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거 디씨 야구 팀갤을 했었고, 오유에 가입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며, 지금의 인터넷 정체성을 굳이 따지자면 그나마 트위터리안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 시간까지 잠 못 들고 오유를 눈팅하다 보니 '이 정도로 사건이 커지니 무섭다' '웃고 즐길 게 아니라 조금 자중해야 할 것 같다'는 글에 '벌써부터 동정론이 나오다니' 라는 반응들이 조금씩 나오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제 인터넷 활동 최악의 트라우마로 남았던 경험 하나를 고백하고자 합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송지선 아나운서를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같은 인간에게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고, 마지막 탈출구까지 틀어막혔으며, 그 결과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그녀의 싸이월드 사건 때 실시간으로 팀갤에 상주하며 진행 과정을 보아왔습니다.
그녀가 정말 잘못될까 두렵기도 하고, 그 싸이글이 해킹이기를 바라기도 하는 마음으로 당시 그녀의 직장에 전화도 걸었었죠.
그리고 그 일이 이름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모 선수와의 해프닝 정도로 가닥이 잡힐 때, 저는 그 모 선수 구단의 팬인 친구와 야구를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본인에게 치욕적인 그런 글을 충동적으로 쓰고 소동을 일으키다니, 송지선도 미친 거다' 라는 한 마디 험담을 했습니다.
그 한 마디 이후 사태가 눈 뗄 여유조차 주지 않고 급격하게 진행되었고, 송지선 아나운서는 세상을 등졌습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그녀에게 악플을 쓰거나 인터넷상으로 심한 욕설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친구에게 험담 한 마디 했을 뿐이죠.
그런데, 그 험담 한 마디가 죄책감으로 변해 아직까지도 가슴에 단단히 박혀 있습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라는 생각에 아직까지도 사로잡혀 살고 있습니다.
지금 여시 회원들이 보이는 작태를 그녀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들고 나온 것도 또다른 죄책감이 듭니다.
하지만 말 한 마디로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고, 지금도 시달리고 있는 제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동정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본인 스스로의 양심을 구제하기 위해' 지금의 오유 여러분은 조금만 열기를 식히고 자중하셔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시 회원들 중 멘탈이 심약한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일으킨다?
그런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고, 발생 안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생할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또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사태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그걸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건 여시 회원들이 법적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죠.
아마도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인생이 산산조각 날겁니다.
그 고통을 온전히 여시 회원들의 몫으로 남겨두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말 한 마디로 평생 지고 갈 마음의 부채를 만들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