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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가르치기 위한 정의롭지 않은 학생법정, 기승전데리버거 맛있음:)
게시물ID : freeboard_8601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wacchus
추천 : 0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20 13:26:48
 

갑자기 어릴때 일이 기억났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에게도 정의의 개념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초등학교 학생법원체험교육이 유행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대학학번 05이니 이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
 
초등 6학년때의 일입니다.
그래서 토너먼트 식으로 학생법원발표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반에서 조별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의자, 피해자 등을 정하여
시나리오를 짜고 판결장면을 재현하여 우수하게 발표한 한팀을 가려내는데,
뽑힌 한 팀은 학년별 대항전에 나갈 수 있게 되는 식이었습니다.
 
사실 피해자와 피의자는 미리 정해졌는데,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는 대본이 많아서 하고 싶지 않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등학생때 집안 사정은 어려웠긴 하지만 나름대로 조 내에서는 제일 공부,발표를 잘 했기 때문에 조 내에서 판사를 맡을 수 있었죠.
(그 당시에 초등학생이라도 사회적 위치 개념이 있어서 판사>검사>변호사 순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판사이자 조장으로 열심히 시나리오도 짜고 조를 이끌었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반에서 저희 조가 1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년별 대회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판사만 바뀌었거든요.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이유는? 제가 키가 작아서입니다.
키가 작아서 우리 반이 불리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대체판사는 키도 늘씬하게 컸고 부모님도 학교에 자주 찾아오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학교에 롯데리아 햄버거세트를 사오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우리 부모님은 형편도 안좋고 학교에 얼굴한번 비춘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여튼 담임선생님은 다른 반 판사는 키가 커서 이목집중이 잘 되어서 우리반 질수도 있으니까 한번만 양보하자고 하셨습니다.
 
학년별 결과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때 집에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어린 마음에. ㅎㅎ
그게 제 외모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건 정말 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선생님의 권위에 굴복하기 싫었는데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전교생 앞에서 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에는 특별한 주제는 없습니다.
그냥 그때의 어린 저는 사회에 대해 극심하게 실망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의를 배우기 위한 이벤트는 별로 정의롭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 친구가 판사로 바뀌고 나서
부모님이 보내온 롯데리아 데리버거는 참 맛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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