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혹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알아내는 기술을 얻게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잠재적 범죄자들을 격리/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무리 특정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것을 안다고 해도 실제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구금하는 것은 국가의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양쪽 모두 분명한 장, 단점이 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들을 격리/처벌할 권한을 국가에게 부여할 경우 확실히 치안이 올라갈 것이지만 정권의 유지를 위해 그 기술을 오용할 수도 있겠죠. 반대로 국가가 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그리고 인권의 측면에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데 방관했다는 평을 들을 것입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제 사회 전반적으로 시민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득실을 따져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택하겠죠.(아마 성범죄/살인과 같은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도입하는 식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토론을 할 때 찬성하는 쪽에서 무조건 이 기술 없이는 전 세계가 범죄자의 소굴이 될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거나, 반대하는 쪽에서 이 기술이 민주주의를 무조건 후퇴시킬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득실을 따지지도 못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장점은 탈중앙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기관의 개입없는 평등한 구조, 데이터의 무결성 확보 등이 있을 것이고 단점으로는 개인의 신원이 불명확하므로 검은 돈의 통로로 사용 가능한 점, (암호화폐의 경우)현 상황이 사실상 투기에 가까운 점, 아무도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함을 받아들이고 이 둘을 잘 조율해서 정책을 펼쳐야지, 기술자,투자자로 대표되는 찬성 측에서 귀를 막고 무조건 장점만 주장하고 반대 측에서는 귀를 막고 무조건 단점만 주장하면 사회적 합의는 전혀 진행되지 못할 것입니다.

오유에는 암호화폐 내지는 블록체인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신 분이 많아보입니다. 그 견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점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장점이 과연 단점을 덮을만큼 큰지를 생각해보시면 보다 더 건설적인 토론이 이 게시판에서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