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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와 마흔 세번의 해질녘
게시물ID : readers_101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의대생로봇
추천 : 6
조회수 : 158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26 11:50:22

글을 하나 써봤는데, 

어떤 게시판에 올려야할지 몰라서 책게에 올립니다. 허허;;





어린 왕자와 마흔 세번의 해질녘

의대생로봇

 

*

나는 해질 무렵을 좋아해. 해지는것 보러 가……”

기다려야지……”

뭘 기다리지?”

해가 지길 기다려야지.”

어린 왕자는 처음에는 몹시 놀라는 기색이었으나 곧 자기 말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집에 있는 것만 같거든!”

어린 왕자는 이어서 말했다.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지……”

마흔 세 번 본 날 그럼 너는 몹시 슬펐니?”

 

 

*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잘 정돈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데우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활화산 세 개를 정성스레 청소하였다. 그러다 어린 왕자는 소행성 위에 조그마한 새싹이자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식물이라는 것을 본 것은 이 날이 처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싹은 햇빛을 머금은 초록빛깔이 짙어져 이윽고 하늘로 그 여린 가지를 뻗어냈다.어린 왕자는 호기심 많은 눈으로 이 현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화산들을 청소한 다음 이 식물을관찰하는 것은 곧 어린 왕자의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해가 막 떠오를 무렵이었다.

그 식물이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도 말했다.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

난 어린 왕자라고 해. 너의이름은 뭐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막 깨어났거든.”

그래, 아무튼 반가워. 난 어린 왕자라고 해.”

...... 그 얘긴아까 들었어.”

, 맞아, 그랬지, 미안.”

어린 왕자는 조금 당황했다. 마음이 설렌 것을 들킨 탓이었다.

아니야, 뭐가 미안해. 괜찮아.”

고마워.”

식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여기에서 나 같은 식물은 나뿐인가 보지?”

어린 왕자는 말했다.

. 그리고 나 같은사람도 나뿐이고.”

 

 

*

저녁이 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어린 왕자와 식물이 서 있는 자리에 저녁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왕자는 식물에게 해지는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해질녘이지만, 식물이 해질녘을 볼 수 있는 것은 하루에 한 번 뿐이다. 하지만어린 왕자는 이를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 식물이 슬퍼할 테니까.

저 밝은 것을 해라고 해. 저해가 하늘에 걸리면 낮이 되는 거지. 그러다 해가 땅 밑으로 가라앉으면 밤이 와. 해가 땅 밑으로 가라앉기 전에 작별인사를 하는데, 그게 바로 해질녘의노을이야. , 이제 곧 시작될거야. 우리 같이 봐보자.”

곧 해질녘이 되었다. 식물은 말했다.

아름다워.”

 

 

*

어느 날 식물의 표정이 어두웠다. 어린 왕자가 물었다.

안녕. 오늘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니? 표정이 어두워.”

식물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 결심한 듯 이야기했다.

내 이름을 알게 되었어.”

좋은 일이야. 나도 너의이름을 알고 싶었어. 너의 이름은 뭐니?”

식물은 말했다.

내 이름은 바오밥나무야.”

 

 

*

바오밥나무!

어린 왕자는 너무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소행성에게 바오밥나무는 재난그 자체이다. 게으름뱅이의 소행성을 파괴한 건 단지 작은 나무로 시작한 바오밥나무 세 그루였다. 나와 지냈던 이 식물이 바오밥나무였다니!

식물, 아니 바오밥나무는 말했다.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아. 맞아, 난 없어져야 해.”

하지만, 하지만……”

방법은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꼭 해야할 일이야. 미룰수 없어. 바오밥나무를 없애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건, 나무가자라기 전 뽑는 거지.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긴 한데, 화산의용암을 끼얹으면 돼. 보통은 보기 흉해서 잘 안 쓰는 방법인데. , 지금은, 지금은 이를테면 비상사태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하면 너는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별은 파괴되고, 결국에 어차피 나도 죽는걸.”

어린 왕자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린 왕자는 바오밥나무아래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

부탁이 있어.” 바오밥나무가말했다.

뭔데?” 어린 왕자가말했다.

내 주위에 용암을 둥그렇게 뿌리고 삼 일간 날 찾지 말아줘. 삼 일쯤 지나면 난 말라 비틀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을거야. 그럼혹시 남아있을 내 흔적을 치워주고, 시간이 남는다면 거기서 해질녘을 보내줬으면 좋겠어.”

그래, 그렇게 할게.”

미안해.”

아니야, 뭐가 미안해. 뭐가 미안해……”

 

 

*

바오밥나무 주위에 용암을 뿌리고, 어린 왕자는 바오밥나무에서 가장멀리 떨어진 소행성의 반대편으로 갔다. 그렇게 사흘 내내 잠을 잤다.그렇게 자고 일어나, 다시 바오밥나무의 자리에 찾아갔을 때, 바오밥나무는 거기 없었다.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용암만 딱딱하게 식어있었고,용암을 다 퍼낸 활화산은 휴화산이 되어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 날 해 지는 것을 마흔세 번이나 보았다.

 

*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지……”

마흔 세 번 본 날 그럼 너는 몹시 슬펐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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