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누가 봐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나 혼자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니 매일 여기에 써야겠다.
일기를 쓸 만한 게시판이 어디에 있을까 잠시 찾아보았다.
자유게시판에 쓰면 될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딱히 고민은 아니지만,
고민을 담고 있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니까 여기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생이다
-- 까지 쓰는 데에 10분이 걸렸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까봐, 아무것도 말 하지 않으면 공감이 되지 않을까봐(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계속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저 일곱 글자이다.
글을 못 쓰는 것을 보니 공대생은 공대생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나름 열심히 글쓰기를 했던 수업의 첨삭 점수가 D였으니 내 상태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새삼스레 심각함을 느꼈다.
그런 고로, 오늘은 나의 '말' 에 대해서 써야겠다.
사실 '말'이라고 하기 보다는 '표현'에 가깝다.
머릿속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뒤엉켜있다.
한 마디 말을 꺼내면 나머지 말들이 우수수 끌려와 제자리를 잃는다.
제자리를 잃은 말은 원래 나와야 할 순서에서 한참 앞이나 뒤로 밀려나는 까닭에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한다.
평소에 하는 대화 정도야 상관없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말을 하는, 말을 정제해야 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 주제에 또 기억은 잘 할 것이라 생각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이렇게 말해야지' 하는 생각만 늘어간다.
그리고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글을 쓰면 좀 나아질까 생각해본다.
말에 대해서는 주구장창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나는 대학원생이다.
지난 달, 나의 논문 읽고 발표하는 차례가 다가왔다.
난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설명했다.
교수님께서는 못 알아 듣겠다고, 다음주에 다시 하자고 하셨다.
인턴 포함 연구실에 온 지 반 년이 넘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소리내서 연습해 보았다.
두 문장 이상 연속해서 말을 하지 못한다.
제자리를 잃은 말은 허공에서 떠돌았다.
매일 30분씩 논문 소리내서 읽기를 하려고 매일 할 일 앱에다가 넣어놨는데, 읽은적이 없는 걸 보면 그냥 노력을 안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는 한번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