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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끄가?
게시물ID : lovestory_73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준이애비
추천 : 1
조회수 : 5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17 10:31:14
고등 학교때 잠시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할머니와 산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로 진학 할 때 즈음 급식비를 낼 돈이 없더라. 88470원.  차마 할머니께는 말하지 못하겠고 애들 밥 뺏어먹기도 좀 그렇고, 돈낸 숫자대로 할당된 식판수를 조작할수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 내 자전거가 있어야할 자리엔 부서진 자물쇠만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자리에 내 자전거에서 묻어 나왔음직한 스크래치 자욱이 있었다.  "어라? 이거 그냥 뒤로 뺀거 아니야?" "엥? 그런가?"  라고 말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묶인 친구 자전거로 실험을 해 보았다.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쉽게 끊어졌다.  그리고 나서도 세번 다른사람 자전거에 손을 댔다. 너무나도 죄송한 일이다. 자전거를 팔아 먹은 돈은 친구와 나누었고, 친구는 당시 유행하던 노란색 실이 꿰메어진 리바이스 바지를 샀지만 나는 급식비를 냈다. 만원인가는 할머니께 받아서 냈다.
 어느 새벽. 복합상가 입구에서 네번째로 손을 대게 되었다. 한창 자세를 잡으려고 하는데 내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 목우촌 앞치마를 하고 있는 투박한 얼굴.
 "니끄가?"
 "네 제껀데여"
 "아, 진짜?"
 "네..." "근데 열쇠는 왜 내손에 있냐?"
 상가 1층 목우촌 사장님 자전거였다.  2층 피씨방 옆 화장실로 끌려갔는데 왜 저자전거를 훔치냐 물으시더라. 꼴에 자존심 세우느라 말안하고 있는데 집에 연락하겠다 하시기에 에라 모르겠다 치고 그냥 전화번호를 불렀다.
 전화는 할머니께서 받으셨고  "부모님 전화 바꿔주소." "부모 여기 없간디, 할말있음 나한테 하랑께."  에라이 X 됬네 싶어서 무념무상으로 한숨이나 쉬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 잘못걸었다고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는 사장님.  "너 내일 아침에 여기 올 수 있냐? 일시키면 돈받고 일할래? 아니면 그냥 학교에 전화하고."  선택권이 있나? 그냥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했다. 
 가볍게 복도 청소랑 그 자전거 기름칠 시키시더라 다음날은 복도청소랑 매장 창 닦으라고 하시고 다음날은 고기들어오는거 같이 받으라고 하시고 등교하기 전 하루에 40분 정도 일했다. 주 5일.  1주일즈음 되었나? 4만원 주시면서  '1주일만 더하면 내꺼랑 똑같은 자전거 새거 살수 있을 거여 1주일 더 할려?'  그 후로 6개월 정도 더했고 일주일 수당 4만원씩 꼬박꼬박 받았다 아마 겨울방학 시작하는날이었나? 아침에 가니 "방학인디 느도 쉬어야제." 하시면서 이제 그만나오라고 하시면서 봉투에 10만원 넣어서 주시더라  펑펑울었다.
 그냥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솔직히 고마운것도 아니고 서러운 것도 아닌데 그냥 눈물이 났다. 그자리에서 한참 울고 있는데 "자전거 털지 말어라 그지새끼모냥으로. 그리고 앞으로 오지말어 와도 인자 시킬것도 없으니께." 이 한마디 하시고 물건받으러 나가셨다.
출처 http://pgr21.com/?b=1&n=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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