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피고 싶고
용돈은 다 떨어졌고
처리하기 귀찮아 방안 곳곳에 무의미하게 방치해두던
동전들을 모아 보니 이천원이 되었다.
십원짜리까지 싹싹 긁어 모았다.
그 많은 십원자리들을 열개씩 정렬하면서 백원 백원 계산을 했다.
70개의 동전들. 겨우 700원.
구형 10원짜리 동전에선 묘하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생김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나보다 어마어마한 몇십년의 세월을 더 보냈을 생각에..
괜시리 간직하고 싶어졌다.
어짜피 가지고 있어봤자 내일이면 어디 있는지 나에게서 까마득히 잊혀질 존재겠지만.
무슨 심리일까?
정말 옛날 십원짜리 다보탑 형상을 가진 동전 2개는 아껴두며
열개씩 정렬했다.
다행히 만들어진 이천원. 그 2개는 건졌다. 이상한 안도감.
그렇게
그 한움쿰의 동전들..
계산대 앞에서 나는 슈퍼아저씨와 그 동전들이 이천원이 맞는지
그 여럿 십원짜리들을 열개로 맞추며
아저씨와 함께 그 동전들 줄을 세웠다.
제일 싼 담배가 디스, 한라산, 라일락 이란다. 다 이천원 이란다.
왠지 익숙한 디스를 샀다.
아직 담배가 피고픈걸 보면 배가 덜 고픈것 같지만
이런 터무니 없는 꿈을 꾸는건 철이 덜든 아이 같지만
행복하다.
오늘은 왠지 그냥 행복하다.
다른 엄청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냥 행복하다.
하지만 디스는 맛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