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전에서 태어났고 자라왔다
야구에 대한 첫 기억은 내가 대여섯 살 정도 됐을 즈음이었을까
아버지는 나를 안고 신나게 응원을 하고 계셨고
나는 규칙도 선수도 모르는 어린이였지만 그저 경기장의 분위기에 흥분해 있었다
그 경기는 한화의 승리로 기억한다
그 경기가 야구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었다
점점 자라면서 학교 운동장에 공하나만 있으면 할수 있던 축구에 빠지게 됐고
2002년 월드컵과 박지성의 유럽진출로 중고등 생활은 한창 축구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쉼없이 90분을 내달리고 순식간에 공수가 바뀌고
지쳐 쓰러질때까지 뛰며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축구에 비해
공수의 규칙을 정하고 던지는 공을 치고 달리며 베이스를 훔치는 야구는
박진감도 긴장감도 없는 운동같았다
그러던 중 대학에 입학하고 채널을 돌리다 무심코 야구를 보게 되었다
타석의 타자가 방망이를 들고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순간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순간 타자가 안타를 만들어 냈고 2루로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잠깐의 순간 공격수의 발을 떠나 골대를 출렁이는 축구공이 생각났고
어릴적 아버지와 갔던 야구장의 흥분되던 분위기와 아버지의 기뻐하시던 모습이
티비에 나오는 관중의 환호와 오버랩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야구에 열중했고, 한화를 응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한화를 좋아하고 응원하기 시작한 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화의 암흑기 시절이었다
물론 강팀이나 중위권은 커녕
오히려 류현진이 등판해 연패를 끊으면 곧바로 다시 연패를 하던
꼴찌한화가 당연하던 그때였다
친구들과 이야기 할때도, 군대에서도 한화팬이라고 하면
보살에 병신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한화가 좋았다
개막 후 최다연패를 한 뒤 1승 후 김태균의 눈물을 보고 같이 울었고
가뭄에 콩나듯 하는 1승이 끝내기 만루홈런만큼 짜릿했다
올해 김성근 감독이 취임했고
한화는 꼴지가 아니다
오히려 5강싸움을 하며 엎치락 뒤치락 중이다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홈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게시판을 보면 노리타, 약쟁이, 권선징닭 등등
전 구단을 상대로 욕을 먹는 한화가 보인다
오늘로써 7연패를 하며 조롱과 비방은 더 늘어난 것 같다
물론 혹사논란은 당연하고 금지약물 복용은 정말 낮은 수위의 처벌로 끝났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과 수위낮은 처벌,
범법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매스컴의 행동은 전 구단의욕을 먹는게 당연한 일이다
약물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한화가 악의 축으로 비춰지며 전 구단 팬의 욕을 먹는 일은
아마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며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가장 낮은 자리에 위치할 때부터 좋아하던 팀이
한게임 한게임 절실히 이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5강싸움에 뛰어든 사실에
나는 한화팬인게 정말 행복했다
앞으로 한화 순위가 곤두박질치던 더 강팀이 되던 난 한화를 응원하고 싶다
결국 이 글도 감성팔이네 약쟁이팀 팬이 쓴 쓰레기 글이네 하며 묻힐테지만
난 아버지와 갔던 어린시절
처음 느껴본 경기장의 흥분과 떨림
대학교 입학후 무심코 돌린 채널에서
2루까지 전력으로 달리던 그 선수를 보며 다시 떠올린 어린시절 그 분위기를 간직하며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한화라는 야구팀을 좋아하는
어릴적 추억을 간직하는 한명의 야구팬이고 싶다