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그 사랑에 대해 쓴다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김옥림, 오늘만큼은 못 견디게 사랑하다
그대여
오늘만큼은 못 견디게
사랑하세요
슬픔이 강물처럼 흐르는
아픔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가 그리운 사이
내일 비록
이 세상 이별이 찾아와도
두렵지 않은 까닭은
그대가 풀꽃 향기로
빛나고 있음입니다
서로의 사랑으로
내일을 꿈 꾸는 우리에겐
그 무엇도
장애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픔이란 함께 나누면
하나가 되고
기쁨은 함께 하면
둘이 되듯
그대여 오늘만큼은
못 견디게 사랑하는 거예요
서정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다
가장 절망적일 때 떠오른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 곁에 있는데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다
그대도 세월을 살아가는 한 방황자인 걸
내 슬픔 속에서 알았다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그대를 무지개로 그려 두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하고
떠나갈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로 인한 그대 고통들이 아프다
더 이상 깨어질 아무 것도 없을 때, 나는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
이동진, 사람을 사랑하며
이 땅에 살아가면서
무언가 눈에 띄는 일을 하기보다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내 땅을 넓게 가지려하기보다는
빈터마다 은은한 백향목을 심으며 살고싶다
나무향을 맡으며
때로 감동하여 풀밭에라도 펄쩍 누우면
하늘빛 푸르름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내를 이루어 흐르는 물 위에는
기쁨이 출렁거리는데..
한 몇 십년 살아가는게
이렇게 고마운 것이라면
살며..
살며..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원태연, 때로는 우리가...
때로는 그대가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났으면 합니다
모자랄 것 없는 그대 곁에서
너무도 작아 보이는 나이기에
함부로 내 사람이 되길 원할 수 없었고
너무도 멀리 있는 느낌이 들었기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
두 걸음 망설여야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그대와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사랑의 시간이 지나간 후
친구도 어려운 이성보다는
가끔은 힘들겠지만
그대의 사랑얘기 들어가며
영원히 지켜봐 줄 수 있는
부담없는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원수진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서로가 잘되는 꼴을 못보고
헐뜯고 싸워가며
재수없는 날이나 한번 마주치는 인연이었으면
생살 찢어지는 그리움보다는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