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동안 눈팅만 하다가 이번 여시 계기로 쓰고 싶은 말이 생겨서 가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최근 여시로부터 유입되는 분들에 대하여 어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요,

간단히 이야기 해서,

'여시에서 왔어요' 라고 말을 꺼낸다는 자체가, 아직도 여시에 대한 정체성을 못 버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많은 분들이 말씀하는 것 처럼, 오유에 왔으면 그냥 오유의 질서를 따르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시에서 왔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정체성은 여전히 여시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지요.

비유를 해 보죠.

한국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영국에 있는 한국 커뮤니티가 있어서 거기에 가입하고 활동합니다. 그리고 주변 영국인에게 한국인임을 강조하고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애씁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죠

중국에서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 내 중국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활동합니다. 명절마다 중국인끼리 모이구요.

위 두 예시는 완벽히 동일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중국에서 왔든 한국에서 왔든 국적이나, 영국 대비 한국 같은 인종도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국에 왔으면 영국법을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르면 되고,
굳이 내가 한국에서, 중국에서 왔다고 영국인에게 한국인에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누가 말씀하신 것 처럼 안물안궁 이지요.

더 중요한 것은, 영국에서 한국사람처럼, 한국에서 중국사람처럼 자신의 고유 정체성을 고이 간직하고 살면
영국 사회에, 한국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고, 그냥 작은 커뮤니티 안에 갖혀 있는 것과 다름이 없겠지요.

 

그런데, 그 작은 커뮤니티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여겨질 때는, 예를 들어 프랑스의 무슬림 집단이나 한국의 중국인 집단 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순간 배척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본인은 온건파라 하더라두요.

 

즉 자신의 정체성 - 여시에서 왔음- 을 보이는 순간부터 스스로 배척당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보이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여전히 여시 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에는 오유에서 배척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오유는 과거를 묻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자신의 과거-여시-를 이야기 하는 것은, 결국 본인은 과거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밖엔 안되어 보입니다.

 

그냥 오유에 오지 마세요. 오유의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오유에서 환영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집단 대 집단으로 싸우고 있는 과정에서 적진으로부터 왔다고 커밍 아웃 해 달라고 누구도 요구하지 않고,

오유 와서 여시의 잘못을 까발리는 행위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영국 왔으면 주말 저녁에 친구들과 펍에서 맥주 마시면 되고,

한국 왔으면 소주에 삽겹살 먹으면 됩니다.

 

영국서 청국장 끓여서 냄새 싫어하는 영국인에게 한국 음식 맛있다고 건강식이라고 강요할 필요도, 그래서 나 영국 사는 한국인이야 라고 말할 필요도

한국서 큰소리도 떠들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국인의 문화라고 인정해 달라고 할 필요도, 그래서 나 한국 사는 중국인이야 하고 말 할 필요 없습니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고, 말하는 순간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위를 왜 굳이 하려합니까? 여시에서 왔다는 것이 감투도 아니요, 긍정적인 주목을 받지도 못합니다.

 

아직도 과거의 정체성이 소중하고 본인에게 의미를 가지나요?

오유인의 정체성을 못 가질 요량이면, 오지를 마세요. 그런 마음으로는 어딜가나 환영받지 못할 겁니다.

 

 

말이 길었네요.

 

한마디로, 첨예한 시점에서 과거 정체성을 굳이 보이는 사람을 환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