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는 21살 여징어, 그제 귀국한 유학생입니다.
시차 적응하려고 밤새면서 영화보다 코피가 나서 승무원분들께 폐를 끼친 멍청한 잉여기도 합니다(...)
어머니 생신을 음력으로 챙기다보니 늘 날짜가 바뀌어서, 학기 중이었던 1월의 생신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그 당시 집안에 일이 생겨서, 생일 즈음해서 입원까지 하셨더라고요. 이 모든 걸 두 달이 넘게 지나서 듣게 된 저는 그야말로 대경실색...
안 그래도 중학교 땐 공부한다고 정신없었고 고등학교 땐 떨어져 살았는데, 대학까지 물 건너 가다보니 딸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죄스러웠습니다.
고로 귀국하면서 처음으로 생신상을 제대로 차려드려야지 하고 결심하였습니다.
생각한 메뉴는 샐러드, 전 세 가지, 미역국, 디저트였습니다.
귀국한 밤 짐을 풀고 쌓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세 시에 잠들고선, 그 다음날 아침에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문화센터에 가신 동안 일을 시작하고 끝낼 작정이었습니다.
건미역. 처음 사보았습니다.
많이 끓이고 싶지 않아서 절반만 빼내었습니당
미역은 물에 불려야 한다고 해서 불려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혼자 있던 작성자는 아침겸 점심... 동네 밥버거 집의 기본 밥버거에 작은 참치캔입니다.
전날에 도착해서 부모님이랑 돼지갈비 안먹고 이게 귀국 첫 식사였으면 슬펐을 거에요...ㅠㅠ
작성자와 점심을 함께 한 카피바라 씨. 넙데데한 것이 베개로 쓰기 좋아 고등학교 때 인기가 좋았습니다.
미역이 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메뉴를 위해 칵테일 새우를 해동시킵니다.
참고한 레시피.
모 요리 사이트에서 찾았습니다.
불은 미역!
국거리 고기 150g 한 팩을 투척합니다
냉동실에 항상 상비된 다진 마늘
그리고 국간장을 넣어야 한다고 하는데...
찬장에 있는 것은 진간장 뿐ㄷㄷㄷㄷㄷㄷ
간장은 간장이니 이걸로 대체해도 되는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맛이 이상해진다고 합니다(...)ㅠㅠ
처음 끓이는 엄마 미역국인데 맛이 없으면 안돼! 그래서 굵은 소금으로 대체합니다.
소금소금
참기름 넣고 볶볶
(밥버거 사면서 들기름으로 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참기름이 안전하다고 해서 참기름으로 볶았습니다)
볶볶
물을 넣고 부글부글!
끓게 놔둡니다. 그리고 다른 메뉴 준비.
애호박전! 얘도 처음해보는데 그냥 전이 좋더라고요. 뭔가 명절음식 느낌이 나고...
1년에 제사를 열 세번 치르는 집이라 전 하면 제사음식 같아서 좋았어요.
절반만 쓰려고 숭덩
애호박을 썰었습니다.
실패작(...)는 빼줍니다. 뭐 쓸 일이 있겠죠.
잠깐 미역국의 맛을 보았는데, 맛이 밍밍해서 연두 선생의 힘을 빌렸습니다.
여기에 다시다도 한 꼬집(...)
다른 메뉴 준비로 넘어갑니다.
동네 마트에서 할인하던 방풍나물! 한 팩에 천원이었어요.
일단 물에 씻어두었습니다.
미역국에 후추 간을 안 한 걸 떠올리곤 후추 투하.
또 다른 전을 위한 새송이 버섯.
버섯은 씻어서 궁디를 뎅겅 썰어줍니당.
그리고 전을 부치기 위해 계란을 꺼내서
까고 (알끈 제거 대충 해줬어요)
부침가루 준비
집에 못 보던 그릇이 있네요. 예쁘당.
전을 위한 올리브유
아까 썰어두었던 애호박 (소금간도 약간 해주었습니다) 부터 부쳐줍니다.
버섯도 부쳤어요. 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과정샷이 많이 없네요ㅠㅠㅠ
처음 만든 전들
기름이 얼마 없길래 콸콸 쓰고 싶어서 새 콩기름을 땄습니다.
마저 부치는 새송이전
아까 씻은 방풍나물입니다. 줄기를 제거해서 마구 썰어요
썱썱
쩌리와 꼭다리 애호박도 마구 다져주었습니다.
이걸로 전을 만들 거에요.
아까 부침가루 담았던 그릇에 가루를 더 넣고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설거지 거리가 줄어듭니다.
새송이랑 애호박전 부칠 때 남은 계란도 그냥 넣어주었어요.
티스푼으로 두 번 덜어서 위에 새우를 얹고, 고정용으로 부침반죽물을 살짝 부어줍니다.
증식!
그러면서 칵테일 새우를 약간 끓는 물에 데쳐줍니다. 얜 샐러드에 올릴 거에요.
완성
새송이, 애호박, 방풍새우전(???)입니다.
예쁜 걸 좋아해서 음식을 예쁘게 놓는 것도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오방색이나 음양오행같은걸 생각하면서 제사 음식을 놓던게 시초가 되지 않았나...
샐러드 위에 올라갈 발사믹 식초. 이탈리아에서 산 15년산인데 꿀처럼 달고 맛있습니다.
샐러드. 엄마가 최근에 작업하시는 그림이 모란이라서 모란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하였습니다.
양상추으로 큰 꽃잎 그림을 그리고 브로콜리를 얹고, 새우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새싹채소로 안쪽 송이를 넣고 위에 아까 남은 새송이버섯 다이스해서 볶은 걸 얹어주었어요.
허접한 장식은 젓가락으로 대충 그려보았습니다. 발사믹 식초에요.
미역국. 국간장도 없이 해서 걱정했는데 오래 끓인 덕+조미료 덕인지 맛이 엄마가 끓인거랑 똑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고마워요 연두선생!! 고마워요 다시다!!
남은 방풍나물은 샐러드를 하려고 했는데, 독소 성분이 있다고 하셔서 엄마가 나물로 무치셨습니다.
접시에 놓는 것만 제가ㅠㅠ 아무것도 안하게 하시려고 했는데 집에서 먹다보니 엄마가 움직이시는 것 까진 막는 게 힘드네요.
디저트입니다. 팥이 들어간 찰떡은 잘라서 적당히 쌓아주고, 빈 공간에 딸기를 넣었습니다.
냉장고에 화이트 와인 남은 게 있길래 장보면서 사온 딸기에서 무른 것은 콩포트를 만들고 (모스카토 와인이라 달달하더라고용)
모양이 괜찮은 것은 슬라이스해서 장식해주었습니다.
위에는 메이플 시럽! 달달해요.
한 세 시간 걸려서 만든 것 같은데 사진으로 정리하다보니 별로 없네요.
문화센터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끝냈습니다. 돌아오셔선 기름냄새 덕인지 바로 발각(...) 외할머니 말고 남한테 생일상 받은 건 처음이라고 좋아하셨어요.
저는 그 전날 비행기에서 밤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덕에 완전히 넉다운되어서 어제 저녁 먹고 청소하고 쓰러져 잤습니다.
인터넷에 요리글 쓰는 게 처음이어서 어떻게 끝을 내야할지ㅠㅠㅠ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윤여사님, 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
우리 둘 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시다 :)
그리고 전시회 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