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끝나고 피곤에 쩔어서 집에오는 지하철.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걸어가고있는데
역 내 의자에 의자와 같은색의 무슨 물체가 있길래
어 뭐지.... 하고 가까이 가서 봤더니
지갑이었습니다.
'아 지갑이네.... 뭐 알아서 가져가겠지.'
하고 지나쳐서 걸어오는데
왠지모르게 다시 그 지갑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내가 사무실에 가져다 줘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우리 집 근처 역에는 탑승객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두고가도 된다고 생각하던 저의 머리에
갑자기 왜 사무실에 갖다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ㅋㅋㅋㅋ
지갑은 가까이서 보니 여성용 장지갑이었는데
보통 장지갑보다는 조금 더 컸습니다.
파우치인가 싶었지요.
그걸 손에 드는 순간
너무나 무거운겁니다
어.... 지갑이 왜 이렇게 무거워....;;
뭐지 지갑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클러치가방인가
싶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겨서
지갑의 지퍼를 여는 순간
너무놀라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헛디딜뻔했습니다.
지갑 안에는
오만원 권이 뭉치로 있었습니다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돈뭉치와 두께가 비슷해보였어요
최소 100장은 되어보였습니다.
아니 대체 누가 이런 큰 돈을 지갑에 그냥 넣고 다녀.....
싶으면서
이렇게 큰 돈이 든 지갑을
대체 왜 손에 들고다니다가
의자에 두고 지하철을 타신거지
싶어서 이해가 안되는겁니다
순간 해외 What would you do 같은 캠페인성 프로그램의
실험카메라인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진짜 수만가지 생각을 함ㅋㅋㅋ
장지갑에 칸막이가 있잖아요
다른쪽에는 만원 천원 오천원권이 또 다량으로 들어있더라구요
순간
아 이건 사무실에 맡기면 안될것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역장님이나 역 직원분들을 못믿는게 아니라
그냥 이걸 눈으로 본 순간
내가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지갑 한쪽을 보니 거래쳐명함들이 있고
주민등록증에 이름을 보고 명함들을다시 보니
본인 명함이 딱 하나 있더라구요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너무나 떨리는 목소리로
'저 지갑...!!! 지갑 주으셨나요 혹시??!!!' 하셔서
그 역 출구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출구로 나가서 기다리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져서
오들오들 떨면서있는데
그분이 다른 동네로 가셨다가 뒤늦게 그게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서 오고계시는 거였더라구요
한 15분쯤 기다렸는데
출구 계단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한 여성분이
아....어떡해....ㅠㅠㅠ 하면서 오시는데
너무 가녀리고 작으신 소녀같은 여자분이 오시면서
회사지갑이라고.....
계속 감사하다고하고 어떡하냐고하고 이러시는데
얼마나 마음 졸이며 오셨을까 싶더라구요
사람마음이 참 알수없는게
돌려줘야지!
위험하니까 여기 냅두지말고 사무실에 맡겨야지!
하면서 들고 올라왔으면서
지갑이 무거운걸 알게되고
순간적으로 에스컬레이터에서 지갑을 열어보고싶은 호기심이 생겼고,
(저는 이 호기심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돈을
'눈 앞에서' 보니까
정말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더라구요
요즘 돈 없어서 밥 한끼도 제대로 사먹지 못하고
비루한 도시락싸갖고 다니고 있는
내 신세가 갑자기 객관적으로 그려지면서
'여기서 오만원 한장만 가져가면 티도 안나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적으로 제가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상 그 큰 돈이 눈 앞에 보이니까
말을 잃게되고 판단을 잃게되더라구요
그래서 돈에 양심을 팔고 돈만 있으면 뭐든 다 하려고 하고
정말 그런 사람들이 생기나봅니다...
제가 그 금액이 찍힌 통장을 보거나
그랬다면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덜덜 떨리고
그러진 않았을거에요
당장 눈 앞에 이게 보이니까
각종 나쁜 생각도 들고 그러는걸보니
나도 참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좋은 부모님 밑에서 양심교육 도덕교육 잘 받았다 장담하는데
정말 내 눈 앞에 돈을 들이밀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게 인간이다 싶었습니다.ㅋㅋㅋ
집에 돌아왔는데
그분이 계속해서 문자로
감사하다고 나중에 식사 대접하겠다고 하시면서
'아직 세상은 살만한가봅니다' 라고 하시는데
약간의 위안을 얻네요...^^
어떻게 끝내야하지....음...
모두 안녕히주무세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