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등장하는 조선 왕의 독살설들을 보면 망해야 할 왕조가 망하지 않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당파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왕은 허수아비가 되어 당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권력이 없는 왕이기에 소현세자, 정조 같은 개혁파 군주도, 경종과 인종 같은 당파에 주눅 들었던 군주도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마치 죽은 벌레에 잔뜩 끼인 파리 떼들을 본다고나 할 수 있을까? 권력에 눈이 먼 조선의 신하들 앞에서 나라의 미래나 운명, 왕은 우습게 여겨질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임진왜란 때 나라를 버리고 떠난, 사실상 왕이기를 포기한 선조 이후에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민중들이 선조를 향해 돌을 던지고 욕을 했다고는 하지만 나라를 뒤집지는 않았다. 순진한, 아니 순수하다 못해 어리석은 민중이 자신들을 버린 왕과 사대부를 다시 살려놨던 것이다. 그 결과로 수많은 사대부들이 백성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당파 싸움에만 힘쓰게 된다. 몇 백 년 동안 힘든 백성을 위해 노력한 사대부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한 권력자들은 제때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도록 모두가 저항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 모레 있을 선거가 이미 사라져야 할 썩은 권력을 지켜주는 그런 선거가 되지 않길 바란다. 유통기한이 지난 권력이 풍기는 썩은내는 상상 그 이상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