두고 돌아서는 길은
언제나 천근만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삼춘이 돈을 많이 벌어야 내가 호강하지.ㅎㅎ"
"컹... 나 월급 얼마 안되는데...."
마음같아서는 곁을 떠나고 싶지않지만
영원이의 휴식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애써 눌러 참는다.
"...이 담에 월급봉투 조금만 들고오기만해요. 밥도 안차려 줄테야. -_-)+"
"........-_-)a"
"그리고... 삼춘 좋아하는 짜파게티도 없어요!! ㅎㅎ"
"컥... 그건 쫌....;;;"
"까르르르..."
과연 그런날이 올까..
나의 넥타이를 매주고 회사로 출근하는 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는..
예쁜 앞치마를 차려입은
영원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삼춘, 토요일날 봐요...ㅎㅎ"
"으응....."
올꺼야.
아니, 오게 만들겠어.
우리.. 언젠가는 꼭 같이 살자.
작고 예쁜집에서 아주.. 행복하게.
=========
긴 휴가 끝에 출근했던 회사는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며
나 역시 자연스레 일상속으로 복귀를 했다.
'영원이는 잘 지내고 있는것일까...'
이따금.. 연희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괜찮다는 대답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업무에 열중할 수 있었다.
어느덧 퇴근시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맘을 애써 눌러참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나는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
"저.... 기억하시나요?"
"누구시죠?"
오그리마 은행앞에 어둠풀셋을 입은 도적이
나의 귓속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우뚱한다.
"본래... 고통을 준사람은 쉽게 잊곤 하더군요."
".......?"
"휴먼 흑마 은빛나래입니다. 당신이 말했던 오타쿠지요."
"아....."
비로서 지난주 자신이 했었던 일이 기억이 난듯하다.
매우 당황한 눈치다.
"당신말대로 정식으로 캐삭빵 신청하러 왔습니다. 내일 오후 8시에 잊혀진 땅에서 뵙죠...."
"..........."
이 말을 하려고 나의 랩1타우렌은
머나먼 멀고어에서 오그리마 까지
얼마나 먼길을 뛰어야 했던가.
"물약이든, 붕대질이든, 버프든... 제약조건 없습니다. 단판승부로 가죠."
"아..... 저기......"
휴먼 흑마 대 언데드 도적.
파괴 흑마 대 언데드 도적.
"기계설인이든... 기공무기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가
이내 입을 다문다.
"저녁 8시. 코도 무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결과가 뻔할지라도
꿈틀하는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
나이젤의 야영지로 가는 그리폰위에서
잠시 버프창을 쳐다본다.
'악마의갑옷'
흑마에게 주어진 유일한 버프.
이것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다.
"후우......."
방안에서 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리란
나의 결심은
며칠을 넘기기 힘들다.
캐릭터창을 눌러서 장비를 다시한번 점검해본다.
사자의 어깨보호대...
끝내 구하지 못한 공포어깨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시합의 결과를 이미 잘 알고있다.
.
.
.
.
.
.
.
-XXXX가 당신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내게
빨간색아이디의 언데드 도적이 어느샌가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말을 탄다.
나도 공포마를 부른다.
쓴 웃음이 난다.
이녀석을 불타는 갈기를 볼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리라.
사람들의 인적도 드물고, 몹들의 흔적도 드문 곳으로
우린 아무말 없이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방해하는 호드나 얼라이언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
.
.
.
.
-XXXX가 당신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후......"
가만히 담배를 재털이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당신은 XXXX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나의 감정표현이 메세지창에 뜸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나의 모니터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나도 방향키를 눌러서 전후좌우로 뛰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멈칫하면 곤란하다.
직관력을 켠다. 쿨타임이 돌아간다.
'어딜까......'
사방팔방 둘러보았지만... 역부족이다.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고양이의눈 비약이라도 먹고 왔으면 좋을뻔했다.
금새 직관력의 효과는 떨어져버린다.
이럴때 상급투명체감지가 은신까지 감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무언가 팅하는 소리와함께 나의 흑마가 휘청거린다.
연이어 계속되는 스턴기.
곧이어 정신없는 연타콤보에 피가 정신없이 빠지기 시작한다.
멈찟거릴 틈조차 없다.
"찌이잉~~"
위상변화로 은신해있던 나의 서큐가 언데도적에게 현혹을 건다.
그 틈을 타 재빨리 빠져나온다.
앞쪽으로 뛰어가며 생석을 빤다.
포세이큰의 의지로 인해 현혹은 곧 무용지물이 되리라.
최대한 거리를 **야 한다.
불과 2초도 되지않아서 서큐의 현혹이 풀려버린다.
얼마동안은 현혹과 공포에 면역상태이리라.
아마도 계급장까지 착용하고 있겠지...
서큐를 공격적으로 돌려놓고
계속 움직이며 고통과 부패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제물을 시전한다.
"펑...."
제물에서 크리가 터진다.
700 정도의 데미지숫자가 모니터 가운데 뜬다.
잘 터질때는 1000까지도 나오는 제물이
하필... 오늘은 좀 약하다.
어느새인가 거리를 좁히고
언데도적은 난도질을 시작한다.
서큐의채찍질은 무시하고
나만 일방적으로 도륙하기로 한모양이다.
"펑!!"
연소가 터진다.
제물이 끝나가기 전 점화를 넣는다.
상대의 피가 절반가깝게 줄어든것이 확인되지만
이미 내 피는 고갈상태이다.
죽음의고리를 날려본다.
500의 데미지를 주고, 500의 피를 얻는 기술.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세를 뒤집기에는
모든것이 늦어버렸다.
"아악~~~"
끝내 나의 흑마는
외마디 비명과함께 차디찬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직도 상대의 피는 1/3이 넘게 남았다.
...일치, 무, 메론을 빨았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까.
애초에 윤회도 걸지않았다.
조용히 무덤으로 가기를 누른다.
=======
"님.. 잠시만요."
"....왜 그러시죠?"
무덤부활을 하고 게임을 종료하려는 내게
갑자기 귓말이 날아온다.
아마도 그 도적의 얼라캐릭이리라.
"일단... 진정하시고요. 저 XXXX입니다."
아직 재떨이에서 연기가 난다.
아까 내려놓은 담배가 아직도 꺼지지 않은 모양이다.
"말씀하세요."
"왜 일치를 안빠셨죠?"
굳이 답변하기가 껄끄럽다.
"그냥요."
"그럼... 기공무기는 왜 안쓰신거죠?"
쓸모없는 이야기때문에 부담을 가지기는 싫다.
"전... 재봉이니까요."
"........."
잠시 아무말도 없다.
기공이 아니라도 쓸수있는
무기들도 있지만.. 둘다 언급하지 않는다.
"말씀 다하셨으면...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저기......."
잠시 멈칫거리던 그거 말을 꺼낸다.
"그냥.... 이 캐삭빵 없던것으로 하면.....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네요."
바로 접속종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캐릭터 삭제버튼을 누른다.
'지금 삭제하시겠습니까?
행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위해서일까.
망설일 이유따윈 없다.
어차피 영원이가 없는 와우따윈
내겐 더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을....
메세지창에 한자한자 글자를 써넣는다.
그리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잊혀진땅의
어느 한 구석에서
나의 은빛나래는 영원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잭더XX와 간지XXX의 캐삭빵건으로
온 하이잘 서버가 떠들썩하던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22. 別離 ∥
나의 기침소리조차
들키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가슴
모든 것은
침묵의 고요로 묻어둔채로
늘 그렇듯 챗바퀴 속에 돌려버릴 뿐
이것이 내 마지막 바램
그리고 당신을 위한 처음,
마지막 나의 배려...
==========================
나의 흑마를 잊혀진 땅 어딘가에
영원히 묻어버린날,
나는 새로운 은빛나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캐릭터 생성을 하자
웅장한 스톰윈드의 모습 아래로 엘윈숲이 보인다.
'후......'
직업을 선택함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히 나의 은빛나래가 가야할 길로 왔을 뿐.
랩1 휴먼 사제...
하얀색 견습로브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
.
.
.
.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 주고팠던
그런.. 사람이있었다.
단축키창을 내려다 본다.
하급치유와 성스러운일격 스킬이 보인다.
'바보....'
스킬창에 있는 기술들조차
사용하는 법을 몰라
랩 7이 될 때까지 둔기만으로 몹을 때려잡던
그런 사제가 있었다.
상급사제나 파티란 것의 의미조차
모르던...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 받아본 생석을 팔아버린 줄 알고
안달하며 조바심내던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제를 조용히 바라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
노란색 느낌표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퀘스트를 하러다닌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의 은빛나래는 금새
레벨 7이 되어버린다.
맨 처음 그 아이를 보았던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엘윈숲. 개미굴 광산앞에
코볼트들이 보인다.
제법 바글바글한게
동시에 두마리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보호망을 시전하고
한마리에게 성스러운 일격을 날린다.
그리고 고통을 걸고
다른 한마리에게도 고통을 걸어준다.
둔기로 한마리를 때리면서
피가 어느정도 빠질때마다 하급치유를 한다.
고작 체력 3짜리지만
인내도 걸려있다.
금새 동랩몹 두마리가 누워버린다.
잠시 앉아서 엠탐을 해본다.
이렇게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
어디선가 영원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크흑......"
얼마 버티지 못하고 컴을 꺼 버린다.
이젠 모든게
너무 늦어 버렸다.
나에게 와우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또 다시 접속 하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의 은빛나래는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
날이 밝는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이런 내모습을 본다면
영원이는 뭐라 말할까..
힘겹게 세면을 하고
하나둘 옷을 챙겨입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챗바퀴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시간이 더디 간다.
아직 영원이를 보려면 이틀이나 더 남았다.
.
.
.
.
하루가 더 흘렀다.
내일은 토요일.
오늘만 지나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원이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긴 하루를 보낸다.
살며시 사무실을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후우....."
담배가 늘었다.
커피가 늘었다.
그리고... 한숨이 늘었다.
.
.
.
.
.
.
"삼추운!!!! 삼춘은 왜 담배를 펴효?? 'ㅁ')/"
"응....? -_-)a"
벤치에 앉아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문 내게
영원이는 그렇게 물었다.
"음... 그렇잖아요. 술은 마시면 취하기라도 하는데.. 담배는 좋은게 없잖아효.. ;ㅂ;)a"
"ㅎㅎㅎ"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말을 꺼낸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그게 뭔데효? ;ㅂ;)a"
쓴웃음이 나온다.
".....한숨을 연기속에 감출 수 있다는 것."
"..........."
.
.
.
.
.
눈가가 아프다.
코끝을 찡그려서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아서일까.
담배연기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번호를 본다.
영원이의 언니다.
"여보세요."
"아... 오빠. 저 은희에요."
지난번 면회 이후로
항상 습관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을 뿐
먼저 연락이 온적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연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뇨.... 그건 아니구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오늘요?"
"네... 저녁에 병실이 비는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 그렇군요."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반.
"어차피 내일 쉬니까 괜찮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
"네.. 부탁드릴께요."
어딘지 모르게 연희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아마도 행여 연희가 혼자 있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부탁이라뇨... 당연히 제가 해야죠."
행여 간병인이 있어 돌본다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고마와요......"
목소리에 물기가 조금 많이 묻은듯 하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정말... 고마와요. 제부...."
=========
"죄송합니다.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팀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나타난다.
"여자친구가 몸이 안좋아서 가봐야겠네요. 죄송합니다."
너무도 당당한 내모습에 기가 막혔으리라.
당황한 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인사와 함께 ID카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내게
박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유대리 퇴근하는 건가?"
잠시 멈짓하던 팀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금... XXX호텔 불시 점검나가는 중이에요. 현장직퇴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쓴 웃음이 나온다.
아직 쫓겨날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
숨이 턱까지 찬다.
군을 제대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도 쉬지않고 계속 달린다.
밀리는 택시안에서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도중에 내린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하지만.... 후횐하지 않는다.
다만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달려가리라.
병원문을 열고
연희가 누워있는 병실로 올라간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나의 발에 풍진이 일때까지 달려가 본다.
============
"헤.... 삼춘....."
눈물이 울컥나온다.
며칠 못본사이 온통 보라색이 되어버린 영원이의 입술.
코로 연결이 되어 이어져있는 작은 호스.
"보고싶었어효..."
이 작은 아이의 몸에
신은 왜 이런 고통을 내려주는 것일까.
"나도... 무척 보고싶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해도
판도라의 상자속 마지막 남은것이
한가지 절망뿐이라 할지라도
우린 행복했었다.
영원아,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단다..
그거 알고 있니?
응.. 삼춘.
나도 그랬어효.ㅎㅎ
이름모를 측정기들의 삑삑거림들 속에서
우린 잠시 그렇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부몰락지대에 머물던 석양이
영원이가 머물고 있는 병실창문에도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던..
그런 저녁이었다.
23. To heaven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건들 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삼춘... "
"응?"
"나.... 처음......봤을때..... 기억해요....?"
"그럼. 기억하구 말구..."
영원이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희미하게 미소가 감돈다.
"헤... 어땠.....는데요...."
잠시 눈을 감고 그때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눈이 부셨어. 5월 햇살보다도 훨씬."
.
.
.
.
.
.
.
"뭔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죠...?"
불과 며칠사이에
훨씬 더 병세가 짙어진 영원이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분위기가 느껴졌다.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핑계이리라.
"연희가.... 폐에 물이 찼대요...."
"........?"
"그런데도... 백혈구 수치가 부족해서... 수술도 할 수가 없대요....흐흑..."
"........"
무슨 의미일까.
영원이의 언니가 하는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
"그럼.... 저렇게 산소호스를 계속 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뇨......"
연희의 언니는
젖은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 본다.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꺼래요....."
.
.
.
.
.
.
믿을 수가 없다.
아직 저리도 멀쩡해 보이는데...
"헤... 삼춘..... 그럼..... 그때.... 나한테... 반했구나..."
"......으응"
영원이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난.... 삼춘이...... 언제부터...... 좋았는지.... 알아효.......?"
".....글쎄? 언제부턴데??"
특유의 장난기가 눈동자에 핑그르르 돈다.
"..... 비......밀. ㅎ..."
"아쭈!! 삼춘 놀리면 못쓴다구 했지!!"
"ㅎ...ㅎㅎ...."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영원이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나의 위선이 싫다.
.
.
.
.
.
.
"....요사이 몇번이나 영원이가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절대 주말전까지는..... 오빠한테 알리지 말라고....."
"........."
"오빠가 알면... 회사고 뭐고 무작정 달려올지도 모르니...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
바보... 넌 정말 바보다.
그깟 회사가 뭐 그리 대수라고.....
"아까.. 오빠한테 연락을 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오빠가 내일 쉬는 날이라 지금 온다고..."
"........."
"그 때부터... 저렇게 환한얼굴로 오빠를 기다리더군요...."
.
.
.
.
.
.
.
"삼춘.... 나..... 부탁.....있어요....."
"응....?"
영원이가 힘들게 말을 꺼낸다.
"그전....부터.... 궁금했....었어요.... 우리 삼춘이..... 어떤.... 글을 썼었는지....."
"........."
영원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이야기.... 해줘요......."
의자를 당겨서
영원이의 곁에 바싹 다가 앉는다.
그리곤 한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칫..... 재미없구 유치하다고 나중에 뭐라고 했다간 봐라."
"헤....헤에...."
살며시 눈을 감는 영원이를 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아주 오래전에.... 강원도 한 산골 군부대에 서울출신 뺀질이 군바리가 한명 있었대........"
"으응......."
...그리고
그 아저씨를 사랑했던
코스모스를 닮았던 꼬마가 있었단다.
.
.
.
.
.
.
"그랬다면 진작에 연락을 했었어야죠!!"
"............"
연희의 언니는
진작부터 붉어진 눈동자로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꺼낸다.
"자기는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고......"
"........"
"어떻게든 주말까지 버텨보겠다고... 그러니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니....
"연희에겐... 오빠가 전부였어요... 차마 연희의 소원을 어길 순 없었어요...."
.
.
.
.
.
.
.
"....삼....춘... 나... 노래..... 불러줘요..."
"응...? 갑자기 무슨 노래?"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연희가 말을 꺼낸다.
"갑자기.... 삼춘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요...."
".......별 걸 다 시켜, 정말. ㅠㅠ"
짐짓 울상을 짓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는
영원이의 모습.
가벼운 헛기침을 한번 해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노래를 시작한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작고 잔잔한 노래가
병실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밤이 점점 깊어간다.
.
.
.
.
.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
"흐흑... 흑....."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엉엉.... 오빠... 우리 연희 불쌍해서 어떡해요.... 엉엉..... 어떡해....."
가슴에 담이 내린 것처럼
심하게 조여온다.
코끝이 시려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아무렇지 않은척
영원이의 언니를 다독여주기엔
내 슬픔이 너무도 크다.
.
.
.
.
.
.
"삼춘... 나 할말이.... 있어효...."
영원이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어간다.
"예전에.... 삼춘이 꺾었던..... 펜을.... 나를 위해... 다시 들어줄 수.... 있어요....?"
목구멍까지
울음이 가득차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무슨.. 글... 이라도... 좋아..요.... 나를... 위해서라도.... 다시... 글을 써.... 줄래요....?"
".........."
눈동자가 터질것만 같다.
금새라도 후두둑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아무런 대답도 못한채 고개만 끄덕여본다.
"고마와요... 삼춘.... 정말....."
뭔가 말을 해줘야하는데
머릿속이 텅 빈듯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다.
"나.. 사실... 삼춘한테..... 거짓말 했어요......"
".........."
무슨 말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삼춘을 좋아했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죠......"
희미한 미소가
영원이의 입가에 스치는듯하다.
"왜.... 그때 있잖아요.... 삼춘이 처음으로.... 내 앞에... 나타났던... 날.....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뿌리며... 내 앞으로.... 나타.....났던.... 그 날....."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얼굴도.... 모르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었......"
점점 희미해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속에서 오열이 솟는다.
꽉 깨어문 어금니 사이로
울음이 새어나온다.
"크흑......"
영원이는 간신히 손을 들어
언제나처럼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울지 말아요. ....삼춘은... 흑마.... 잖아요......"
참다가 터져나온 슬픔은
무엇으로도 막을수가 없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런... 삼춘이 좋았어요....."
"........."
"나도... 이 다음에.... 삼춘처럼..... 멋진..... 흑마가..... 되고..... 싶었는데....."
.
.
.
.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밖으로 나간 영원이의 언니가
다급하게 당직의사를 불러왔을때....
이미 연희는
그토록 자신이 그리던
영원의나라로 떠난 다음이었다.
============
매미는
땅속에서 7년동안 유충으로 지내다가
여름이 오면 나무위로 올라가
탈피를 하고
성충이 된다고 한다.
깊고 축축한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와서 자유를 실컷 만끽하기도 전에
짧디 짧은 2주간의 수명을 마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화장을 한 연희의 뼛가루를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국도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바람결에 조금씩 날려보낸다.
'나는 연희에요.'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내가... 널 어떻게 잊겠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내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연희의 부모님과 두 언니가
오열을 한다.
하지만 나는
울 수가 없다.
눈물이 차마 나오지가 않는다.
'삼춘!! 우리 가을이 되면 또 여기 와요!! >ㅂ< //'
'그래. ㅎㅎ'
아직 매미가 울어대는 8월이 채 가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이곳에 왔다.
그리고
연희는 이곳에 남고
또 나만 혼자 돌아가야 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미안하다... 연희야....
꼭 같이 집에가자는 약속을
삼춘은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구나...
마치 자신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기라도 하듯
그리고,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난
한 여자아이의 죽음을 알기라도 하듯
매미가 운다.
힘차게 울어재낀다...
24. 편지
슬픔이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것
때론 기억이
아픈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해도
한줄기 추억으로
그리움 사이에 고이 접어
넣어두기를...
=================
영원이를 만나기 전에
언젠가 그런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삼춘... 근데 삼춘은 왜 장가를 안가효?'
'...장가고 뭐고, 삼촌을 자꾸 삼춘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영원이를 에버랜드에서 처음 보기 전에
난 그저 연희를 어린아이로만 대했었다.
'웅... 예전에 친구들 보니까 예전에 다들 삼춘이라고 부르던데... ;ㅂ;)a'
'삼촌이 표준어야. 그러니까 그렇게 불러. -_-'
'........;ㅂ;)a'
표준어 따윌 운운하며 말하는 내게
영원이는 한참을 쭈뼛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삼춘이.... 더 정감있는데.... ;ㅂ;)a'
'........-_-;;'
정감은 무슨...
아.... 설마;;
'영원이... 혹시 삼촌이 없니..?'
'네... ;ㅂ;)/'
고모들만 몇명 있을뿐
아들손이 대대로 귀한 집안이라고 했다.
'음....;;;'
미안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낸 죄책감에
잠시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구... 삼촌이라고 부르면 친조카 같잖아효... ;ㅂ;)a....'
'......-_-;'
'삼춘이라고 부르면... 왠지 나만 부르는 이름 같기도 하구... ;ㅂ;)/...'
'..................-_-;;;'
더 고집부리면 왠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알았어. 그럼... 그렇게 불러;;'
'와!!! 진짜효??!!! ;ㅂ;)/'
그렇게 좋을까. 그냥 부르는 것 뿐인데.;;
'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 우리삼춘!!!!!! ! >ㅁ<'
'......아쭈. -_-'
'우리 삼춘, 최고!! 히히힛!! >ㅂ<'
그렇게 좋았었니.. 삼춘이라는 말이.
.
.
.
.
.
.
.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영원이를 남겨두고
빈차로 혼자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길었다.
"후......"
창문을 조금 열고
담배를 하나 물어 본다.
친구차를 빌려오긴 했지만
약간의 담배냄새가 배어도 이해해 줄 것이다.
'미안하다....'
지난번 영원이와 에버랜드를 왔을 때
차를 빌려오지 않은 것이 이리도 후회될 줄은 몰랐다.
친구에게 빌렸어도 되었고
하다못해 렌트카를 가져오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각으로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삼춘..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집에가효. ㅠㅠ'
나는 영원이의 작은 부탁하나도 들어주질 못했다...
.
.
.
.
.
"연희가 남긴 편지에요...."
영원이의 유언대로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영원이의 유해를 뿌리고 난 후
그녀는 작은 핸드백안에서
연희가 나에게 남겼다는 편지를 꺼내어 건내주었다.
"그동안... 고마왔어요...."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오열하고 있는 연희의 엄마와 큰언니.
영원이의 가족들을 뒤로 한채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
.
.
.
.
'후......'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눈이 아파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
집앞에 차를 세우고
텅빈 집안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허물어진다.
너무도 꿈결같고
너무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원이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어쩜 나는 긴 꿈을 꾼것이 아닐까...
금새라도 영원이가 '삼춘'이라며
저 만치에서 달려올 것만 같다.
"하아...."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고
조용히 컴을 켜본다.
그리고 영원이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해본다.
.
.
.
.
.
.
패스워드가 바뀐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원이의 캐릭이 보이지가 않는다.
갑자기 눈앞이 멍해진다.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불과 지난주에만 해도
영원이의 캐릭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강제종료를 시도해본다.
어쩌면 섭따등의 버그로 인해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몇 번을 다시 시도봤지만
영원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처음부터 영원의나라 캐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텅빈 여백만이 캐릭터 창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설마.....'
나의 흑마를 잊혀진땅
어느구석엔가 영원히 묻어두고
새롭게 사제를 만든 이후로
그동안 나는 접속을 하지 않았었다.
급하게 나의 계정으로 접속해본다.
로그인 화면이 바뀌고 캐릭터선택 화면이 뜬다.
"..........."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영원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영원이의 모습이
랩1짜리 작은 노움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의 계정안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여... 영원아....."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마치 수도꼭지처럼
울움도 나지 않는데 눈물만 흐른다.
"이... 이거였니."
내가 영원이를 찾아 처음으로 병문안을 갔었던 그날.
굳이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달라고 때쓰던 이유를
나는 오늘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내 계정안으로 들어와 있는... 영원의나라.
.
.
.
.
앞이 뿌옇다.
눈이 보이질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양복주머니 안쪽을 더듬어 본다.
차마 용기가 나질않아
아직까지 뜯어보지 못한
영원이가 나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조심스럽게 손으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어 본다.
=============
-삼춘!!! 헤헤!! 연희에요.
-이렇게 편지로 쓰자니 되게 어색하고 쑥쓰럽네요. ㅎㅎ
-그래도 삼춘한테 꼭 남겨야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써봐요.
영원아...
-이 편지를 삼춘이 보고 있다면.. 이미 내가 세상에 없다는 뜻이 되겠죠?
-헤... 왠지 쪼끔 서글프다. ㅠ0ㅠ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더 이상 아플 일은 없을테니까요.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그리도 밝고 명랑했었구나.
-삼춘... 얼마 안있으면 삼춘 생일이네요.
-그동안 찾아가질 못해서 많이 미안했어요.
-삼춘이랑 에버랜드 갔다온 담에 며칠있다가 갑자기 되게 많이 아팠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엄마랑 언니가 펑펑울면서 옆에 있었어요.
-내가 정신을 잃은지 하도 오래되서 죽는줄 알았었대요.
어느날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졌었던 영원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나의 기다림.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며칠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어제 병실로 옮기면서... 언니랑 엄마랑 막 우는 걸 보았어요.
-내가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옮기는데도 슬픈가봐요.
-참 다행이에요. 삼춘한테 인사도 못하고 먼 곳으로 가는줄 알았었는데...
촛불은 꺼지기 전에 가장 밝다.
아마도 영원이도 그런 상태였으리라...
-며칠있으면 삼춘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언니 졸라서 병실에서 컴퓨터 할 수 있게 조르고 있어요.
-아파서 안된다고는 하는데.. 조금만 더 조르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언니는 내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거든요. 헤헤..
그랬구나.. 그렇게 힘들게 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예전에 혼자 집안에만 있을 땐.. 세상이 참 어두웠어요.
-삼춘 몰랐죠? 예전에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지....
-일년, 이년 아파가면서...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가고
-대학엘 가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마냥 부러워하곤 했어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책을 읽는 것 뿐...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도 하고, 차도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것이
-내게는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요....
한번 쏟아져내리는 눈물은 멈추지를 않는다.
-어떨때는 빨리 죽고 싶은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꺼란.. 그런 나쁜생각 한적도 있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것 따위는 절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게임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거 알게 됐구..
-그러다가 삼춘을 만나게 됐었죠.
그래... 나도 기억해.
-맨 처음 삼춘을 봤던 순간이 지금도 생각이 나요.
-괴물들한테 둘러쌓여서 어떻게 할수도 없는데..
-막 도망다니려고 해도 점점 더 늘어나서 이젠 끝인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삼춘이 내려왔어요.
삼춘도 잊지 않고 있단다...
코볼트들에게 둘러 쌓여 난감해하던, 영원이 네 모습을.
-불타는 말을 타고 내앞에 나타나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내리는 삼춘의 모습은
-나한테는 정말 꿈같은 모습이었어요.
-투구에가려서 얼굴도 볼 수가 없고.. 빨간눈이 무섭긴 했지만...
-분명히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어요.
언제나 공포머리를 푹 눌러쓰고 다니던
그때의 내모습이 기억이 난다.
-헤... 첨엔 언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삼춘이란 거 알고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죠?
-에버랜드에서도 첨 봤을때.. 너무 좋았구요...
-삼춘이랑 원숭이랑 곰들이랑 같이 놀때두 정말 잊지 못할꺼에요.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랬구나... 나도 그랬었어.
-나 사실은 예전에 삼춘이 말했던 게 자꾸 기억이나요.
-오래 전 글을 쓰다가 다 접었다는... 그 이야기.
-그 언니가 삼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난 삼춘이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꿈을 버릴정도로 좋아했던 그 언니한테 왠지 질투도 생기구요. -_-)+
-나 때문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면... 내가 언니를 이기는게 되는 거니까. 헤헤..
-꼭 들어줄꺼죠? 내 마지막 소원이니까.. 안들어주면 안되요.ㅎㅎ
바보야. 이미 나한테는 너 밖에 없는 걸...
내 마음은 영원이 너밖에 없어서..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걸...
-아 참!! 그리고 소원 하나 더!!
-나 없다고 해도 절대로 울거나 하지 말고... 밥도 잘먹고 회사도 빠지면 안되요.
-그냥.. 삼춘을 많이 좋아했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되요.
-만약 내가 없다고 해서 매일 울고, 모든걸 다 포기해 버리는 그런 삼춘이 된다면
-나는 하늘나라에서도 되게 많이 슬플꺼에요.
내가 어떻게 널 잊겠니.
세상이 지금 끝난다고해도.. 어떻게 그 기억을 지우겠니.
-사실 지금도 걱정이 되요.
-툭하면 우는 울보라... 옆에서 누가 항상 돌봐줘야하는데...
-우리 삼춘... 불쌍해서 어떡해요. 그렇게 울 때마다 내가 눈물 닦아줘야 하는데.
-이젠 그렇게 못해줘서.. 너무 미안해요.
-나... 더 울게 만들지 않을꺼죠? 씩씩하고 멋지게 살아 갈 수 있죠??
내가 울 때마다.. 항상 내 얼굴을 어루만져주던 작은 아이.
- 울지 말아요. 삼춘은 흑마잖아요.ㅎ
- 해봐요. 나는 울지 않아.
- 해봐요. 나는 흑마니까, 절대 울지 않아.
-절대 울면 안되요.. 이젠.. 삼춘 울어두 눈물 닦아줄 사람 없으니까..
-삼춘이 울면 하늘나라에서도 나 너무 슬퍼서 편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로 울지 않기!! 약속!!!
미안해... 울면 안되는데... 자꾸 이상한게 눈에서 나와.
-언제나 혼자다니는 삼춘이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지 않아서.. 언제나 혼자 외롭게 다니던 우리 삼춘...
-내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려구 했는데... 먼저 떠나서 미안해요.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알속에 틀어박힌 것 처럼.. 언제나 혼자였던 나.
-앞으론 그렇게 혼자만 있지 말구...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요.
-게임도 혼자 하지 말구 길드도 들고, 벙개라는 것도 나가고...
-사람들하고 재밌게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길 바래요.
-그리고... 주말엔 예쁜 언니 만나서 데이트도 좀 하구요.
-그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께요.
게임안에서조차 언제나 소환수와 둘이서
외롭게 사냥을 다니던 나..
-그래야 나도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나 때문에 아무도 안만나고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서 지내기만 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내내 가슴아플꺼에요.
그럴께. 길드도 들고 친구들도 만들께.
-하늘나라에서도 언제까지나 삼춘 지켜보면서.. 행복하기를 기도할께요.
-맨날 삼춘말 어기고 딴짓하는 못된 아이였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어길께요.ㅎㅎ
-오빠. 연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현이 오빠.
-처음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어요. 그리고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께요.
참았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오빠, 그리고 삼춘.
-안녕...
============
한참을 울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흘렸던 모든 눈물보다
오늘 하루동안 쏟은 눈물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하던 아이.
언제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돌보며
위로하려 애쓰던 아이.
'바보얏!!! 거기서 나한테 힐을 주러오면 어떡해!! 몹이 다 널 쳐다보잖아!!'
'아..... 그게....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게임안에서조차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내게 무한힐을 넣어주던 아이.
'삼춘 이거 먹어요!!'
'이 물약을 사용하면 체력이 140~180만큼 회복됩니다.'
만랩인 내게
하급치유물약을 조심스럽게 건내주던 아이.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어느날부턴가 나에게 감정표현이란 것을 보내던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내게만 키스를 보내고 부끄러워하던 아이.
'헤헤!! 삼춘!! >ㅂ< '
휴먼캐릭터였지만
마치 노움처럼 방방뛰면서 행동하던 아이..
그리고 이제 노움이 되어
나와 함께 영원히 같이 숨쉬는 아이...
"후........"
이젠 작은 노움으로 변해
내 곁에만 남아있는 아이.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리고 새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러
예전의 영원이의 모습을 꼭 닮은
흑마를 하나 만들어 본다.
'파멸의나라'
아직 내겐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25. 나는 흑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alfred d. suja -
=================
"오랜만이네요...."
"누구시죠..?"
두 달 동안을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만랩을 찍고, 아이템 파밍도 어느정도 끝났다.
"지난번 잊혀진 땅에서의 승부... 기억하시나요..?"
".........아......."
자신의 캐릭터 삭제를 걸고 겨뤘던 승부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만랩찍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네요....
조건은 그때와 같습니다. 이번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뵙죠."
"............."
접종을 하고 나오려는 내게 귓말이 온다.
"...그렇게 힘들게 키워서 다시 올만큼.. 제가 큰 잘못을 한 건가요...?
".....아뇨."
이곳은 전쟁썹.
서로 죽고 죽이는 운명을 타고난 대륙.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고통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익숙해지는 것일뿐.
나는 영원이를 보낸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짜파게티를 먹지 않았다.
.
.
.
.
.
영원이의 죽음 이후로 나는 많이 밝아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을 잊지말라는 영원이의 유언처럼
나는 나의 메신저며 인터넷상의 모든 이름을 '영원의나라'로 이어 나갔다.
"샤미형.... 미안해요. 저 이만 길드를 탈퇴해야 할 것 같아요..."
"헉.. 왜 그래. 무슨일 있어?"
만랩을 찍고 아이템 파밍을 어느정도 끝낸 어느날..
나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몇명 되지도 않는 길드원들이 많이들 놀란 모양이다.
"음... 앞으론 게임도 많이 못할것같고... 이런저런 이유때문에요. ^^;;"
"헉, 나라형님.. 가지 마세요. ㅠㅠ"
묘견이가 많이 놀란 모양이다.
영원이의 바램대로... 나는 길드도 들었고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아직 정모며 벙개등에 참석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길드생활에 충실했었다.
"얼라형님도 안계신데... 인사라도 드리고 나가지....."
"죄송해요. 하지만.. 형이 주말은 되야 접속하시는데 제가 시간이 별로 없어요."
이번 주말이면 어쩌면 나는 또 하나의 캐릭을 지워야 한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묘견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
"다들 인사 못하고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네오님도 많이 섭섭해 할텐데....."
혼자서 좌충우돌로 법사를 키우던 한 사람.
새로운 길드 서명을 받기위해서 권유했다가
길드 탈퇴 하는 법을 몰라서 자연스럽게 우리 길드가 된 사람.
"어제... 인사했어요. 그럼 이만 나가볼께요."
며칠전 40랩을 찍기 바로전 나는 남아있는 아이템을 정리하면서
그녀에게 100골드를 건넸다.
"헉... 이게 왠 돈이에요?"
"선물이에요. 그거면 말 사실수 있을꺼에요. ^^; "
"아... 이거 받아도 되는건지..;;;"
"제가 워낙 돈이 많아서... 다른사람들에겐 끝까지 비밀지켜주세요.ㅎㅎ"
어차피 나에게 골드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그리고... 언제나 뛰어다녔던 한 아이를 대신한...
다른이에게 베풀수 있는 나를 위한 작은 위안이었다.
'/길드탈퇴'
채팅창에 내가 길드를 탈퇴했음이 나오는 메세지가 뜬다.
지나간 추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친다.
.
.
'Pheonix'길드에 맨처음 가입을 했었다.
"나라님, 길드 바꾸기로 했어요."
"왜요....?"
"...스펠링이 틀렸더라구요. -_-"
길마와 길원들 사이에 있던 불협화음도 한몫 했었나보다.
"....엥, 그 스펠링이 틀린거였어요?"
".....o하고 e가 순서가 바뀌었어요. -_-;;"
그리고 새롭게 가입한 'Endorphin'...
"나라야. 길마랑 운영진이 고등학생들이라... 시간대가 너무 않맞아서 고민이다."
밤 열시가 넘으면 운영진이 사라져야만 했던
슬픈 운명을 지녔던..... 내가 몸 담았던 두번 째 길드.
"엥, 마음과마음??? 무슨 길드명이 이래요??"
"........샤미형 작품이에요. -_-;"
멋지고 느낌있는 길드명을 기대한 묘견이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녀석은 'Gundam'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를 원했었다.
그것이 내가 몸담았던 마지막 길드.
좋았던 사람들....
진작에 나에게 길드라는 것이 있었다면
가시덤블에서 그렇게 영원이를 보내진 않았을것이다.
.
.
.
.
.
.
나이젤의 야영지로 날아가는 그리폰위에서
다시한번 숨을 가다듬어 본다.
어쩌면.. 이번에도 나는 나의 캐릭과 이별해야한다.
캐릭터 정보창을 본다.
이번에도 공포어깨는 얻지 못했다.
그리도 스칼로맨스를 많이 다녔음에도
구울방을 거치기란 타클래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가.
.
.
.
.
"현민이 너 와우 할 줄 알아??"
"음... 조금."
2년만에 만난 친구가 와우를 화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나 휴먼 사제 24짜리 있는데.. 이번에 나엘 도적으로 새로 해보려구. 같이 할래?"
"그럼, 난 노움 사제나 키워볼까...ㅎㅎ"
"바보........ 노움이 사제가 어딨냐. -_-"
"...응? 그게 왜 없어?"
당황해하는 내게 친구는 답답해 한다.
"원래 없어. 나이트엘프 마법사 본 적 있냐....?"
".........!!!"
집으로 들어와서 급하게 접속을 해본다.
그리고 캐릭터 선택창을 본다.
'랩 1 영원의나라 흑마법사'..
순간 멍해진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왜 나는 그동안 당연히 사제라고 생각한 것일까.
.
.
.
.
.
'당신은 XXXX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지난번과는 달리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
일방적인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나와준 그에게
미안한 마음마져 생긴다.
'당신은 XXXX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때처럼 그가 은신을 하고 사라져간다.
직관력을 켠다.
그리고 마우스 우클릭을 하여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1,2,3......'
15초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다.
그 안에 발견하기만을 바랄뿐이다.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뿌옇게 다가서는 그가 보인다.
재빨리 부패를 넣었다.
나의 심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공격적으로 설정해 놓은 임프가
1초간격으로 불화살을 날려댄다.
이 날을 위해 나는 임프에게 특성을 5포인트나 투자했었다.
나의 캐스팅 포즈가 이뤄짐과 동시에
그가 필사적으로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연속으로 '어둠의연소'를 넣었다.
"쾅!!"
1000에 가까운 크리데미지가 뜬다.
곧바로 고통의저주를 넣는다.
이제 제물만 들어가면된다.
"아...!!"
어느샌가 나를 빙빙돌면서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하며
캐스팅을 방해하는 도적...
'실패'
'실패'
마음이 조급해진다.
연속되는 공격으로 나의 피도 벌써 절반가까이 빠져간다.
왼손으로 죽음의고리 단축키인 F4버튼을,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로 생명석을 쉼없이 클릭해 본다.
한번의 기회가 있기를.... 제발 이게 끝이 아니기를.
"쿠오오오~~~~"
죽음의고리가 들어갔다.
나를 등지고 반대편으로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도적의 모습.
실수가 없도록 마우스로 생명석을 빨고
천천히 방향을 잡고 제물을 시전한다.
"푸확!!"
제물이 들어갔다.
그리고 공포가 풀린 그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남은 피는 30%정도...
'점화'를 넣는다. 1300짜리 크리가 터진다.
'어둠의 연소'칸으로 시선을 보낸다.
어느새 쿨타임이 돌아와 있다.
'...이겼다.'
다시 한번 터진 어둠의 연소와 함께
그가 쓰러지듯 자리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긴 여정도 이제야 끝났다.
이제 더 이상 가위에 눌리는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
"후... 졌습니다."
"........."
9월 중순무렵이었을 것이다.
블리자드에서는 1.8패치때 '죽음의고리'를 상향시켰고
해제 불가능한 공포3초의 기능을 흑마의 스킬에 추가시켰다.
"이번에도... 버프따윈 받지않고 온 모양이네요."
".........."
"만약... 죽고가 패치 않됐으면 어쩔뻔 했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누울수도 있었겠죠."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던가.
우연같은 흑마스킬 패치로 나는 언데도적을 잡을 수 있었다.
"쩝... 어쨋든.. 약속은 약속이니 이번엔 내가 지울 차례군."
"아니요.."
나는 그동안 참아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절대로 캐삭하시면 안됩니다....."
".......?"
나의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언데드 도적.
"당신에게 하고 싶은말이 있었습니다."
"........?"
내가 정말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
"첫째... 우연히 필드에서 회색의 얼라이언스를 1:1로 만났을 경우엔 그냥 보내주십시오..."
"둘째... 불가피하게 죽였을경우에는 2번이상 시체 지키기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져간다.
"그리고 셋째.... 그렇게 죽인 저랩의 시체는 절대 먹지 말아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전부입니다. 부디 지켜주시길...."
"..........."
그도 나도 아무 말이 없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그가 묻는다.
"......도대체, 그 말을 하기위해 캐릭터 삭제까지 한 이유가 뭐요....?
"............"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ㅡ
그리고 언젠가는 그를 이기고 말해주어야 했던 이야기....
"나는.... 흑마니까요."
===========
- Epilogue
그 날 이후로 그 언데도적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캐삭빵 이후로 더 이상 뭘 해야할지 모르는 내게
호드로 오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하이잘 게시판에서 친해진 사람.
영원이 이후에 유일하게 나를 삼춘이라 부르는 사람.
'흥... 영원님은 수능 수리영역 점수가 몇이나 나왔었어요??'
'...저는 학력고사 세대라...;;;'
'헉.. 삼춘이다. ;ㅂ;'
'...........'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호드가 아니라 다른 서버라도 갔을 것이다.
단지, 삼춘이라는 호칭 하나 때문에 그랬던 나를.. 아마 지금껏 모르고 있었으리라.
나는 '토템의나라'를 만들었었다.
"죄송합니다... 한동안 호드는 접속을 못할 것 같네요..."
"헉.. 왜요?"
나의 전향을 반가와하며... 누구보다도 기뻐하던 호드 길드원들.
친해지기도 전에 작별을 고하는 내가 당황스러웠으리라.
"그냥... 휴먼 흑마가 자꾸 눈에 밟히네요."
토템의나라가 30랩을 찍은후에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내가 필드에서 얼라이언스를 공격할 수 없는
반쪽짜리 호드라는 것을 깨닳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이후엔...
단 한번도 필드에서 호드에게 선공을 한적이 없다.
"가끔... 놀러오세요. 얼라로만 접하시지 말고....."
"네에..."
나는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얼라이언스로 복귀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할 일은 없다.
잠시 앉아있다가 아라시 전장을 신청해본다.
전당 문이 열리면 언제나 금광은 내 목표가 된다.
깃발을 차지함과 동시에
금광 뒤편 집 지붕 끝으로 올라가
alt+z을 눌러 풀 스크린으로 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킬수를 늘리거나 명예를 올리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나는 이 자리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가끔, 이 작은 행복을 뺏으러 오는 이들과 싸움이 붙긴 하지만..
그저 나는 묵묵히 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
.
.
.
.
"근데!!! 삼춘!!!! 질문 하나 더요!!!"
"응.....?"
"삼춘은 왜 많고 많은 담배중에 Time만 피워요??"
참 호기심도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던 녀석...
나는 그때도 영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었다.
"나는.... 시간을 태우는 거야."
영원이가 웃는다.
그리고.. 나도 웃는다.
오랜만에 본 WOW 고전명작
" 나는 흑마다 "
간만에 봐도 명작은 명작이네요 .....
출처
원작출처 - 와우플레이포럼 : 글쓴이 " 영원의나라" 님
2차출처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51&l=79052
비공감 사유를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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