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마음 안 맞는 우리 아버지 만나셔서 살아오시면서 고생 많이 하셨죠. 그런데 한편으론 아버지 만나서 딱 하나 좋은거는 우리 아들 만난거 아니겠니 하시죠. 아버지 아니었으면 어떻게 우리 아들을 만났겠냐고.
그런데 제 입장에선 참 이해가 안 가죠. 어차피 딴 사람 만났어도 우리 어머니 자식은 생겼을 것이고, 그러면 또 나같이 못생긴 자식 말고, 이쁜 자식을 만나셨겠죠. 그럼 마찬가지로 그 자식보고도 똑같이 말씀하셨겠죠. 꼭 제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세월이 흘러 코박고 자고 있는 다섯살난 아들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우리 아들 아니면 잘 때 한손은 뒷짐지고 오리궁뎅이 내미는 몸짓으로 자는 것을 누가 저에게 보여줄까요. 우리 아들 아니면 생떼쓸 때 공중으로 발을 휘두르며 방바닥을 찍는 짓을 누가 할까요. 우리 아들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이상 야릇한 말투로 나를 웃기는 짓을 누가 해줄까요.
마음이 울적할때 그 작은 눈으로 음흉한 눈빛을 지으며 미소짓는 인상으로 내 마음을 누그려뜨려주는 우리 아들을 우리 집사람 아니었으면 어떻게 만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