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엄마의 델리만쥬
게시물ID : humorbest_10107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oshitiwa
추천 : 40
조회수 : 1213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1/30 03:27: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1/29 06:34:08


금요일 밤이였다.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수연이는 퇴근후 곧바로 거주하고있는 오피스텔로 왔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두 모금을 꿀렁꿀렁 마셔버린 수연은 금새 옷을 훌렁 벗어 제끼고 욕실로 들어갔다.


'딸깍' 

욕실문을 잠그고 샤워기 뜨거운 물을 틀었다.

더워지는 공기에 거울이 희뿌옇게 흐려졌다.

수연은 새침한 표정으로 서리가 낀 거울에 하트모양을 그려본다.

금새 샤워를 마친 수연은 커다란 타월로 몸을 대충 씻어냈다.

방으로 나와서 선풍기 바람에 머리를 말릴 참이었다.

'철컥'

안에서 잠겨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뭐지??

수연은 손잡이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손잡이가 이내 툭 하고 빠져서는 문고리가 아닌 수연의 손에 꽉 쥐어졌다.

수연은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순간적으로 얼마간의 변의를 느낀 수연은 그참에 변기에 엉덩이를 철퍼덕 깔고 앉았다.

거실에 나가면 곧바로 스맛폰을 집어들고 친구들에게 이 황당하고 웃기지도 않는 소식을 전할 참이었다.

불금 저녁에 자기집 욕실에 갇히는 신세라니 ..


시간이 흘러갔다. 당신 일상의 그것과 달리 매우 느린속도로 흐른

절망적 시간이었다.


3일이 금방지나갔다.

소리를 질러보고 벽을 두드려봐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갇혀 있다는 두려움. 그것에 앞서 배가 너무나 고팠다.

수연은 이대로 욕실에 갇혀서 아사하는가 싶었다.

욕실안에 갇힌지 삼일째 되는날 밤에 꿈을 꿨다.

변기의 물 내려가는 구멍 안에서 뱀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마리 기어나오더니 이내 수십마리 뱀이 온 천장을 뒤엎고는 서로 교미를 시작했다. 

끔찍해진 수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독한 허기를 느끼며 의식이 되돌아 왔다.

한나절일까. 반나절이나 지난걸까.


잠에서 깨어난 수연은 옆구리에 무언가 거북함을 느꼈다.

고개를 옆으로 젖혀보니 한동안 깍지않은 겨드랑이 털을 가지삼아 포도열매가 맺히고 있었다.

이내 열매들은 빠른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고 곧

풍성해졌다.


허기에 몸을 뒤틀던 수연은 포도열매를 먹으려 손을 내밀었다.

두 손가락사이에 잡힐듯하던 포도열매는 그러나 퐁!

하면서 시야에서 금새 사라졌다.

풍성했던 포도열매도 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며칠이나 먹지못해 무기력한 수연은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수연아.’

그녀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아련히 들렸다.

‘수연아.’

3호선 고속터미널역 매장에서 델리만쥬를 파는 그녀의 엄마.

엄마가 짓궂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수연의 볼을 살짝쿵 꼬집는다.

‘수연아 엄마가 만든 델리만쥬 하나 먹어봐.

얼마나 맛있다구.‘

메아리처럼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수연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엄마의 모습은 없었지만

세면대 위에 엄마가 두고간 델리만쥬가 보였다.

수연은 의식이 끊어져가는 와중에 저 델리만쥬 만큼은 꼭

먹어야 한다고 읊조리며 힘없이 축처진 팔을 간신히 뻗어

델리만쥬를 손에 쥐었다.

엄마가 만든 델리만쥬를 입안에 집어넣으니 살살 녹았다.

이내 엄마의 사랑을 목구멍으로 꿀떡 삼켰다.


주말내내 연락이 되지않고 월요일에도 출근하지 않자 회사동료

이자 친한 언니인 희연은 화요일 아침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1408호. 수연의 잠겨진 욕실문을

뜯어냈다.


수연은 욕탕안에서 질식사 한 상태였다.

한 쪽 겨드랑이 털이 뜯겨져 피부가 다 벗겨져 있었고

목구멍에는 삼키던 비누가 걸려 호흡곤란으로 질식한

것이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